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20010212]

2000년 2월 12일, 이날은 내가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쓴 날이다. 앞서 2000년 11월 근무하던 노인복지관을 나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여주던 때였다.

불러주는 곳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어 아주 많이 자유로웠다. 당시 내가 쓴 기사의 큰 주제는 영화 속의 노년과 책 속의 노년. <유경의 녹색노년> 연재 면에 쓴 기사를 모아 2003년 첫 책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서해문집, 2003)를 펴냈다.

그 후 흐르는 세월과 함께 초등학생이던 두 아이는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이 되었고 나는 40대 초반에서 예순이 코앞인 50대 후반이 되었다. 그리고 2017년 홀로 쓴 책으로는 네 번째, 여럿이 함께 쓴 책을 포함해서는 열 번째인 새 책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궁리)가 태어났다. 

[10]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겉표지.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겉표지.
ⓒ 궁리출판사

관련사진보기

27년 동안 노인복지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께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이름, 부모, 고향&추억, 청춘, 꿈, 일, 몸, 나이, 관계, 떠남' 등 50+세대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굵직굵직한 인생 경험들을 열 가지 키워드로 뽑았다. 그리고는 각각의 키워드에 적합한 그림책을 골라 50+시니어들과 함께 보며 읽고 경험과 느낌을 나누었다.

50+세대의 그림책에 대한 감수성은 어린이들이나 젊은 사람들과는 다른 색깔과 결을 지니고 있다. 어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삶의 나이테 없이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눈물과 뭉클함과 가슴 떨림이 그림책 사이사이로 스며들곤 한다.

오십이 넘어 인생의 언덕 하나를 또다시 넘고 있는 분들에게 지나온 날들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여 끌어안고 앞에 남아 있는 생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인생의 키워드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경험이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에 수업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수업시간에 각자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데 사용한 활동기록지(work sheet)도 함께 실었는데, 이 활동기록지를 직접 기록하다 보면 짧지만 나름 의미 있는 자서전이 되기도 한다.

[50]

50+세대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를 포함해 50세부터 64세까지를 일컫는 말인데, '시니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의 노인세대와는 여러모로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미래의 새로운 노년세대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연령층이기도 하다.

이미 은퇴가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 더 살아야 하는, 아니 어쩌면 오히려 남은 인생이 더 길 수도 있는 50+세대를 위해 정책과 예산은 물론이고 활동 공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의 열정 또한 상상 이상이어서 다른 세대들이 놀랄 정도다.

인문학 공부며 새로운 기술 익히기, 일자리와 일거리를 위한 고민, 공동체 꾸리기 등 50+세대의 뜨겁기만 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금은 조용한 듯 느긋하고 때론 지루하리만큼 느리게 가는 시간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잠시 쉬어가고 싶었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에는 나의 이런 마음이 담겨있다.

[90]

50+세대와 함께하는 그림책 수업을 시작하면서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께 그림책을 들고 가 보여드리며 함께 읽곤 했는데, 4개월 전 쯤 어머니는 노인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이 책은 내 시니어 그림책 수업의 첫 학생이 되어주셨던 구순의 어머니께 바치는 책이기도 하다.

예전에 90세라고 하면 특별한 몇몇 분에게만 주어진 까마득한 나이라고 여겼는데,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나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후반생(後半生) 설계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장수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제도의 정비와 함께 개인의 고민과 노력이 더해져야 하는데, 그림책을 함께 읽어나가면서 어느새 굳어져버린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면서 살아온 인생을 중간점검하고 남은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울러 그림책 자체가 손주들을 포함한 아랫세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00]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은 '행복한 이모작 학교' 시리즈 1차분의 제1권으로, 제2권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강현숙)과 제3권 <쫌 앞서가는 가족>(김수동)이 이번에 함께 나왔다.

'행복한 이모작 학교' 시리즈는 앞으로 50+를 위한 묵은 감정 풀어내기, 시니어와 반려동물, 시니어 배낭여행기, 3세대 모두가 행복한 조부모 육아, 치매 및 요양, 일명 존엄사법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50+세대의 죽음준비를 통한 삶 들여다보기 등을 주제로 다양한 책들을 계속 펴낼 예정이다.

내가 제1권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했으니 100권 째를 맡게 된다면 어떨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50+ 당사자로서 동년배들과 수없이 많은 고민을 나누고 함께 궁리하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한 노년역(驛)에 이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키워드 10

유경 지음, 궁리(2017)


태그:#50+, #오십플러스, #그림책, #이모작, #행복한이모작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