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7 18:17최종 업데이트 21.01.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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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끝나도 기록은 남습니다. '전직'이 된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의 마지막 한 푼까지 "의혹 없이", "공명정대하게"(정치자금법 2조) 잘 활용했을까요? 유튜브의 시대, 코로나19 팬데믹은 영향이 없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20대 국회 마지막 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분석해봤습니다. [편집자말]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장외집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당원들과 함께 청와대 행진을 준비하며 당원들에게 손을 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선거제도 개편 관련 법안 등 개혁입법의 패스트랙(신속처리안건제도) 지정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국순회 장외투쟁이 한창이던 2019년 5월 25일, 전국을 돌고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황교안 대표가 말했다.

"정말 눈물이 난다. 이 살기 좋던 나라, 누가 이렇게 망쳐놓았나."


같은 해 10월 3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외치며 광화문광장 단상에 오른 나경원 원내대표가 말했다.

"오늘 문재인 정권의 헌정농단을 막아보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다!"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 마지막 1년 동안  강경·장외투쟁에 당력을 쏟아부었다. 광장에서 반문재인·반조국 세력을 결집해 21대 총선 승리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그 성과는 미미했다. 민주당 180 대 미래통합당 103.  지난 20대 총선에서 122석을 차지했던 걸 생각하면 성과가 미미한 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라 할 만하다.

장외투쟁에 집중하다보니, 소속 의원들도 관련 비용 지출이 많았던 걸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토대로, 이번 총선 때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20대 국회의원 중 '문재인 반대' '조국 반대' 명목의 집회 등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이들의 명단을 정리했다.
 

19년 10월 3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이종구 전 의원<출처: 이종구 전 의원 페이스북> ⓒ 이종구 전 의원 페이스북

 
광화문, 강남, 분당... 곳곳에서 펼쳐진 '애국활동'

1위는 이종구 전 의원(서울 강남갑)이 차지했다. 2019~2020년 '문재인 STOP' 시위 피켓, '문정권 독재연장 막아내자' 현수막, '조국파면' 외벽 걸개 등 각종 홍보물 10건을 제작하느라 총 1516만7000원을 썼다. 또 2019년 10월 17일에는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조국 반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21만7000원을 지출했다.

김성찬 전 의원(경남 창원진해구)은 보좌진들의 광화문 집회 관련 활동을 적극 격려했다. 그는 지난해 5월 28일과 9월 2일, 10월 24일에 걸쳐 보좌진에게 '격려금-자유한국당 광화문 집회 관련 의정활동 지원'으로 1180만 원을 지급했다. 또 9월 18일 여의도 다원에서 '광화문 집회 관련 재선의원 모임' 식대로 8만7000원을 썼다. 

검찰 출신 최교일 전 의원(경북 영주문경예천)에게 지난해 9~10월은 '조국 집중'의 달이었다. 조국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까지 감행했던 그는 이때 '조국인사청문TF전략회의, 조국사태헌정농단규탄투쟁회의' 등을 이유로 7회에 걸쳐 56만4800원을 사용했다. 또 12월에도 두 차례나 '조국사태 헌정농단규탄 관련 회의'를 열어 13만 원을 썼다.
 

'조국 파면 촉구' 청와대 향해 행진 2019년 9월 2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대규모 장외집회를 마친 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가자들과 함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5.18 망언'으로 유명한 김순례 전 의원(비례대표) 역시 2019년 10월 10일 '조국사퇴 서명운동 현수막 제작'에 26만7300원을 지출했다. 김 전 의원은 9월 21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조국사퇴 천만서명운동을 마친 뒤 손가네 칼국수(7만1000원), 10월 11일에는 서울시 송파구에서 조국사퇴 국민서명 운동 후 오모리찌개(9만7500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당 차원에서 집중한 장외투쟁이었던 만큼, 한국당 의원들은 열심히 발도장을 찍었다. 백승주 전 의원(경북 구미갑)은 2019년 5월 25일 광화문 집회 후 보좌진과 함께 안국역 만수옥에서 '보좌진 간담회' 명목으로 11만2000원을 사용했다. 박순자 전 의원도 2019년 10월 19일 '당 집회 관련 대기 중 회의 다과'로 엔젤리너스 세종로에서 1만5300원을 지출했다.

최연혜 전 의원(비례대표)은 그해 5월 16일 '당원 집회 참석 교통비'로 한국철도공사에 9만4800원, 5월 17일 '당원 집회 참석 식대'로 8만4000원을 썼다. 다만 5월 18일에 철도비 2만3700원은 결제를 취소했다. 최 전 의원은 또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10월 25일 '당원 집회 참석 식대'로 보좌진과 함께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14만8000원을 식사비로 지불했다.

유기준 전 의원(부산 서구동구)도 '조국파면 촛불집회'용으로 지난해 9월 23일 7만7000원을 들여 피켓을 제작했다. 이학재 전 의원(인천 서구갑)의 경우 2019년 5월 3일과 5월 23일 '자유한국당 집회 관련 회의' 관련 식대로 총 3회, 12만3000원을 썼다. 다만 음식점들은 검색 결과 모두 인천 소재(셰셰, 석천칡냉면, 장원식당)였다.

한편 탈당 후 우리공화당을 거쳐 친박신당을 만든 홍문종 전 의원(경기 의정부을)은 지난해 11월 5일과 11일, 25일 세 번에 걸쳐 126만5000원을 들여 의정부 태극기집회용 현수막을 제작했다.

여기까지 쓰인 비용은 모두 3029만7000원이다.
 

19년 11월 펜앤마이크에 출연한 정종섭 전 의원. <출처 : 펜앤마이크 유튜브 캡쳐> ⓒ 펜앤마이크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도 수십만~수백만원씩 후원

국회의원들은 후원받은 정치자금으로 시민단체 등을 후원하기도 하는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경우엔 현재는 법인허가가 취소된 단체에 백만원 단위의 돈을 후원한 내역이 눈에 띈다.

한국당 곽대훈(30만 원)·김진태(100만 원)·박맹우(100만 원)·이주영(200만 원)·정갑윤(100만 원) 의원은 지난해 4월 자유북한운동연합에 기부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해왔고 정부는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는 전단살포를 강행했고, 통일부는 지난 7월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온 이 단체의 법인허가를 취소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수십에서 수백만원씩 대북전단살포 활동을 후원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극우논객' 정규재씨의 유튜브채널 <펜앤마이크>를 매월 3만 원씩 후원한 정종섭(6만 원)·정태옥(12만 원) 의원도 있다. 정종섭 의원은 변희재씨가 활동하는 <미디어워치>에 1만 원, 황장수씨의 '미래경영연구소'에 1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504명이 9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4091억 7158만 6508원의 수입·지출보고서를 공개합니다(선거비용 제외). 상세한 내역은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KA-money)에서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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