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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노포즈>의 여배우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미라, 홍지민, 이영자, 이윤표. 이영자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 뮤지컬해븐

거의 같은 시기에 무대에 올려진 두 작품이 있다. 한 작품은 중년여성의 삶과 애환을 주제로 한 뮤지컬인데 반해, 다른 한 작품은 남녀간의 성(性)을 다뤘지만 두 작품은 통하는 뭔가가 있다.

공연장에 가보면 관객 층부터 비슷한 걸 알 수 있다. 30대 이상의 여성관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메노포즈>에는 40대 이상의 아줌마 관객들이 무리를 지어 공연장을 찾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는 점 또한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 하겠다.

우~ 우~ 영원한 젊음은 없어
자신을 속이지 마

뮤지컬 <메노포즈>에 나오는 노래가사 중 한 대목이 이 작품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폐경'이라는 여성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과정을 겪으면서 느끼게 되는 중년여성들의 고뇌와 애환이 적나라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객석에 잘 전달된다.

그래서인지 객석 대부분을 차지한 중년의 여성들은 공연 내내 웃고 즐거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한다는 신호를 무대로 보낸다. 심한 건망증에 고민하고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인해 괴로워하는 극중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위안을 삼기도 하고 때론 용기를 얻기도 한다.

ⓒ 뮤지컬해븐

특히 남편이 장의사인 출연배우가 "우리 남편은 돈도 잘 벌고 일찍 죽을 거라서 좋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도 한편 쓴웃음이 지어지게 만든다.

<메노포즈>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왠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 아닌가 지레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일상과 내면을 사실 그대로 대변해 줄뿐이다. 진솔하게 그리고 아주 재미있게 접근하면서 말이다.

화끈한 '바람난 뮤지컬'

'19세 이상 관람가'로 화제를 모은 뮤지컬 <라롱드>는 끊임없이 상대를 찾아 나서는 남녀의 속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바람난 뮤지컬'이란 부제가 너무 잘 어울릴 정도로 화끈하다.

누가 내 남자일까 내 사랑일까
누가 내 여자일까 내 사랑일까

▲ 서로를 속이고 맞바람을 피는 부부의 비정상적인 성생활을 보여주는 장면. 말머리를 쓴 채 울부짖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 뮤지컬해븐

작품 속에 여러 번 등장하는 이 노랫말이 주제의식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헌데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남녀가 만나면 무조건 짝짓기를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등장인물 10명은 파트너를 바꿔가며 만나면서 늘상 노골적으로 성 관계를 갖고, 그들이 벌이는 성행위의 자세 또한 아주 구체적으로 재현되곤 한다.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인간의 형태를 묘사하기 위해선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화가의 꾀임에 빠져 어린 모델이 원피스를 벗고 전라가 되는 순간, 아름다운 여체가 무대에 고스란히 남겨지고 객석은 일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화가가 여배우에 의해 엄청난 반전을 보여주는 장면에 비하면 그리 쇼킹하다고 보기도 힘들다.

▲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명성황후를 연기했던 이상은, 이 작품에서는 여배우로 분해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 뮤지컬해븐

내용상으로 다소 흡족하지 않은 부분은 배우들의 가창력으로 충분히 채워지고도 남는다. 누구랄 것도 없이 고른 노래실력과 귀에 익은 듯한 음악은 관객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특히 <명성황후>에서 히로인 역을 맡았던 배우 이상은의 풍부한 성량과 극중 창녀 역을 열연한 홍승아의 뛰어난 가창력은 눈에 띌 만큼 훌륭하다.

홍지민과 이영자의 눈부신 활약

뮤지컬 <메노포즈>에는 4명의 여배우가 각각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친다. 배우 이미라와 홍지민, 그리고 이영자와 이윤표. 이들 중 특히 홍지민과 이영자의 활약이 눈부실 정도다. 전수경과 양꽃님 등의 걸출한 여배우들도 더블캐스팅 됐다.

홍보 단계에서부터 이영자의 이름 값은 빛을 발했다. 헌데 홍보에만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란 걸 공연을 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그의 등장만으로 벌써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면서 점점 그의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

오랜 연기로 쌓인 관록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움은 '배우로서의 이영자'를 전혀 부끄럽지 않게 만든다. 그의 구성지고 자연스런 연기를 공중파나 영화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까지 절로 생기게 만들 정도니 말이다.

▲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홍지민(맨 오른쪽)이 노래하는 모습
ⓒ 뮤지컬해븐

여러 작품에서 자신만의 매니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실력파 여배우 홍지민의 노래도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다. 힘이 넘치면서도 편안하게 좌중을 압도하는 그의 가창력은 이영자의 절묘한 표정연기와 더불어 압권이다.

4명의 여배우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과 율동까지 볼만 한 뮤지컬 <메노포즈>.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화끈한 뮤지컬 <라롱드>.

남성들이 어머니나 아내 혹은 여자친구와 함께 이 가을에 꼭 봐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다. 때론 웃으면서 박수치다 때론 우리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

▲ 같은 공간 다른 좌석에서 각각 바람을 피고 있는 한 부부를 보고 있노라니 애닯은 마음마저 든다.
ⓒ 뮤지컬해븐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메노포즈>는 11월 12일까지 종로 연강홀에서 공연되며 뮤지컬 <라롱드>는 역삼동 웅진씽크빅아트홀에서 계속 무대에 올려집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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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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