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해녀들이 18일 독도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는 독도 바다를 이용했던 제주 해녀의 독도 개척사를 살펴보고 관련 내용을 수집·정리해 영토주권 강화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이번 제주 해녀 독도 탐방 행사를 마련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의 독도 해양조사에 계속 이의를 걸고 있다. 지난 5월에 이어 8·15 광복절 뒤에도 조사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를 제기했다.
1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 국립해양조사원 조사선인 '해양 2000'이 지난 18일 오후 독도 북동쪽 100킬로미터에서 작업을 했고, 이 모습을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포착했다. 그런 직후, 일본 외무성이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은 2022년 여름까지 새로운 독도 대책을 만들겠다며 2021년 12월 8일부터 자민당 독도대응팀을 가동했고, 지난 3월 29일에는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강화한 교과서 검정 결과를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최근 행동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미쓰비시·일본제철 같은 전범기업을 겨냥한 강제징용 현금화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강화해 윤석열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면, 현금화 문제에서 윤 정부의 협력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성급한 접근법을 시도하기 힘들면서도, 한국이 독도 해양을 조사할 때마다 위와 같은 강경 분위기를 어김없이 연출하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독도 인근에서 한국 조사선을 발견한 지난 18일, 독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오영훈 제주지사와 함께 이 섬에 상륙했다. 오영훈 지사와 함께 독도를 방문한 34명의 해녀 중에서 김공자·고정순·임영자·홍복열씨 네 명은 1950년대 독도 수호의 최일선에 섰던 주역들이다.
이 해녀들이 오영훈 지사와 함께 독도를 방문한 사실이 23일 언론에서 조명됐다. 김공자씨는 오 지사와 함께 이번에 울릉군으로부터 독도명예주민증을 받기도 했다.
사명감 품고 위험 감수한 해녀들
▲ 경북도가 광복 77주년을 맞아 개최한 '제주 해녀 독도 초청 행사'에는 1950년대 말 독도에서 실제 물질을 했던 김공자씨 등 해녀 4명도 포함됐다. 사진은 김공자 해녀와 새끼 강치(1950년대 말 독도). ⓒ 연합뉴스
'독도 수호자' 하면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의 독도의용수비대와 독도경비대(경찰) 등이 연상되지만, 독도의용수비대와 함께 이곳을 지킨 제주 해녀들도 빼놓을 수 없다. 물속에 가려 있었던 그들의 공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조명할 필요가 있다.
해방 이후에 제주 해녀들이 집단으로 독도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독도의용수비대의 해녀 모집이었다. 김수희 영남대 독도연구소 연구교수는 2012년 <대구사학>에 실린 논문 '독도어장과 제주해녀'에서 "제주 해녀의 독도 거주의 시작은 독도의용수비대가 모집한 이후"라며 "처음 독도의용수비대는 지인을 통하여 해녀들을 모집하였다"면서 "1954년 3살 된 딸을 데리고 독도에 간 조봉옥 해녀는 자신이 가장 먼저 갔다고 했다"고 설명한다.
홍순칠 대장이 결성한 독도의용수비대가 해녀들을 초대한 것은 이 어장을 지키려면 군사적으로 방어하는 일뿐 아니라 경제·산업적으로 활용하는 일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미역 어장인 이곳이 한국인들에 의해 활성화돼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봤던 것이다.
해녀들이 독도로 진출한 일차적 목적은 생계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독도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이들의 생계 활동은 그 자체가 공적 활동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용수비대와 협력 중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자신들이 지키지 않으면 일본 어민들이 몰려오리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했기 때문에, 사명감을 품고 위험 부담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해녀들이 그 같은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은 이들이 생계 활동뿐 아니라 독도 지킴이 활동에 참여한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이들의 독도 수호 활동은 독도의용수비대나 독도경비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제주 해녀들의 숨은 노력과 공로
영남대 독도연구소에 속한 이태우 연구교수는 지난 6월 <독도연구>에 기고한 '독도의용수비대 활동의 주민생활사적 의미'를 통해 "제주 해녀들은 (독도의) 동도에 사는 의용수비대와 함께 일본의 침탈 야욕에 맞서 독도 지킴이에 큰 일조를 하였다"라고 평가한다.
