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공개돼 세계적으로 'K-좀비'의 위력을 널리 알렸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에 좀비가 출몰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킹덤>은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멀지만 대중들에게 익숙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김은희 작가의 상상력과 류승룡, 주지훈, 배두나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판타지 사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벤저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처음 등장한 영화였던 <퍼스트 어벤저> 역시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제2차 세계대전은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근현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탄생한 슈퍼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와 슈퍼솔저 실험을 가능하게 한 천재과학자 하워드 스타크, 이에 맞서는 빌런단체 히드라와 히드라의 수장 레드 스컬 등은 모두 가상인물이다.

사실 오랜 역사와 문명을 가진 지역일수록 실제 역사와 문화적 상상력을 결합시킨 작품을 만들긴 더욱 수월하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역사들에 약간의 상상력만 더해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신화를 소재로 1932년과 1959년 두 번에 걸쳐 만들어졌던 호러영화를 모험과 액션, 코미디가 결합된 흥미로운 오락영화로 재탄생시킨 브랜든 프레이저와 레이첼 바이스 주연의 1999년 영화 <미이라>가 대표적이다.
 
 <미이라>는 세 편 모두 세계적으로 4억 달러가 넘는 꾸준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미이라>는 세 편 모두 세계적으로 4억 달러가 넘는 꾸준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UIP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한 여성배우

1970년 영국 웨스트민스터에서 태어난 레이첼 바이스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학창시절부터 모델로 활동하며 예술적 재능을 뽐냈고 대학시절 친구들과 극단을 결성해 연극을 만들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1990년대 초반부터 TV시리즈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바이스는 1994년 공포영화 <데스 머신>에 출연하며 영화에 데뷔했다. 바이스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작품은 1996년 키아누 리브스와 모건 프리먼 주연의 <체인 리액션>이었다.

같은 해 제레미 아이언스와 리브 타일러 주연의 <스틸링 뷰티>에 출연한 바이스는 1999년 드디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미이라>를 만났다. 바이스가 고대 이집트 문자에 능통한 도서관 사서 에블린 카나한을 연기한 <미이라>는 8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4억 1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바이스는 2001년에 개봉한 <미이라2>까지 에블린을 연기했다.

2001년 쥬드 로와 <에너미 앳 더 게이트>, 2002년 휴 그랜트와 <어바웃 어 보이>에 출연한 바이스는 2005년 <콘스탄틴>에서 9년 만에 키아누 리브스와 재회했다. 하지만 바이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은 같은 해 개봉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콘스탄틴 가드너>였다. 바이스는 <콘스탄틴 가드너>를 통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2001년 <미이라2>까지 출연했던 바이스는 2008년에 개봉한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출연을 고사하고 대신 <블룸 형제 사기단>과 <러블리 본즈> <내부 고발자>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2012년에는 톰 히들스턴과 함께 한 멜로영화 <더 딥 블루 씨>를 통해 뉴욕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에서 열연을 펼쳤다.

<레퀴엠>과 <천년을 흐르는 사랑> <블랙스완> 등을 만든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과 약혼해 2006년 아들을 낳은 바이스는 2011년 <드림 하우스>를 함께 찍으며 만난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와 재혼했다. 다작은 아니지만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바이스는 2021년 마블 히어로영화 <블랙 위도우>에서 나타샤(스칼렛 요한슨 분)와 옐레나(플로렌스 퓨 분)의 양어머니 멜리나 보스토코프를 연기했다.

여러 장르가 한 편에 담긴 종합 오락영화
 
 <미이라>는 한국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이라>는 한국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UIP

 
1999년에 개봉한 <미이라>는 1932년 보리스 칼로프 주연의 원작과 1959년 크리스토퍼 리, 피터 쿠싱 주연의 리메이크작 이후 40년 만에 세 번째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앞선 두 <미이라>가 미이라가 주는 무서운 외형을 강조한 공포영화로 제작된 번면에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미이라>는 주인공 일행이 역사 속에 묻힌 신비의 도시 '하무납트라'에 고대 유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제작됐다.

