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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 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움에 젖어 봤다
▲ 그리움 해가 저물어 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움에 젖어 봤다
ⓒ 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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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살아간다. 가정에서는 가족들, 직장에서는 동료,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선생님 등 살아온 세월이 길수록 이런 관계되는 사람들의 수나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관계들 속에서 꾸준히 그 만남을 이어가고, 처음에 가졌던 목적을 유지해가는 관계는 얼마나 될까?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그 만남을 꾸준히 이어가곤 한다. 어릴 적 만났을 때에도 서로 간에 관심 분야가 비슷하던가, 성격이 잘 맞는다던가 등의 이유야 있겠지만 서로 간에 이익, 목적, 도움되는 이유 등을 찾아서 만났던 것이 아니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부담 없이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실제 나도 학창 시절 만났던 친구들 중에 이런 관계를 지금까지 이어오는 친구들이 있다. 서로 직업도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르고, 결혼한 시기도 다르고 비슷한 점을 찾기가 더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르지만 그 시절을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30년 세월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직장에서 함께하는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친구들과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런 비슷한 점을 생각지 않더라도 평상시 하루 중에 가족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유사한 업무를 하고, 비슷한 업무 환경과 같은 직장상사 등 함께 공유하는 시간, 주변 사람 등이 학창 시절 친구 관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공통점이 많고, 회사 이야기만 해도 서로 공감이 많이 가다 보니 학창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만큼 가까워지고, 관계의 지속성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직장에서의 관계는 친구와의 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함께한 시간이나, 환경 등이 같다고는 하지만 서로 공감이 가는 시간만큼만 함께 할 수가 있다. 즉, 함께 회사를 다니는 동안만 그 관계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이유가 되었든 서로 다른 회사를 다니게 되고, 하는 업무들이 달라지게 되면 친구들과는 다르게 그 만남의 유지는 어렵게 되고, 가끔 만나더라도 공유했던 시간에 대한 추억 또한 희미해져 갈 것이다.

함께 고생하고, 즐겼던 시간은 친구들과의 추억했던 학창 시절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그리움의 깊이나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롭게 이직한 회사나 부서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관계를 맺느라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 또한 지속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서로 간에 이해관계나 목적 없이 만났던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는 자주 만나지 못하더라도 만날 때마다 나름의 반가움과 그리움이 있다. 원하는 것 없이 좋아서 만났던 친구들은 주기적이든, 비주기적이든 만남의 횟수가 중요하지 않다. 당장 내 친구들만 보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만남의 횟수는 일 년에 한두 번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이 어색함이 없고, 항상 반갑고, 헤어질 때는 늘 아쉬웠다. 하지만 직장에서 관계는 웬만큼 자주 만나는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마음을 나눴던 동료가 아니면 가끔 만나면 어색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며 사람과의 관계없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은 누군과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목적이 있든, 특별한 목적 없이 만나는 모임이던 그런 관계 속에서 외로움도 잊게 되고, 즐거움도 늘어나는 법이다.

맺은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자에게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릴 적 철 모르고 만났던 친구들과는 다르게 머리가 크고 나서 만난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시간과 마음을 꾸준히 쏟아야 그 관계는 이어진다.

만일 그런 노력이 어렵다면 지금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현재를 충실히 즐기면 된다. 이렇게 환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동료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자신의 직장 생활의 안녕과 목적이 있어서 만나는 모임일 것이다. 싫든 좋든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다.   

쉽게 맺어진 관계일수록 그 끝 또한 쉽게 끝날 수 있다. 어떤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영겁의 시간이 거듭되어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이렇게 만났던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인연을 만난다면 아낌없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 관계를 이어가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그런대로 지금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당장 필요한 만큼의 관계를 유지하면 될 것이다.  

내게도 이렇게 현재 직장동료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나는 과거 동료나 지인이 있다. 한때는 업무하며 고생도 함께하고, 어울려서 술도 자주 마셨다. 그럴 때만 해도 친구 이상의 친분을 과시했고, 그 관계는 영원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 다른 직장들을 다니거나 전혀 다른 업무를 하게 되면서 과거만큼은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모임도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과의 관계는 정량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시간을 쏟은 만큼 많이 만났던 사람들이 조금 더 가깝고, 편한 것은 인정하기 싫은 결론이다. 잘잘못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에서 답을 얻은 당연한 진실일 뿐이다. 목적 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에너지를 쏟아 사람을 얻든가, 그게 아니면 지금 있는 현재의 환경에 충실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회사, #친구, #동료, #진심,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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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일상과 행복한 생각을 글에 담고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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