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우리카드전에서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우리카드전에서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 KOVO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기적 같은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후인정 감독이 이끄는 KB손해보험은 1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우리카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3-25, 20-25, 34-32, 25-21, 15-10)로 역전승을 거뒀다. 

KB손해보험은 1~2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으나 3~5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치고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이겼다. 이로써 승점 27(9승16패)을 기록한 6위 KB손해보험은 5위 한국전력(승점 32)과의 격차를 좁혔다.

반면에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3위 우리카드는 3연승을 질주하다가 2연패를 당하며 승점 39(14승 11패)를 기록하고 있다. 2위 현대캐피탈(승점 46)과는 격차가 꽤 있다. 이날 두 세트를 따내면서 승점 1은 건졌으나,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비예나 때리고, 박진우 막고... 배구는 3세트부터 

기선 제압은 우리카드의 몫이었다. 리버맨 아가메즈, 나경복, 김지한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폭발적인 공격을 앞세워 주도권을 잡았다. KB손해보험도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우리카드는 미들 블로커 최석기가 블로킹을 잡아내며 세트 포인트를 만든 뒤 김지한이 오픈 공격을 성공하며 25-22로 1세트를 따냈다.

우리카드는 2세트에서도 2~3점 차 리드를 유지하다가 황승빈의 서브 에이스, 아가메즈의 블로킹 등이 터지면서 19-13으로 치고 나갔다. KB손해보험은 안드레스 비예나의 3연속 서브 에이스로 뒤늦게 살아났으나, 따라붙기에는 너무 큰 점수 차였다. 

그러나 3세트부터는 KB손해보험의 무대였다. 이번에도 KB손해보험은 22-24로 몰리며 '셧아웃' 패배를 눈앞에 뒀으나, 황경민과 비예나의 연속 득점으로 듀스를 만들었다. 이후 6차례나 우리카드에 리드를 내줬지만, 1점 차를 유지하던 KB손해보험은 상대 범실과 비예나의 득점으로 듀스 돌입 후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치열한 공방전 끝에 34-32로 3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도 위기의 연속이었다. 비예나를 앞세워 점수를 쌓았고 세트 중반 20-15까지 달아났으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서 연거푸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연속 5점을 내줘 순식간에 20-20 동점이 됐다. 

하지만 비예나가 또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비예나가 백어택을 연속으로 성공하며 우리카드의 추격을 끊어낸 KB손해보험은 박진우가 결정적인 블로킹까지 성공하며 4세트까지 따내고 세트 스코어 2-2를 만들었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으나, 분위기는 기사회생한 KB손해보험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마지막 5세트 승부처였던 11-10에서 비예나가 연속으로 쳐내기 공격을 성공하며 13-10으로 벌렸고, 박진우가 아가메즈, 최석기의 공격을 연속으로 블로킹하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비예나였으나, 박진우는 결정적인 블로킹 9개를 포함해 12점을 올리면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예나 오고 달라진 KB손해보험, 봄 배구 갈까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 안드레스 비예나가 우리카드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 안드레스 비예나가 우리카드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 KOVO

 
비예나는 패배 직전까지 갔던 KB손해보험을 구하면서 '효자 외국인'의 활약을 보여줬다. 풀 세트를 뛰면서도 공격 성공률 63.64%를 기록하고, 서브 에이스 4개를 곁들여 46점을 올리면서 대한항공 시절 2019년 12월 세웠던 39점을 넘어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3년여 만에 갈아치웠다.

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말리 특급' 노우모리 케이타의 활약에 힘입어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준우승까지 거머쥐었으나,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때문에 힘든 출발을 해야 했다. 케이타가 이탈리아 무대로 떠나자 세르비아 출신 니콜라 멜라냑을 데려왔으나, 부진을 거듭하며 실망을 안겼다. 

끝내 작년 12월 니콜라와 결별한 KB손해보험은 고민 끝에 V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스페인 출신의 비예나를 새 외국인 선수로 선택했다. 때마침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주전 세터 황택의까지 복귀했다. 

비예나가 오자 KB손해보험은 달라졌다. 기복이 심했던 니콜라와 달리 안정적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니콜라가 있을 때는 4승 11패로 부진했던 KB손해보험은 비예나가 온 뒤 5승 5패를 기록하며 승률도 껑충 뛰었다. 

비예나의 활약은 KB손해보험을 바꿔놓았다. 비예나가 상대의 블로커 라인을 흔들자 황경민, 한성정 등 국내 공격수들의 득점도 올라가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단이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지난 24일 1위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었고, 이날 우리카드전 승리를 포함해 최근 2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강력한 '뒷심'을 과시했다.

비예나는 키가 193cm로 외국인 선수로서는 비교적 단신인 것이 약점이지만, 점프력이 뛰어나고 수비 능력도 준수하다. 또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무대를 경험한 덕분에 '배구 센스'도 탁월하다.

KB손해보험이 올 시즌 처음부터 비예나와 함께했더라면 지금보다 순위가 더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봄 배구 경쟁은 현재진행형이고, 만약 오르기만 한다면 단기전에서 이변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KB손해보험의 후반기 반등이 남자부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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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KB손해보험 안드레스 비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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