모험과 판타지, 액션, 공포, 코미디까지 섞인 종합 오락영화 <미이라>는 모험영화로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모험영화가 주는 재미에 로맨스와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차별화에 성공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도 이모텝(아놀드 보슬루 분)의 부활과정에서는 관객들을 긴장시키는 호러영화의 기법을 사용했고 압도적인 수의 식인 풍뎅이가 등장하는 장면 역시 여느 공포영화 못지 않게 끔찍하다.

<미이라>를 상징하는 주인공은 브랜든 프레이저가 연기한 릭 오코넬이지만 사실 <미이라> 1편에서 오코넬은 계약에 따라 움직인 '용병'에 불과했다. 실제로 오코넬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일행들에게 하무납트라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반면에 레이첼 바이스가 연기한 에블린은 이모텝의 부활주문을 읽는 큰 사고를 저지르지만 앞장 서서 이를 수습하려는 책임감을 보여준다. <미이라> 1편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오코넬이 아닌 에블린이었던 이유다.

<미이라>는 세계적으로 4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렸지만 10억 2700만 달러의 <스타워즈: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 6억7200만 달러의 <식스센스>가 올린 흥행성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 만큼은 서울에서만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1999년에 개봉한 외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한국은 12년 만에 돌아온 <스타워즈>보다 <미이라>의 흥행성적이 더 좋았던 흔치 않은 나라였다.

<미이라>는 2년 후 1편의 주역들이 다시 뭉친 <미이라2>를 통해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미이라2>는 오늘날 할리우드 최고의 흥행배우 중 한 명이 된 '더 락' 드웨인 존슨의 영화 데뷔작이다). <미이라>는 2008년 <미이라3: 황제의 무덤>까지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고 2017년에는 톰 크루즈가 출연한 4번째 리메이크작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물론 이 작품은 소머즈 감독이 연출한 1999년 버전과는 접점이 거의 없다).

<미이라>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대표배우
 
 브랜든 프레이저는 세 편의 시리즈에 출연하고 <미이라>를 상징하는 배우가 됐다.

브랜든 프레이저는 세 편의 시리즈에 출연하고 <미이라>를 상징하는 배우가 됐다. ⓒ UIP

 
브랜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시리즈 외에도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와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등 여러 히트작에 출연한 배우다. 특히 작년에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에서 270kg의 거구로 변신해 열연을 펼치며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관객들은 브랜든 프레이저라는 배우를 이야기하면 <미이라> 시리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물론 프레이저는 1999년과 2001년, 2008년에 걸쳐 제작된 3부작에만 출연했을 뿐 2017년에 개봉한 리메이크 버전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십 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이라>를 상징하는 배우로 기억될 정도로 프레이저는 릭 오코넬을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오코넬은 이집트에서 자랐음에도 고고학적 지식은 다소 부족하지만 현지에서 이름을 떨친 용병답게 뛰어난 임기응변과 전투능력으로 많은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어드벤처 장르 영화에서는 영화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개그 캐릭터가 필요한데 <미이라>에서는 에블린의 오빠 조나단 카나한 역의 존 한나가 그 역할을 맡았다. 조나단은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동생과 함께 하무납트라로 떠나지만 전투력도 약하고 딱히 지능이 뛰어난 캐릭터도 아니라 언제나 민폐가 된다. 하지만 이모텝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열쇠를 훔쳐내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활약으로 관객들에게 사랑 받은 캐릭터였다.

아낙수나문과 금지된 사랑을 하다가 산 채로 붕대에 감겨 생매장되는 형벌을 받은 이모텝은 호기심 넘치는 에블린의 주문 덕에 극적으로 부활하고 사람들의 정기를 빨아들여 인간의 형상을 되찾는다. 하지만 에블린의 주문에 불사의 힘을 빼앗기며 릭의 칼에 찔려 저승으로 돌아간다. 이모텝을 연기한 아놀드 보슬루는 <지.아이.조>에서 코브라 산하 용병단의 리더 자탄을 연기했는데 영화 속에서 이병헌이 맡은 스톰 쉐도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미이라 스티븐 소머즈 감독 레이첼 바이스 브랜든 프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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