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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새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단톡방이고 커뮤니티고 떠들석 하던 1월과 다르게 이번달은 조금 시큰둥 하다. 이미 의지가 바닥나서 사라진 사람이 많고, 힘차게 시작했던 사람들도 슬슬 시들해지는 눈치다. 나 역시도 한 달이 지나가면서 조금 힘에 부치는 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마인드셋이다.

4년이 넘도록 수영을 하면서 늘어난 건 몸 근육보다 마음 근육이다. 직접 몸을 움직이며 얻은 '깨닫는 마음'은 무엇보다 단단하다. 작은 고비를 넘는 힘을 물 속에서 얻었다. 새해 목표를 점검하며 고비를 넘는 마음 가짐에 대해 적어 본다.      
   
새벽 수영은 아침에 눈뜨는 것부터가 고통이다. 4년이 넘도록 새벽을 지켰는데도 그렇다.
 새벽 수영은 아침에 눈뜨는 것부터가 고통이다. 4년이 넘도록 새벽을 지켰는데도 그렇다.
ⓒ 이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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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고통은 기본값임을 인정하라

수영 레인을 몇 바퀴 돌고 나면 숨이 넘어 갈 것 같다. 힘이 들어 다시 출발할 수 없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강사님의 말은 언제나 같다. "운동은 힘든 겁니다. 힘들지 않으면 운동이 되지 않아요. 선수들도 힘들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운동이니깐."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충격이었다. 지금 내가 힘든 이유는 수영을 잘 못하기 때문이지, 수영을 잘 하게 되면 이런 힘듦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탓인 것 같다. 체력과 실력이 올라가면 힘든 것도 차차 나아질 거라 믿었는데, '원래 힘들다'는 말은 의외였다. 전혀 생각치 못한 부분이라 얼떨떨 했다.

게다가 운동 선수들이 매일 힘들게 운동을 한다는 말은 놀라웠다. 은연중에 선수들은 힘들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자신의 한계를 깨며 매일 단련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려운 과정 없이 '잘 하는 상태'만 얻겠다는 내 욕심이 이런 생각으로 맺어졌나보다.

강사님은 이어서 말했다. "100m를 뛰고 싶은데, 매일 걷기만 하면서 실력이 안는다고 하면 제가 드릴 말씀이 없어요." 투정이 쑥 들어가는 말이었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얻고 싶은 나에게 고통은 기본값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확실했다. '운동은 힘들다'는 명제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후 신기한 마음이 찾아왔다. 운동의 고통이 더 이상의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호흡이 가빠지면 폐활량이 늘어나는구나 싶어 좋았고, 팔이나 다리가 뻐근해지면 바른 자세로 근육을 제대로 쓰고 있기에 근력이 늘어나겠구나 싶어 반가웠다. 나는 운동을 하고 있으니 힘들어야 마땅하다며 고통을 즐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되려 한참을 수영해도 숨이 차오르지 않거나, 힘들지 않을 때는 내 자세를 점검하게 되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내 몸이 편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기에 수시로 자세를 점검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운동이 안 되는 자세로 바뀐다고 했다. 운동을 해도 힘들지 않다는 건 운동이 전혀 안 된다는 의미이므로 고통없음을 경계하게 됐다.

코칭 심리에서는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인정하고나면 실행을 위한 용기를 얻고 의지가 높아진다고 한다. 성장의 기본값이 고통이며, 고통은 성장하고 있는 증거라는 강사님의 한 마디에 고통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을 체험한 경험이었다.
 
처음엔 요령보다 채워야 할 숫자를 목표로 두면 좋다. 양을 채우면 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처음엔 요령보다 채워야 할 숫자를 목표로 두면 좋다. 양을 채우면 질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 이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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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작은 목표로 성취감을 확보하라

고통이 기본임을 받아들일지라도, 쉽게 고비를 넘기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실제로 몸을 움직이며 얻는 성취가 도움이 된다.

블로그에 꾸준히 수영일기를 올렸더니, 어느날 이제 막 수영을 입문한 분이 질문을 했다. "이제 신규반 뗀 한달 차 인데요, 발차기 감을 아직도 못 잡는 것 같아요. 손 저으면 발도 이상해지는 것 같고, 30미터 가다 쉬고 하는 것 같아요. 호흡이 달리고 숨도 차고요. 혹시 어떤 팁이 있을까요? 흥미가 붙으려다가도 못해서 좌절 됩니다." 초보자가 겪는 흔한 어려움이었다. 나는 이런 답을 했다.

"저는 그냥 합니다. 자꾸자꾸 하다보면 강사님의 말이 이해 될 때가 있어요. 머리가 이해하는 것과 몸이 익히는 건 다르니까요. 강사님의 설명을 못 느끼시는 거라면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손 저으면 발 이상해지는 건 처음엔 당연합니다. 발차기가 완벽해지기 전에 다른 동작이 들어가서 둘 다 어설퍼지는 건데요, 발차기 연습 많이 하면 좋아집니다. 기본이 탄탄해야 그 위에 다음을 올리고 올려도 무너지지 않으니까요. 저도 체력 떨어질 무렵이면 자세 다 흐트러지고, 팔 다리 박자 안 맞을 때도 있고 그래요."

무언가 처음 시도할 땐 지금 내가 너무 느리고 못 하는 것 같으니, 이 상황을 빠르게 벗어날 팁이나 변수 등에 주목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허나, 어떤 일에도 일정한 시간과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치트키를 찾기 전에 기본을 충분히 익혔는지 살피는 게 먼저다.

"지금 수준의 연습 계속 하시면서, 목표를 조금씩 높여 보세요. 아주 작은 상위 목표를 세우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숨이 차면 바로 멈추는 게 아니라 여기서 팔을 두 번 더 저어보고 멈춘다는 식으로 말이죠. 중간 무렵에 꼭 한 번씩 멈춘다면, 2/3지점까지는 가보자, 라고 목표치를 아주 조금만 높여 보세요. 숨 넘어갈 것 같아 절대 안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해보면 한 번은 더 나갈 수 있거든요.

너무 멀리 목표를 두시면 흥미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저는 정말 딱 한 번 더 하면 재밌고 기분 좋아지도록 아주 작은 목표를 두고 집중합니다. 어제보다는 잘했네. 이런 생각 들게요. 어제는 한 레인 왕복하면서 세 번쯤 쉬었다면, 오늘은 두 번만 쉬자. 이런 식으로요. 방법은 연습 밖에 없습니다. 머리로 백날 듣고 이해해도 몸에 붙어야 하니까요."


어떤 일의 시작 단계에선 무엇보다도 흥미가 중요하다. 흥미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성취감이며, 성취감은 작은 성공을 통해 쌓인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 지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다음으로 갈 힘을 얻는 것이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겠다고 거창하게 목표를 적어 내려간 지 한 달이 지났다. 본격적인 시작도 전에 의심이 밀려온다.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까?' 목표를 향해 갈 때 반드시 만나는 고비라지만, 매번 쉽지 않다. 책을 읽고, 영상을 봐도 마음을 올리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내 몸으로 얻은 배움이 힘이 된다. '고통이 기본값임을 인정하고 아주 작은 시도를 쌓아가는 노력'이 결국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진리를 추진력 삼아 다시 힘을 낸다.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태그:#수영에세이, #마흔의운동, #엄마의심신단련, #새해계획, #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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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기록자, 칼자루 쥔 삶을 꿈꾸며 기록을 통해 삶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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