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6 18:22최종 업데이트 22.08.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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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휴게소는 세계의 자랑입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극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휴게소장과 우리나라에서 휴게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회사의 본사팀장, 휴게소 납품업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8년간 근무하고 있는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 K-휴게소

 
우리나라에 보급된 전기자동차가 3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6월 기준 17만 3천 대에서 불과 1년 만에 12만 5천 대가 늘었났는데요. 매달 1만 대꼴입니다. 문제는 갈수록 빨라지는 전기차 보급 대수에 비해 충전 인프라 확충은 마냥 더디기만 하다는 것입니다.

올여름 휴가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한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 문제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었는데요. 부족한 충전기 앞에서 마냥 대기하는 상황에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가 더 했다는 후문입니다. 오죽하면 자신을 '충전 난민'이라고 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얼마나 될까요? 제가 조사한 결과를 알려드리기 전에 저는 우리나라 휴게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공공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습니다. 한국환경공단의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이나 가장 널리 쓰는 스마트폰 앱인 'EV인프라'에도 틀린 정보가 많았습니다. 마치 열악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현실을 보는 듯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590대입니다(기사 하단 첨부파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 충전기 설치 현황'에서 민자 고속도로를 제외한 고속도로 휴게소별 전기차 충전기 설대 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충전기가 설치된 휴게소는 칠곡(부산 방향) 휴게소로 14대였고 그 다음은 안성(서울방향) 휴게소와 문산(순천방향) 휴게소의 12대였습니다. 가장 적은 충전기가 설치된 휴게소는 구리 휴게소, 언양 휴게소 등에 설치된 1대입니다. 전기차 충전기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은 정규 휴게소도 많았는데요. 무려 11곳이나 되었습니다. 전국 휴게소 평균 설치 대수도 3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 충전기 현황 ⓒ K-휴게소

 
전기차 운전자에 따르면 휴게소마다 최소 4대 이상의 충전기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1~2대만 있는 경우 일부만 고장 나도 충전이 불가능해 고속도로 밖으로 나가거나 심한 경우에는 운전 중 정지로 견인차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충전기 대수에 못지않게 충전 속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기를 충전 속도로 구분하면 50kW 저속 충전기부터 350kW 초급속 충전기까지 다양했습니다. 가장 많은 충전기는 50kW 저속 충전기로 332대였고 100kW 이상 급속 충전기는 전체의 44%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런데 200kW 이상의 급속충전기도 실제로는 그렇게 빠른 충전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합니다. 충전기 성능은 받쳐주지만 휴게소의 전기 용량이 1000kW로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속 충전이 가능한 현대자동차의 이핏(E-pit)의 경우에도 일부러 성능을 떨어뜨려 사용해야만 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 충전기 현황(충전속도별) ⓒ K- 휴게소

 

충전기를 설치한 주체는 환경부가 가장 많았고 도로공사와 협약을 맺고 이핏 급속충전기를 설치중인 현대자동차가 12개소, 그리고 한국전력이 5개소 순서였습니다. 모두 공공기관이나 공공기관과 제휴하여 설치된 충전시설입니다.

특이한 점은 민자 충전시설이었는데요. 평택복합휴게소와 진영복합휴게소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수익 사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멀기만 한 휴게소 충전 인프라

그렇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은 왜 이리 더딘 것일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고속 충전을 위해서는 고압전기의 인입이 필요한데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이러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기가 왜 이거밖에 없냐고 따지지만, 그런 민원에도 충전기를 쉽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휴게소 대부분은 전기사용량(수전용량)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휴게소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30년 전만 하더라도 휴게소에서 이렇게 많은 전기를 사용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휴게소 영업에 필요한 전기 외에 전기차 충전을 위한 별도의 고압 전기는 생각도 못했죠. 그러니 전기차 충전기를 늘리려면 고압 전기선을 휴게소까지 새로 끌고 와야만 합니다. 많은 비용이 따르는 일입니다.
 

22900V 고압변전시설.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압전기 인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 K-휴게소

 
또 하나는 전기안전관리자의 채용입니다. 건물에서 전기를 사용할 때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전기안전관리자를 둬야 합니다. 1000kW 미만의 전기인 경우에는 전기안전관리를 외부에 돈을 주고 맡길 수 있지만 1000kW가 넘는 경우에는 전기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상주해야 합니다. 위반 시 5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런데 이 직원의 인건비가 만만치 않는데다가 출퇴근도 불편한 산간 오지의 휴게소에 근무할 직원을 구하는 건 더욱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휴게소에 200kw 고속충전기를 5대 설치하면 수전용량이 1000kW를 넘게 되므로 전기안전관리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래의 휴게소에 고속충전기 5대로 충분할까요? 30분에 충전을 마치는 충전기라 하더라도 매일 1만대의 차량이 방문하는 휴게소에서는 한참이나 부족할 것입니다.

전기안전관리자가 이미 근무 중인 대형휴게소는 어떨까요?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니 여기부터 전기차 충전기를 확대하면 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 됩니다. 새로운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합니다. 왜냐면 휴게소 건물에 사용하는 전기설비와 전기차를 위한 수전설비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주휴게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미 설치된 충전시설도 전기인입 및 인허가 지연으로 몇달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 K-휴게소

 
전기차 충전 사업의 책임 부처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휴게소 관리 주체는 한국도로공사이지만 전기차 충전사업 추진 부서는 환경부입니다. 게다가 충전기는 환경부에서 설치하지만 전기 인입은 또 다른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몫입니다.

이렇게 나뉜 부처들 사이에는 휴게소 충전 인프라 개선을 위한 통합 TF 조직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전은 거리가 먼 휴게소의 전기 인입 공사는 기준에 없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환경부는 충전기를 설치하고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립니다. 도로공사는 뒷짐 지고 구경만 합니다.

관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휴게소마다 근무 중인 시설 관리자는 전기차 충전기에 손댈 수 없습니다. 고장이 나면 환경부 산하 관리공단에 연락하는 게 전부입니다. 환경부 콜센터 조직만으로 전국에 흩어진 그 많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충전 시설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조직과 예산을 가지고 있는 부처 간에도 손발이 안 맞다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수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고장 난 충전기는 몇 달씩 방치되며, 새로 설치한 충전기에는 전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충전기가 한 대도 없는 휴게소부터 일일 교통량 15만 대의 덕평휴게소에 고작 한 대의 충전기만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고장 난 충전기는 몇 달씩 방치되기도 한다. ⓒ K-휴게소

 
전기차 도입 초기에는 녹색에너지 보급의 의미로 환경부에서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전기차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고속도로의 시설과 영업, 편의시설을 총괄하는 한국도로공사로 관련 업무를 모아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 교통량에 따른 충전 인프라 설치 계획을 세우고, 휴게소마다 소요되는 예산을 산정한 후 전기 인입, 충전기 설치, 안전관리자 선임, 사후 관리 및 AS를 일원화하여야 합니다.

비용은 초기 국가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차후에는 충전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으로 유지 및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아예 임대 입찰을 통해 시설 투자 및 유지 관리 전체를 충전 사업체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역시 고속도로 주유소를 대체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신속한 협의와 결정을 통해 더이상 고속도로에서 충전소를 찾아 헤메는 충전 난민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단지 전기차 운전자들의 비용과 시간 낭비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서비스를 책임지는 정부와 공기업의 무거운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카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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