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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의정보고서 3호.
 글쓴이의 의정보고서 3호.
ⓒ 황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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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지역 언론에는 '의정보고서'와 관련된 기사가 실렸습니다. 내용인 즉, 지역 기초·광역의원들이 매년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배부하는 것은 고사하고 만드는 것부터 인색하다는 것이었는데요. 기초의원의 경우 대구 8개 구·군의 기초의원 115명 중에서 매년 의정보고서를 발행해온 것은 서구의회 장태수(노동당) 의원과 저밖에 없었더군요. 처음 지역 언론에서 의정보고서와 관련된 기사를 쓴다고 취재 연락을 받을 땐 내심 '이런 것도 뉴스가 될까' 싶었는데, 모아 놓고 보니 뉴스가 될 만했다 싶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다음 선거의 당락 여부를 떠나 현재 그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주민들에 대한 책임감으로라도 의정보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본인 홍보도 할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거죠. 그래서 저는 매년 의정보고서를 만들고 있습니다만,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더군요.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면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기획에서부터, 실제 인쇄는 어떻게 하고 배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이르기까지, 시작부터 마무리를 오로지 본인이 해야 하니 말입니다.

나름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평상시에도 의정활동 소식을 잘(?) 공유하고 있었노라 생각합니다만, 블로그 독자나 SNS 인맥을 놓고 보면 동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죠. 마음 같아선 유권자 숫자만큼 뽑아서 집집마다 다 돌리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부족하나마  4000~5000부가량 만들어서 지인과 당원들과 함께 이 동네 저 동네 발길 닿는 대로 돌릴 수밖에 없더군요.

요즘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동 입구마다 공동현관 도어락이 설치돼 있어서, 입주자 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를 통해 "의정보고서인데요. 우편으로 하면 집집마다 다 들어가는 건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직접 배부하고 있습니다. 우편함에 꽂을 수 있도록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양해를 구해가며 했습니다.

그렇게 양해를 구했다고 해도 주민들이 우편함에 다 꽂는 건 싫어한다며 난색을 표하면, 그저 엘리베이터 입구에 수십 부를 놓아두는 방법밖에 없더군요. 도어락이 없는 곳인데 우편함에 꽂아둔 의정보고서가 하루 만에 없어진 경우는 '아… 고스란히 폐지가 됐구나'라고 짐작만 할 따름입니다.

인쇄비를 줄이기 위해 B4 한 장을 접어 총 4면으로 구성했고, 우편 발송료도 아끼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판 결과 30~40만 원 정도의 비용만으로 제작에서 배부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사를 통해 기획·인쇄를 하고 우편 배송까지 했다면 몇 곱절은 더 필요했을 테죠. 월정수당에 각종 활동비가 포함된 월 274만 원이 '월급'인 형편에(대구 동구의회 기준), 미리 비용을 적립해뒀다 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본적인 소통도 안 하면서, 부작용 있으니 의회 없애자고?

대구 동구 효목1동 청년회가 주최한 경로 떡국 대접 행사. 글쓴이도 회원이라 일손 돕는 겸 어르신과 얘기도 나눴다. 오른쪽 끝이 글쓴이.
 대구 동구 효목1동 청년회가 주최한 경로 떡국 대접 행사. 글쓴이도 회원이라 일손 돕는 겸 어르신과 얘기도 나눴다. 오른쪽 끝이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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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나 주요 단체 회의 자리에서 인사말 겸 의정활동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있습니다만, 회의 참석자들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만나본 기초의원들 상당수는 의정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시더군요. 그런데도 꾸준히 제작해온 사람이 적은 것을 보면 의정보고서 만드는 게 그렇게 절박한 일은 아니라서 그런 것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볼 따름입니다.

대구 지역은 새누리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입니다. 지역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공천이 곧 당선이니 굳이 의정보고가 무슨 필요가 있었겠냐'는 지적도 곁들이고 있더군요. 최근 정치개혁의 상징인 것처럼, 기초의원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 기초의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에서는 이참에 아예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더군요. 한 가지 지적은 꼭 해야겠습니다. 대구 기초의원 대부분이 새누리당 소속인데, 새누리당은 그간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성찰부터 해야죠. 그동안 주민의 대표자로서 기본적인 소통조차 소홀해온 이들이, 기초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부작용만 낳는다며 아예 없애버리자고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속 의원들의 정책 역량을 높이고 주민들과 소통하도록 노력을 해왔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은 겸허히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외면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덮어둔 채, 그저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의정보고가 의무도 아니요,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곧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부터 동네 일꾼 선택의 기준 중에 하나가 된다면 어떨까요? 모르긴 몰라도 다음부터 '의정보고서'는 기본 중에 기본이 돼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모쪼록 앞으로는 의정보고서 제작 여부가 '뉴스'가 되는 일은 없기를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통합진보당 대구 동구의회 의원입니다.



태그:#의정보고서, #기초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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