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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쉴 권리’는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및 국제노동기구의 ‘사회보장에 관한 협약’의 권고사항이며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보편적 권리입니다. 하지만 한국 노동자들은 아프면 쉬기보단, 생계와 고용 걱정부터 해야 합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시작부터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을뿐 아니라, 정부가 제시하는 노동 및 보건의료정책들은 노동자 건강을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아프면 쉴 권리' 연속기고를 통해 네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룹니다.[기자말]
사회학에 '환자역할 행동'이란 표현이 있다. 아프면 진단 등 의료행위를 찾아야 하고 또 이미 진단이 된 경우는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행동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자역할 행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고 당연히 예방가능한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및 사망과 후유증이 빈발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환자역할 행동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대부분 개인의 인식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제도와 문화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아파서 혹시 무슨 질병이 있나 의심되어 진찰을 받으려 해도 다니던 직장에서 쉽게 쉬지 못한다거나 실제 아파서 오랫동안 치료를 해야 할 경우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해서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받고 싶은 진료를 못 받은 경우 그 원인에 대해 물어보면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인데 그러한 일이 안 생기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아프면 쉴 권리 보장에 관한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 제도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OECD 국가 가운데 상병수당이 도입되어 있지 않은 드문 국가이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염려스러운 까닭
 
아프면 쉴 권리
 아프면 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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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왜 아직도 제대로 된 상병수당이 도입되어 있지 않을까? 아픈 사람들의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제도 도입과 그 보장성 확충이 제대로 되려면 아파도 쉬지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인권 즉, 건강권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내용이 모두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코로나19를 거치며 한국의 문제 즉, 아파도 버티다가 질병을 키우거나 그 사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파할 가능성을 키운다는 문제 때문에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도입되었다. 이미 1년을 했고 앞으로 2년 더해서 한국사회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범사업을 보면 여러가지 염려가 더욱 커진다.

문제는 상병수당 보장기간은 너무 짧고 일을 못하는 일수에 대해 보장해주는 액수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시범사업 모형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최대가 네 달이고 최대 지원 액수는 하루에 4만3960원이었다. 지원 액수는 올해 물가를 반영하여 조금 더 오른다고는 하는데 일부 지자체들에서 시행중인 유급병가 하루 지원액수인 약 8만원대와 비교해도 절반정도여서 향후 본 사업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외국은 상병기간이 길어지면 보장액수가 더 늘어나거나 혹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보장액수가 더 커지는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평소 소득의 50~100% 다양한 범위의 보장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수혜자들의 만족도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보장일수도 최대 1년을 넘기는 외국 사례도 있어서 실질적으로 보장기간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시범사업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

원래 상병수당 제도 취재와 정면 배치되는 윤석열표 선별 서비스

그런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올해 시작되는 2차시범사업이다. 상병수당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보편서비스로 시행되어야 하고 외국도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원칙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번 윤석열 정부 들어서 소득하위 50% 이하인 사람에 대해 적용되는 '선별서비스'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것은 원래 상병수당 제도의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시범사업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질병에 걸리면 자동으로 상병수당이 적용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봐야 하는 신청주의는 당연히 제도 혜택 대상이 줄어드는 결과를 이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슬아슬하게 대상자는 안되지만 많은 치료비와 소득상실로 가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지 않겠는가?

아울러 상병수당제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아파도 쉴 권리가 직장에서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제도도 그림에 그려진 곶감에 불과할 것이다. 국가인권위가 이미 제도 권고를 했듯이 근로기준법에 유급병가를 명시하여 직장에서도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여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할 필요도 있다.

나아가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정도의 대기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제도 취지상 근로활동이 불가능한 질병에 대해 소득 대체를 보장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근로활동을 못하는 질병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은 직장에서의 유급병가로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리고 직장이 특정되지 않는 특수고용직 등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유급병가제도 시행이 입체적으로 보장되어야 비로소 아프면 쉴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버티고 버티다 병 키우는 비극,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아파도 버티고 버티다 질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비극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건강권 보장이라는 인권 차원의 건강보장으로까지 한국사회의 혁신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에 관심 갖는 외국인들이 한국은 치안이 잘 되어 있다, 교통이 편리하다, 등등 눈에 보이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며칠, 몇 달 지내면서 보면 볼수록 매력을 느끼는 사회가 되도록 하려면 출산율이 낮고 자살률이 높은 문제 그리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버티는 문제 등을 극복해야 한다. 일단 시범사업 중인 상병수당 제도부터 제대로 시행되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에는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 노조 의료연대본부,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사)시민건강연구소, 전국불안정노동철 폐연대가 함께합니다.  

태그:#아프면 쉴 권리, #상병수당 시범사업, #건강권보장 , #상병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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