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키움 히어로즈는 타격보다 마운드 쪽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던 팀 중 하나다. 공격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거포' 박병호(kt 위즈)가 FA(자유계약선수)로 떠난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타자는 이정후(23개), 야시엘 푸이그(21개), 송성문(13개) 단 세 명뿐이었다.

이정후의 경우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기에 12개의 홈런을 몰아친 푸이그가 분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타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포스트시즌에서는 전병우, 임지열 등 '특급 조커'들이 팀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푸이그와 재계약을 포기한 키움으로선 당연히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자가 필요했다. 이왕이면 수비에서도 보탬이 될 선수를 원했다. 그 결과 키움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카드는 'KBO리그 유경험자' 에디슨 러셀이었다.
 
 러셀은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키움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러셀은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키움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키움 히어로즈


화려한 커리어, KBO리그에서는 달랐다

2015년 시카고 컵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러셀은 첫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존재감을 확신하게 각인시켰다. 이미 2012년 신인 드래프트서 1라운드 전체 11순위(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지명될 정도로 일찍이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듬해에는 151경기 525타수 125안타 타율 0.238 21홈런 95타점 OPS 0.738의 성적을 남겼다. 주전 유격수로 출전하면서 하비에르 바에즈와 컵스의 키스톤 콤비를 책임졌고, 팀이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그해 러셀은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러셀은 더 이상 2016년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8년에는 홈런 개수가 급감(2017년 12개→2018년 5개)했고, 가정폭력 혐의로 40경기 출장 징계 정지를 받았다. 2019년에는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하지 못하며 입지가 좁아졌다.

새로운 팀을 찾던 러셀은 외국인 타자 고민을 안고 있던 키움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2020시즌을 앞두고 키움 유니폼을 입은 테일러 모터가 부진한 성적을 남기면서 키움은 대체 외국인 타자를 구해야 했다. 러셀 영입 발표 당시만 해도 '이름값으로만 본다면 역대 최고'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2020년 7월 28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를 포함해 65경기 동안 244타수 62안타 타율 0.254 2홈런 31타점 OPS 0.653을 기록했다. 결국 키움은 러셀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 이후 러셀은 멕시칸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경기를 소화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직전 시즌이었던 지난해 80경기 279타수 97안타 타율 0.348 24홈런 74타점 OPS 1.120으로 만족스러운 수치를 나타냈다.
 
 올 시즌 러셀은 김혜성과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러셀은 김혜성과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 키움 히어로즈


달라진 러셀, 빅리그 정상급 내야수의 위용 되찾을까

키움 역시 이 부분을 주목했다. 리그 수준에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장타력을 끌어올린 러셀이라면 2020년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키움은 러셀이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아주길 기대한다.

수비에서의 기대도 크다. 지난해만 해도 신준우, 김휘집 등 젊은 내야수들이 맡았던 주전 유격수 자리는 러셀의 몫이 됐다. 김혜성과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루면서 팀의 센터라인 강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키움의 팀 유격수 실책은 28개로 삼성 라이온즈(33개), 두산(29개)에 이어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3위였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기간에도 키움의 유격수 고민은 계속됐다. 러셀이 안정감 있게 많은 수비이닝을 소화한다면,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 수 있다.

키움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가운데, 러셀 역시 미국 현지에서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에 한창이다. 특히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것은 '벌크업'으로, 2020년 KBO리그에 왔을 때보다 훨씬 덩치가 커진 모습이다. 몸도, 마음가짐도 달라진 러셀이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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