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7 12:05최종 업데이트 21.01.07 11:31
  • 본문듣기
임기가 끝나도 기록은 남습니다. '전직'이 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의 마지막 한 푼까지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정치자금법 2조) 잘 활용했을까요? 유튜브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향이 없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편집자말]

정치자금으로 470만 원을 주고 차량시트를 교체한 홍문종 전 국회의원(친박신당 대표)이 지난 10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0월 26일 오후, 70억 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나온 홍문종 전 친박신당 의원이 자신의 검은색 카니발 하이리무진에 올라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황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문에 아무 말없이 차량 문을 닫는 그의 뒤로 베이지색 가죽시트가 보였다. 바로 '그 시트'였다.

정보공개청구 자료 등에 따르면, 홍문종 의원은 2019년 10월 25일 '업무용 차량 수리비' 명목으로 ○○시트에 473만 원을 지급했다. 이곳은 차량용 천연 가죽시트 전문 개조로 유명한 업체다. 옛 새누리당의 전하진 의원(550만 원)과 서상기 의원(350만 원)도 2012년 각각 ○○시트에 수백만 원을 주고 차량시트를 교체했다(관련 기사 : 렌터카에 '황제시트' 설치한 의원 3인은 누구?). 


그런데 업무용 차량이라는 해당 자동차는 홍 전 의원 소유다. 사실상 정치자금으로 개인 차량에 고가의 시트를 설치한 셈이다. 그는 지금도 이 차량을 이용하며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방송도 종종 차 안에서 진행한다. 2019년 10월 29일 '첫 등장' 이후 2020년 11월 8일 방송에서도 ○○시트는 홍 전 의원을 편안하게 받쳐주고 있다.

○○시트에 문의한 결과, 2018년식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경우 2열 좌석 위치를 조정해 다리 공간을 확보하고, 고급 가죽으로 교체하는 옵션으로 고가시트를 장착하는 데에 대략 500만 원이 든다. 홍 전 의원이 타고 다니는 실제 차량의 상태를 볼 때 이 정도의 옵션에 머리 받침(헤드레스트) 정도를 교체하고, 나머지는 크게 손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임기 종료 전 마지막 한 달까지도 홍 전 의원의 자동차 관련 지출은 이어졌다. 그는 4.15 총선 직후 '업무용 차량 밧데리 교체'로 12만 5천 원을, '업무용 차량 보험료'로 414만9690원을 정치자금에서 지출했다. 또 5월 4일 '업무용 차량 수리비(스탭프 좌·우)'로 44만 원을, 5월 21일 '업무용 차량 타이어 수리'로 76만 원, 5월 28일 '업무용 차량 수리비'로 51만4000원을 썼고, 5월 8일에는 '업무용 차량 하이패스'에 30만 원을 충전했다.

업무용 차량의 운행에 필수적인 배터리 교체나 타이어 수리 등에 정치자금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차량용 고급 시트 설치도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출로 볼 수 있을까?
 

홍문종 전 의원이 카니발 차량에서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 : 홍문종 나폴레홍TV> ⓒ 홍문종 나폴레홍TV

 
차량용 고급 시트 설치를 '의정활동 지출'로 용인하는 선관위

시간 범위를 넓혀,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한 2012~2020년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와 국회 공보에 나오는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이 기간 홍 전 의원은 2013년식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 2015년식 올뉴카니발 → 2018년식 카니발 하이리무진으로 자동차를 바꿔갔다. 홍 전 의원은 자산을 정치자금으로 차입한 다음, 여기서 차량 할부금, 보험료 등을 지출했다.

홍 전 의원이 이렇게 차량 관련 비용으로 쓴 정치자금은1억7923만8286원에 달한다. 2012~2020년 정치자금 전체 지출의 13.7%(주유비 등 별도)로, 사무실 유지비용(29.3%, 보증금·임대료 등), 정치활동 비용(28.8%, 자산차입·기탁금 등) 다음으로 비중이 큰 편이다.

정치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이라면 임기를 마칠 때 매각하거나 본인이 돈을 내고 매입하는 형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정치자금으로 지출해온 자동차보험도 해지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홍 전 의원의 경우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종료와 함께 정치자금으로 업그레이드한 고급 시트 등도 차량과 함께 고스란히 홍 전 의원에게 남겨졌다.

경기도 의정부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업무용 차량도 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정활동을 위한 변경이나 수리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견적서를 봤는데 업무용 차량이고,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상당히 많을 테니 (고급시트 설치도) 의정활동 범위 내로 봐야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홍 전 의원 쪽이 해당 비용 지출과 관련해 질의한 적은 없다"며 "주변에서 바꾸니까 그렇게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선관위는 홍 전 의원의 차량 매입과 보험문제 역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이라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홍 전 의원이 20대 국회 동안 1억3000만 원 정도 자산을 차입해 정치자금으로 썼다"며 "차량도 그렇고, 보험도 후보자 자산으로 냈다고 봐서 (따로 매입비용을 내거나 보험 계약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홍 전 의원의 경우 후원을 받은 돈이 아니라 자신의 돈을 정치자금 계좌에 넣어 지출했으므로, 차량 관련 정치자금 지출에 문제 삼을 만한 게 없고 의원 임기가 끝나도 회계처리로 정리할 게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비용이 많이 나온 것 같긴 하지만 현저하게 부정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이라고 하면 많이 허용되는 부분이 있다"며 "(차량 시트 교체를) 의정활동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저희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정치자금을 이용한 차량 수리의 경우 "세부 기준은 현재 없다"며 "딱 보기에 법 위반이 아니라면 잡아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홍문종 전 국회의원의 2019년 정치자금수입지출보고서. 19년 10월 25일 '업무용 차량 수리비(레일등) 명목으로 473만원을 지출했다. ⓒ 이종호


"그렇게 따지면 못할 게 없다"

그러나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홍문종 전 의원의 시트 교체는 단순 차량 유지가 아니다"라며 "그렇게(선관위 해석대로) 따지면 정치자금으로 못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만약 세금으로 개인 차량에 그렇게 비싼 시트를 설치한다면 어떻겠냐"며 "원칙대로라면 선관위가 반납이든 환수든 해야 하는데, 일종의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하 공동대표는 무엇보다 "정치자금을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떻게 쓰면 안된다는 기준이 없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지금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자금은 세제혜택도 받고, 공적 통제를 받으므로 세금에 준하게 보면 된다"며 "기재부가 만든 예산지침처럼 선관위가 세부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시트 설치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홍문종 전 의원에게 추가로 연락을 취했지만, 회신이 없었다. 
 

정치자금으로 470만 원을 주고 차량시트를 교체한 홍문종 전 국회의원(친박신당 대표)의 차량. ⓒ 유성호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504명이 9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4091억 7158만 6508원의 수입·지출보고서를 공개합니다(선거비용 제외). 상세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에서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