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줄거리가 들어 있습니다.

 

'마틴'과 '루디', 두 남자 모두 잘 나가거나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마틴은 좀 거칠어 보이고 루디는 얌전하고 소심해 보인다. 친구도 아니고 한 동네 사람도 아닌 두 남자가 하필이면 병원에서 만난다. 그것도 각자 시한부 선고를 받는 그 순간에 말이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포스터

▲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포스터 ⓒ (주) 엣나인필름

마틴은 뇌종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이고, 루디는 골수암 말기. 같은 병실 옆 침대에 나란히 자리 잡게 된 두 남자, 어찌 어찌 의기투합하여 병원 주방에서 몰래 술을 마시게 되고,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훔친 차가 하필이면 조직폭력배의 차였고, 거액이 담긴 돈 가방이 트렁크에 들어있었다는 사실. 그러니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 낀 악당들에게 쫓기는 것은 당연한 일. 거기다가 처음에는 그 많은 돈이 차 안에 있는 줄 몰랐기에 주유소와 은행을 털어 도주 비용을 마련하느라 경찰에도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거액의 돈 가방을 확인한 후 두 남자는 최고급 호텔에 투숙하게 되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기로 한다. 이름하여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 

 

마틴은 20개, 루디는 8개를 적었지만 남은 날이 많지 않아 각자 첫 번째 소원을 공개하기로 한다. 마틴은 엄마에게 캐딜락 선물하기, 루디는 두 여자와 잠 자기.

 

경찰과 악당 양쪽에 쫓기는 신세니 우여곡절이 없을 수 없다. 그에 더해 시시때때로 전신 발작과 경련에 시달리며 쓰러지곤 하는 마틴. 마지막 여행길이 고단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안쓰러워 하고 돌보며 달리고 또 달린다.

 

각자의 가장 큰 소원을 이루고 드디어 바다에 도착. 바다를 향해 나란히 앉았지만 그들은 이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한 장면   버킷 리스트를 쓰는 두 주인공

▲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한 장면 버킷 리스트를 쓰는 두 주인공 ⓒ (주) 엣나인필름


그들이 그렇게 바다를 보려 했던 것은, 천국에 가서 바다와 바다 저 끝으로 저무는 해의 장관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 그러나 그것이 어찌 눈앞에 펼쳐진 바다 그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온 죽음, 복병처럼 숨어있다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죽음, 그 앞에서 속수무책,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력함. 그러니 바다는 그들에게 살아온 삶과 미처 살아내지 못한 삶의 총합은 아니었을지.

 

바다에 앉아 돌아본 그들의 생에는 무엇이, 누가, 어떤 기억들이 새겨져 있었을까.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 다가오는 바다를 앞에 두고 앉은 그들의 뒷 모습이 아프다. 죽음 역시 거대한 자연의 힘이니 그 앞에 선 인간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지 새삼 깨닫는다.

 

나는 과연 마지막 순간 돌아보게 될 이 삶에서 무엇을 기억해낼까... 마지막에 자막과 함께 나오는 귀에 익숙한 주제가, 영화 제목과 똑같은 노래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한 장면  드디어 바다에 도착한 두 사람, 그러나...

▲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한 장면 드디어 바다에 도착한 두 사람, 그러나... ⓒ (주) 엣나인필름

 
 

덧붙이는 글 |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1997)> (감독 : 토마스 얀 / 출연 : 얀 요제프 리퍼스, 틸 슈바이거 등)

2013.05.27 11:03 ⓒ 2013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1997)> (감독 : 토마스 얀 / 출연 : 얀 요제프 리퍼스, 틸 슈바이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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