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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너무합니다. 언론은 자신의 가치에 따라 현안을 선택하고, 필요한 정보를 구성한다지만, 그래도 최소한 저널리스트로서 자존심은 지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 감사결과와 계명대 논란에 대한 메이저 지역언론 보도태도를 보면서 '이들의 뉴스 선택 기준은 자신의 가치보다는 이해관계가 우선이구나'라는 확신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성일 텐데요, 약자․소외계층 쪽이 아닌 상위 1%의 시각으로 뉴스를 솎아 내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은 각각 두 가지 논평을 발표합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8일 검찰에게 "계명대 총학생회를 즉각 수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계명대 총학생회가 학교 내 입주업체로부터 약 1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었고, 계명대 직원이 반값 등록금 시위를 하는 학생을 장학금으로 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점입니다.

계명대 홈페이지 게시판, 총학생회 문제로 '후끈'

 '총학생회'로 검색한 화면 캡처
▲ 계명대학교 홈페이지 열린마당 커뮤니티 '비사광장' 게시판 '총학생회'로 검색한 화면 캡처
ⓒ 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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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홈페이지 열린마당 커뮤니티 비사광장 게시판은 이 두 현안으로 뜨겁습니다. 두 현안과 관련된 글은 최소한 400건 이상~최대 1700건까지 클릭수를 기록하고 있고 찬반논란이 팽팽하며, 현재는 지난해 진행된 총학생회 부정선거에 대한 양심선언 논란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것은 <경북매일신문>뿐입니다.

경북매일신문 2012년 4월 17일자 4면(사회)
▲ 경북매일신문 2012년 4월 17일자 4면(사회) 경북매일신문 2012년 4월 17일자 4면(사회)
ⓒ 경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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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은 16일 <계명대 총학생회 거액 금품 챙겨, 공대 식당 전 주인 '식대 인상시 노골적으로 금품요구', "2008년부터 3년 동안 간부에게 1천 310만원 지급했다">, 17일 <계명대총학 비리 파장 '일파만파'>18일 <계명대 총학생회, 시위학생 회유 의혹>, 19일 <계명대 총학비리 경찰에 진정, 공대식당 전주인, 송금 계좌 등 증거 제출> 등을 연속으로 보도했습니다. 그 외 대부분 지역언론은 이 문제에 침묵했습니다.

감사원 감사결과... '범안로'만 주목, 다른 현안은 대부분 외면

또 있습니다. 대구경실련은 23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대구시정의 난맥상에 대해 김범일 대구시장은 시민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철저하게 시정하라'고 성명을 발표합니다. 주요 내용은 지난 19일 감사원이 대구시 주요사무에 대해 감사결과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기가 막힌다는 주장입니다.

주요내용을 보면 △대구광역시가 주식회사 엑스코의 지방공사 전환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장기간 출자전환하지 않고 사단법인 대구컨벤션뷰로를 통해 주식을 우회 취득했고, △ 범안로의 운영비가 실시협약보다 적게 발생되었는데도 과다 보전한 금액을 회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 대구시 소속이 아니고 대구시 업무를 수행하지도 않는 중앙행정부처 전출공무원들에게 대구시의 예산으로 주거비를 지원하였으며 △ 수질검사결과 음용수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네우물을 시공했다는 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언론의 역할일텐데, 이 정도 사안이면 지역언론은 이 문제를 적극 보도하고, 시민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구시의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요.

매일신문 _ 2012년 4월 19일자 4면(사회)
▲ 매일신문 _ 2012년 4월 19일자 4면(사회) 매일신문 _ 2012년 4월 19일자 4면(사회)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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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_ 2012년 4월 21일자 1면
▲ 영남일보 _ 2012년 4월 21일자 1면 영남일보 _ 2012년 4월 21일자 1면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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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프라임뉴스 4월 20일
▲ TBC프라임뉴스 4월 20일 TBC프라임뉴스 4월 20일
ⓒ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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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역언론의 모습이 다소 애매합니다. 지역의 <매일신문>, <영남일보>를 비롯해  TBC (KBS대구와 대구MBC는 파업 중인 관계로 분석대상에서 제외)는 이 결과에 대해 서로 입을 맞춘 듯 '범안로 민자사업의 문제'만 다루었을 뿐입니다.

<매일신문>은  19일 <"대구시 민자도로사업자에 200억 과다보전"> 21일 사설 <빚더미에 헛돈 쓰는 대구, 이 정도 행정인가>, <영남일보>는 20일 <대구시, 민자도로(범안로)에 터무니없이 퍼줬다> 21일 사설 <'돈 먹는 하마' 범안로, 매입이 답이다>와 함께 TBC대구방송도 20일 프라임뉴스에서 △ 범안로 민자사업의 문제만 언급했을 뿐입니다.

감사원이 지적한 또다른 사안인  ▲ 엑스코 방만 경영의 문제 ▲ 중앙행정부처 전출공무원들에게 대구시의 예산으로 주거비를 지원 ▲ 매일신문과 대구시가  2010년 1년 내내 공들였던 동네우물 사업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지적을 비롯한 10여건의 '실책'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거죠.. 물론 기사 끝부분, 사설 말미에 위와 같은 내용이 살짝 보이긴 했지만,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구신문 _ 2012년 4월 20일자 1면과 2면
▲ 대구신문 _ 2012년 4월 20일자 1면과 2면 대구신문 _ 2012년 4월 20일자 1면과 2면
ⓒ 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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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구신문>이 감사원 자료가 발표된 다음날 20일 1면과 2면에 < EXCO방만경영, 대구시도 '한몫'>, <4차 순환도로 사업자에 201억 더 지급, 감사원, 대구시 각종 '탁상행정' 대거 적발> 등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소규모라 할 수 있는 대구신문의 보도만으로는 대구시가 긴장감을 가지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시 광고에 '침묵'으로 화답?

'언론은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뉴스를 선택하고, 그 방향은 1% 가진자 쪽이다'는 화두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2011년 8월까지 대구시가 지역언론에 지출한 광고집행내역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 김부겸 의원실 제공
▲ 대구시 지역언론 광고 현황(2006.1-2011.8 단위:백만원) / 김부겸 의원실 제공
ⓒ 허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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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지역언론에게는 당근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액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었고, 지역언론은 광고주에게 불편한 진실을 '덮어주는' 형태로 화답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 과정에서 언론으로서 자존심은 주요한 화두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 특히 계명대의 광고집행현황은 찾을 수 없었지만,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그맨 황현희씨라면 <개그콘서트> 불편한 진실 코너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제가 그 코너 작가였다면 이런 내용을 제안했을 겁니다. "공정언론을 되찾겠다며 언론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초강수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싸우는 동안,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언론들의 '나쁜' 행태가 더욱 부각되는 이 불편한 진실"'

CBS 변상욱 대기자는 최근 <시사인 | 금주의 공갈뉴스> 칼럼에서 '권력의 감시견으로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아주 쉽게 정의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편안한 사람들을 괴롭게 만든다".

파업현장에 싸우고 있는 KBS대구, 대구 MBC 노동자분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 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계명대 총학생회, #대구시 , #감사원 감사, #범안로, #동네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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