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라는 특수를 포기하고 경기를 하루 앞당긴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홈구장은 세 가지가 몰렸다. 관중몰이 여부를 타진할 수 있는 날씨가 안 좋았다. 오전부터 구름이 몰려와 경기장을 덮었다. 안 좋은 날씨는 과연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까 하는 갖게 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축구특별시'답게 생각보다 많은 2만 1345명의 관중이 몰렸다. 가족 단위의 관중이 대거 찾아 경기장 분위기는 흥겨웠다. 이들이 던진 휴지폭탄은 경기를 잠시 중단하게 할 정도였다.

 

구름처럼 몰린 중계진 김호 감독의 2백 승, 어린이날을 버리고 경기를 하루 앞당겨 유일하게 경기를 치른 덕택에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5개 방송사가 몰려 열띤 경쟁을 했다. 3대 스포츠 케이블 외에도 구단의 연고지 방송사도 생중계를 했다.

▲ 구름처럼 몰린 중계진 김호 감독의 2백 승, 어린이날을 버리고 경기를 하루 앞당겨 유일하게 경기를 치른 덕택에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5개 방송사가 몰려 열띤 경쟁을 했다. 3대 스포츠 케이블 외에도 구단의 연고지 방송사도 생중계를 했다. ⓒ 이성필

2백 승 축하를 위해 몰린 구름, 관중, 방송중계   

 

구름과 관중만 몰린 것은 아니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경기 전 방송 중계진의 청탁(?)에 시달려야 했다. 다름 아닌 대전 김호 감독의 200승 때문이었다. 김호 감독이 2백 승을 해내면 서로 인터뷰를 먼저 하겠다는 것. 경기가 종료되면 곧바로 야구 중계로 넘어가야 해 인터뷰를 선점하면 대박을 터트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중재 끝에 중계 방송사가 아닌 한 방송 취재 기자가 인터뷰를 하기로 결정됐다. 어린이날 특수를 버리고 단독으로 경기를 개최하면서 방송 중계가 몰린 것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세 삼 김호 감독이 기록하고자 했던 프로경기 2백 승이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긋는 일임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사례였다.

 

경기는 MBC-ESPN, KBSN, SBS SPORTS 등 스포츠 케이블 3사 외에도 두 팀의 연고지역 방송사인 대전, 마산 MBC가 생중계했다. 카메라만 총 30대 가까이 동원됐다. 주로 골대 뒤에 설치되는 지미짚 카메라만 다섯 대가 됐을 정도.

 

애석하게도 방송사들의 경쟁은 허무하게 끝났다. 200승에 단 1승을 남겨놓고 있던 김호 감독의 대전시티즌이 4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2008 K리그 8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에서 1-1 동점 상황에서 경기종료 직전 김영우에 역전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했다.

 

지난달 26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해 프로연맹으로부터 5경기 출전금지, 5백만 원의 벌금을 부여받아 벤치에 앉을 수 없는 경남의 조광래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김호 감독이 2백 승을 하면 당연히 축하해주겠다. 2백 승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은 미드필더 고종수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외국인 선수 에드손이 그의 자리를 메웠다. 김호 감독의 선수 기용술은 기막히게 떨어져 전반 5분 에드손의 프리킥을 2006년 드래프트 1순위로 대전에 입단한 황병주가 헤딩골로 1-0을 만들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또 다시 미뤄진 김호 감독의 2백 승

 

김호 감독 프로통산 199승으로 1승만 더하면 2백 승이 되는 김호 감독. 그러나 경남FC는 2백 승 제물이 되지 않았다.

▲ 김호 감독 프로통산 199승으로 1승만 더하면 2백 승이 되는 김호 감독. 그러나 경남FC는 2백 승 제물이 되지 않았다. ⓒ 대전시티즌

대전은 경남과의 역대 전적에서 3승4무,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경기도 한 골 차 승부가 대다수였다. 살얼음판을 걷은 경기들이라 황병주의 골에도 김호 감독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팀의 경기력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언제든 경기는 뒤집어 질 수 있기 때문, 최근 대전은 다섯 경기(컵대회 포함)에서 2승1무2패를 기록했는데 패한 경기는 모두 한순간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잘 해내던 대전은 후반 들어 경남이 정윤성, 김영우 등 공격 자원을 투입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19분 김동찬의 프리킥이 대전의 골문을 가르며 1-1을 만들었다. 실점에 대전 선수들의 뒤늦은 공격이 쉼 없이 이어졌지만 공격은 잘 풀리지 않았고 후반 종료 직전 김영우가 김동찬의 패스를 골로 연결하며 경기는 경남의 2-1 승리로 종료됐다.

 

200승에 대한 부담이 컷기 때문인지 평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싫은 기색 없이 밝게 응하던 대전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버스에 탑승했다. 대전 관계자는 "버스 안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고 설명했다.

 

프로 첫골을 넣었지만 빛바랜 대전의 황병주는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해 "(2백 승을 위해)똘똘 뭉쳤는데 패해서 아쉽다. 결정력에서 차이가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은 김호 감독의 2백 승 달성시 축시를 낭독하고 폭죽 2천 발, 대형 통천을 준비했지만 기회를 다음으로 넘겨야 했다. 구단주인 박성효 대전시장과 서포터 대표의 꽃다발 증정 및 그라운드 행진까지 기획했지만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갔다.

 

다음 경기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라 홈에서 김호 감독의 2백 승 축하는 오는 14일 대구FC와의 경기로 미뤄졌다. 물론 부산과의 경기에 승리한다는 전제 아래다. 그렇지 못하면 가슴을 졸이고 홈 경기를 또 다시 지켜봐야 한다. 

 

패한 대전은 승점 6점으로 11위에 머물렀다. 5일 경기가 있는 부산 아이파크, 제주 유나이티드, 전북 현대의 결과에 따라 다시 최하위로 주저앉을 수 있다. 그래도 김호 감독은 "조금만 더 잘하면 가을에 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덧붙이는 글 | 경기결과 

대전시티즌 1-2 경남FC(득점-전5, 황병주 도움:에드손<이상 대전시티즌> 후19, 김동찬 후50 김영우 도움:김동찬<이상 경남FC>)

대전시티즌

골키퍼-최은성
수비수-최근식, 김형일, 이동원, 나광현
미드필더-이성운, 에드손(후31, 에릭), 황병주(후28, 이여성)
공격수-우승제(후15, 김민수), 박성호, 김용태

경남FC

골키퍼-이광석
수비수-이상홍, 산토스, 박재홍
미드필더-김대건, 김동찬, 김효일, 공오균(HT, 정윤성), 김성길(후9, 이지남)
공격수-서상민, 김진용(후32, 김영우)

2008.05.04 18:3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경기결과 

대전시티즌 1-2 경남FC(득점-전5, 황병주 도움:에드손<이상 대전시티즌> 후19, 김동찬 후50 김영우 도움:김동찬<이상 경남FC>)

대전시티즌

골키퍼-최은성
수비수-최근식, 김형일, 이동원, 나광현
미드필더-이성운, 에드손(후31, 에릭), 황병주(후28, 이여성)
공격수-우승제(후15, 김민수), 박성호, 김용태

경남FC

골키퍼-이광석
수비수-이상홍, 산토스, 박재홍
미드필더-김대건, 김동찬, 김효일, 공오균(HT, 정윤성), 김성길(후9, 이지남)
공격수-서상민, 김진용(후32, 김영우)
김호 감독 K리그 2백 승 대전시티즌 조광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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