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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 나들이 모습. 인천개항박물관의 개항장 전시벽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오무라 마스오 교수 (2022.11.22) (사진,  작가)
 삶의 마지막 나들이 모습. 인천개항박물관의 개항장 전시벽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오무라 마스오 교수 (2022.11.22) (사진, 작가)
ⓒ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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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연구를 한다거나 책을 쓴다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면 그 누구나 오무라 마스오 교수님의 자료를 활용하고, 가르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인데 그는 일본 내에서 윤동주 연구의 일인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특히 오무라 교수님은 1985년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중국 조선족문학연구를 위해 1년간 연구 교수로 있을 때 윤동주(1917~1945) 시인의 무덤을 찾아낸 분이고,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尹東柱 自筆 詩稿 全集)>을 펴내는 등 윤동주 연구에 쏟은 시간과 정성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에 있는 도다 이쿠코씨가 펴낸 <동주의 시절> 책을 보내와 우편으로 자택에 보내드렸을 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시던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은 오무라 교수님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야나기하라 야스코씨가 평생 윤동주 시인을 포함한 한국문학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지난 1월 15일, 세상을 뜬 일본 학자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89살) 와세다대 명예교수에 대해 말했다.

야나기하라 야스코(楊原泰子)씨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詩人尹東柱を記念する立教の会)'의 대표를 맡아 25년 넘게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삶의 마지막 나들이 모습.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이라는 주제의 전시에 대해 함태영 운영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오무라 마스오 교수, 휠체어를 끄는 이는 오무라 교수의 손녀(1922.11.22)
 삶의 마지막 나들이 모습.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이라는 주제의 전시에 대해 함태영 운영팀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오무라 마스오 교수, 휠체어를 끄는 이는 오무라 교수의 손녀(1922.11.22)
ⓒ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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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하라 야스코씨는 지난 22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5년 전, '윤동주의 고향을 찾아가는 모임'을 통해 미리 윤동주 시인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을 때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님께서 귀중한 사진과 자료를 주셨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오무라 교수님은 제가 윤동주 시인의 시와 생애를 접하는 첫걸음부터 지켜봐 주신 분이다. 뛰어난 문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 역사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소소한 발언 하나에도 문제가 있으면 수정 사항을 써서 엽서로 보내주실 만큼 정확성을 요구하시는 등 배울 점이 많았던 분"이라고 술회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근·현대 문학 전문가인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윤동주 관련 논문과 책을 10여권 이상 펴냈다. 개화기부터 카프문학을 거쳐 일제말기에 이르는 한국문학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북한문학 더 나아가 중국 조선족 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한국문학 사랑은 끝이 없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이기영(1895~1984)의 장편소설 <고향>을 일본어로 번역해 지난 2018년 제16회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았고, 2022년 11월에는 제28회 용재학술상을 수상했다. 용재학술상은 문교부 장관, 연세대 총장을 역임한 용재 백낙준 박사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해마다 한국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쌓은 석학에게 주는 상이다.

나는 왜 한국문학 연구자가 되려 하나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2023년 1월 15일 세상을 뜨기 1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22일, 인하대에서 특강을 했다. 사진은 홍보전단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2023년 1월 15일 세상을 뜨기 1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22일, 인하대에서 특강을 했다. 사진은 홍보전단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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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세대의 용재학술상을 받기 위해 지난해(2022) 11월 22일, 한국을 방문한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88살의 노구를 이끌고 휠체어에 의지하여 시상식에 참가했다. 이후 인천의 관동갤러리를 찾아 <동주의 시절> 책을 펴낸 도다 이쿠코(戶田郁子) 작가와 만나 "<동주의 시절>에 대해 한 꼭지, 한 꼭지 신중하게 책을 읽었다. 정말 좋은 책을 만들었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인천관동갤러리와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및 개항박물관을 찾았으며 오후에는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 대회의실에서 '나는 왜 한국문학 연구자가 되려고 하나?'라는 주제로 줌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줌 강연회에 참가한 도다 이쿠코 작가는 "강연회에서는 주로 김학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특히 연변에서 감시받고 있던 김학철 집에 매주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오무라 마스오 교수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도다 이쿠코 작가는 "앞으로 윤동주에 관해 문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윤동주를 조명해도 좋다는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인증서라도 받은 듯 기뻤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아직 수교하기 전인 1985년, 오무라 교수가 윤동주 연구를 위해 중국 연변대학에 마물고 있을 무렵, 국내에서는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 시절, 윤동주의 무덤을 찾아내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수많은 자료 수집과 연구실적으로 윤동주를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린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한국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 흔한 백과사전에도 이름이 보이질 않을 정도다.

하지만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삶을 마감하기 한 달쯤을 남겨 놓은 시점에도 한국으로 건너와 문학강연을 하고, 문학관을 관람하는 등 평생 한국어와 한국문학과 한국인의 삶 속에서 보냈다. 그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한국근대문학 연구의 대부(代父 )라고 부르고 있다.
 
1985년 오무라 마스오 교수가 찾아낸 윤동주 무덤은 이후 윤동주를 기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사진은 도다 이쿠코 작가(왼쪽)가 한중 수교전인 1989년 여름, 무덤을 찾았을 때의 모습
 1985년 오무라 마스오 교수가 찾아낸 윤동주 무덤은 이후 윤동주를 기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사진은 도다 이쿠코 작가(왼쪽)가 한중 수교전인 1989년 여름, 무덤을 찾았을 때의 모습
ⓒ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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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누구? 

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1933.5.20.~2023.1.15.) 교수는 중국·조선(한국)문학자며, 와세다 대학 명예교수를 지냈다. 1957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졸업, 1962년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중국문학전공 박사과정 중퇴, 1964년 와세다 대학 전임강사, 2002년 정년을 마쳤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중국 조선족 문학의 역사와 전개>, <조선근대문학과 일본>, <조선을 아는 사전>, <조선문학 관계 일본어 문헌 목록 1882.4~1945.8> 등이 있다.

번역서는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39-1945, 창작집> 전6권,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39-1945, 평론> 전3권,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01-1938, 창작집> 전5권, <근대조선문학일본어작품집,1901-1938, 평론・수필집> 전3권 , 김윤식의 <상흔과 극복 한국의 문학자와 일본> 등 다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오무라 마스오, #윤동주, #야나기하라, #도다, #오무라 마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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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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