이어 "1954년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 대장이 동도에 독도경비대 막사를 지으려고 통나무를 싣고 왔는데 물가까지 옮길 수 없었다"라며 "해녀들은 바다에 떨어뜨린 통나무를 물가까지 밀어주고 막사를 짓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하고 이런 일화도 소개한다.
"또한 먹을 물이 떨어져 곤경에 처했을 때 해녀들은 서도 물골에서 물을 실어 동도에 살던 경비대원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파도로 울릉도 보급선이 독도에 접안할 수 없어 경비대원들이 아사 직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해녀들은 풍랑 속에 뛰어들어 부식물을 받아오기도 했다."
독도의용수비대나 독도경비대는 대한민국 영토의 동부전선을 지키는 조직이었다. 그렇지만 지리적·재정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사회와 국가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그런 빈틈을 메워주면서 독도 수호를 가능케 했던 주역들이 바로 제주 해녀들이다.
아사 직전인 경비대원들을 구하고자 풍랑 속에 뛰어들어 음식을 챙겨오기까지 했다. 목숨을 걸고 독도 수호 활동을 보조했던 것이다. "독도를 지킨 독도의용수비대와 경비대의 활동 뒤에는 제주 해녀들의 숨은 노력과 공로가 있었다"고 김수희 교수의 논문은 평가한다.
독도를 무대로 미역도 채취하고 영토 수호도 했던 제주 해녀들의 모습은 과거 언론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66년 5월 17일 <동아일보>에 실린 3장의 커다란 사진도 그중 하나다.
총을 멘 독도경비대원이 섬을 순찰하는 사진 옆에 "행여 히노마루가 안 보이나 - 지그시 수평선을 응시하고 있는 독도 경비대원"이라는 설명문이 딸려 있다. 행여라도 일장기 게양한 어선이 독도에 출몰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담은 사진이다.
바로 그 밑의 사진 속에서는 해녀가 미역 작업을 하고 있다. "한창 미역철에 접어든 독도, 멀리 제주에서 원정 온 해녀들이 따 말린 미역을 거둬들이고 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 1966년 5월 17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바람잔 변지… 독도' ⓒ 동아일보
"우리 땅이니까"
1997년 광복절에 발행된 <경향신문>에는 1960년대부터 독도 해역에서 어로활동을 했고 1991년에 독도로 주민등록을 옮긴 김신열·김성도 부부가 소개됐다. 제주 해녀인 김신열씨가 김성도씨를 만난 것은 그곳 바다에서였다. 두 사람 다 어로 활동을 하던 중에 서로를 알게 됐다.
기사는 "김씨 부부는 여름 한철 빼곤 언제나 그곳서 지낸다"고 한 뒤 "오징어도 잡고 물질도 하지만, 진짜 일은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도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없으면 이곳에서 버티기 힘든 사정을 반영하는 표현이다.
기사는 "묻지도 말래요. 독도에서 청춘을 다 보냈습니데이. 어느 놈도 독도 곁에 얼씬거리면 쥑여뿐집니데이"라는 김성도씨의 말을 소개한 뒤 "아내 김씨도 독도에 시비를 거는 일체의 것들을 '숭악한 띵까이'라며 묵살한다"고 전한다. 이 기사는 "뭐하러 또 들어가노"라며 울릉도 이웃들이 말릴 때마다 이들 부부의 입에서 나온다는 "우리 땅이니까"라는 한마디로 끝난다.
해녀 김신열처럼 '독도에 시비를 거는 일체의 것들'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품고 독도 바다에서 물질을 했던 제주 해녀들이 이번에 독도를 방문했으며 이들의 숨은 노력이 대단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독도 침탈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는 우리 한국인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하는 것이나 과거에 그들이 그처럼 헌신했던 것은,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이 사안에서도 우리가 가해자 아닌 피해자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남의 것을 빼앗고자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어느 놈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겠다며 내 것을 사수하는 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