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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유해진·박소담이 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

[현장] 오는 8일까지 전세계 180편 영화 감상할 수 있어

26.09.04 09:38최종업데이트26.09.0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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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를 찾은 배우 송중기
▲영화제를 찾은 배우 송중기최홍대

지난 3일 올해로 스물두 번째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시작됐다. 영화제를 여러 번 다녀봤지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영화와 음악이 나란히 놓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넘나 든다. 영화가 끝난 자리에서 공연이 시작되고 음악을 듣다가 한 편의 영화가 궁금해지는 식이다.

제천예술의 전당 여름광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길게 펼쳐진 붉은 카펫이었다. 아직 해가 남아 있는 시간이었다. 객석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고 취재진은 카메라와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커다란 무대에서는 푸른 조명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조금 전까지 평범한 도시의 광장이었던 곳이 서서히 영화제의 얼굴로 바뀌고 있었다.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등장하면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지고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올렸다. 조금 전까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도 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해 영화제에는 송중기, 유해진, 박소담, 심은경, 이엘, 엄태구, 김설현, 안재홍을 비롯한 배우들과 여러 감독, 영화인들이 제천을 찾았다.

영화관에서는 스크린 너머에 있었던 사람들이 이제 불과 몇 미터 앞에서 걸어간다. 사진으로 보면 레드카펫의 중심에는 당연히 배우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니 조금 달랐다. 배우를 바라보며 활짝 웃는 관객이 있었고, 한 장의 사진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리를 옮기는 사진기자가 있었으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한 명의 배우를 기억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화면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감독이 있고 작가가 있고 촬영감독이 있으며 미술과 음악, 조명과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영화를 바라봐주는 관객이 있다. 레드카펫을 바라보며 문득 영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세계 180편 상영... 영화와 음악의 관계 음미

 영화제의 시작
▲영화제의 시작최홍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역시 '음악'이다. 하지만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제라고 생각한다면 이곳의 절반만 본 셈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180여 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제음악영화경쟁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경쟁 작품과 뮤직인사이트, 뉴탤런트, 음악가의 초상, 프리스타일을 비롯한 여러 섹션이 관객을 기다린다. 영화음악가의 세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영화와 음악의 관계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다.

영화에서 음악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기억하는 많은 영화에는 한 곡의 음악이 함께 남아 있다. 어떤 노래의 첫 음만 들어도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고 몇 년 전에 봤던 영화인데도 음악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영화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배우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배우들최홍대

올해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콩고 보이>라고 한다. 전쟁과 이주라는 무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소년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삶이 평온할 때 음악은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삶이 흔들릴 때 음악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대신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무너지지 않도록 사람을 붙잡아주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음악을 다루는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이 작품이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또 다른 매력은 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제천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K-POP과 밴드, 인디 음악을 만나는 '원 썸머 나잇'을 비롯해 여러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야외무대가 준비된다. 김문정 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가 영화와 뮤지컬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 있고, 윤종신과 옥상달빛, 정인 등이 참여하는 음악 무대도 이어진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제천역과 문화의 거리 같은 도시 곳곳에서도 거리 공연이 열린다. 여행 중 우연히 들리는 음악은 계획해서 들은 음악보다 오래 기억될 때가 있다. 어디선가 기타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던 경험 같은 것 말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는 그런 우연을 만날 가능성이 조금 더 많아진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무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무대최홍대

올해 프로그램을 살펴보면서 관심이 갔던 것은 영화의 제작 과정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보통 완성된 영화만 본다. 두 시간 남짓한 영화를 보고 재미있었다거나 재미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음악이 들어가고 색을 조정하고 마침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 제천에서는 그런 영화의 바깥도 만날 수 있다. 시나리오와 영화미술, 영화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창작자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관객과 영화인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되니 시간이 되면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올해 제천에서는 OST와 영화음악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엽연초살롱에서 진행되는 OST페어에서는 영화음악을 직접 들어볼 수 있고 음반과 굿즈도 만날 수 있다. 영화와 관련된 전시도 이어진다. 우리가 영화를 기억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특정 장면을 기억하고 음악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그 영화를 보았던 장소와 날씨까지 기억할 때가 있다.

 레드카펫으로 배우들이 걸어오고 있다
▲레드카펫으로 배우들이 걸어오고 있다최홍대

 레드카펫에 등장한 트와이스 다현
▲레드카펫에 등장한 트와이스 다현최홍대

레드카펫 옆에서 사진을 찍다가 객석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크게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옆 사람에게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배우가 등장하자 즐겁고 환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명 배우보다 그런 얼굴에 시선이 갈 때가 있다. 축제의 온도는 무대보다 관객의 얼굴에서 더 정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슬로건은 '플라이 투게더(Fly Together)'다. 함께 날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본래 혼자 보는 일이기도 하다. 불이 꺼진 극장에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스크린을 바라본다. 그러나 영화제가 시작되면 그 경험은 조금 달라진다. 수백 명이 같은 영화를 기다리고 같은 음악을 듣는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한 장소에서만 열리지 않는다. 제천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제천문화극장,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 엽연초살롱 등 여러 공간에서 영화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조금 걸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와 제천의 거리를 걷는다. 다음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리면서 커다란 무대 위의 푸른빛은 더욱 선명해지고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어둠 속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영화제를 찾아왔지만 이날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될 장면이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붉은 카펫을 걸어오던 배우의 모습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발견하고 활짝 웃던 관객의 얼굴일 수도 있다.

2026년 9월의 제천에서는 그 기억 사이로 영화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스크린 안에 머물러 있던 영화가 밖으로 걸어 나와 광장을 지나고 거리를 걷고 배우들과의 함께 시간을 보냈던 시간은 지나갔지만 그렇게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첫 번째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배우들
▲영화제를 찾은 배우들최홍대

 영화제를 찾은 배우 이엘
▲영화제를 찾은 배우 이엘최홍대

 영화제를 찾은 배우 박소담
▲영화제를 찾은 배우 박소담최홍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송중기 유해진 박소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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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