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연
MBC
- 방송 보니까 그냥 가는 버스도 있던데, 참담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이재희 선생님이 인터뷰에서 말씀해 주셨는데, 촬영 이전에는 손을 흔들면서까지 버스를 잡으려 했는데 그냥 지나친 적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의사 표시는 다 했는데도 지나쳐 버리면, 만약 비장애인이 그런 상황을 겪었다면 아마 민원부터 넣었을 거예요. 저도 지켜보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방송에는 못 담았지만 안타까웠던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버스 탑승장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너무 좁아요. 또 버스가 멈출 때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만큼 간격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작 서 있던 자리가 아니라 정류장을 한참 지나서야 탑승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취재에 응해 주신 분은 호출 벨도 좋지만, 정류장에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 대기 중이라는 걸 알리는 표시등 같은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 방송 보니까 시외버스를 못 타니 기차로 이동하던데 그것도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기차는 노선이 버스만큼 촘촘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전동 휠체어는 버스에 탑승할 수가 없으니 주로 기차를 이용해야 하고, 그마저도 KTX에서 무궁화호로 환승하거나 거기서 또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장애인이라면 한 번에 갈 거리를 장애인분들은 두세 번씩 환승해야 하는 거죠. 그냥 '불편함'이라는 단어로 말씀드렸지만, 사실은 이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수준의 불편함입니다."
- 이번 리포트는 시외버스에 대한 얘기잖아요. 시내는 어떻게 하나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일 건데 지방 중소 도시는 지하철이 없죠.
"이번에 이재희 선생님 사례가 바로 그 경우예요. 경기도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가는 거였는데, 이 구간엔 지하철 노선이 없어서 시내버스를 타셔야 했고, 방송에서 보신 그런 어려움들이 그대로 나타난 거죠. 상대적으로 지하철은 2001년 오이도 사건 이후 꾸준한 투쟁 덕분에 승강기가 생기는 등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지하철 자체가 전 지역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 증진법은 효과가 별로 없는 걸까요?
"그 법은 앞선 장애인분들의 투쟁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의미가 있다고 봐요. 다만 핵심은, 당시엔 인프라나 기술이 부족해서 못 했던 부분들이 개선돼 왔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충분히 납득할 만큼 제대로 (개선이) 이뤄졌는지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법에 의무가 아니라 선택하게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법을 제정할 당시 시행령에는 시외버스에도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그 아래 시행규칙에서는 '설치해야 한다'가 아니라 '설치할 수 있다'는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어요. 선택 사항이면 비용 부담 때문에 누가 나서서 하겠어요. 당시엔 관련 기술이나 차량 개발이 충분치 않아 한 번에 의무화하면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고는 생각해요. 다만 그렇다 쳐도,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술이 발전했으면 그걸 점진적으로 의무화하려는 의지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쉽습니다."
- 장애인들 이야기 들으면서 느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장애인분들에게는 매 순간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동권이 제한되면 병원에 가거나 학교에 가거나 친구를 만나는 것, 심지어 가족의 상을 당해 급히 어딘가를 가야 하는 것처럼 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일조차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 부분을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 것 같은데.
"저상버스가 도입돼도 버스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휠체어는 턱이 있는 곳을 내려갈 수 없어서 버스 승강장까지 다 시설 개선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 일반 시내버스 승강장을 보면 휠체어가 다닐 폭이 안 나오는 곳도 많고, 버스가 서야 할 자리 앞뒤로 다른 차들이 주정차해 있어서 승강장에 정확히 붙여 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면 장애인분들이 승강장을 지나 더 먼 곳까지 가서 타야 하죠.
또 저상버스라도 리프트가 내려올 때 받쳐줄 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시골이나 외곽 지역은 쇠봉 하나 꽂힌 게 정류장인 곳도 많아요. 그런 곳은 리프트가 내려와도 바닥에서 뜨거나 경사가 심해서 전동 휠체어가 못 올라가고, 결국 누군가 뒤에서 밀어줘야 해요. 버스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지만, 사실 버스는 시작일 뿐이고 그 주변 시설 환경도 함께 개선돼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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