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 걸스> 스틸
그린나래미디어㈜
지난해 영화를 볼 수 없는 아쉬움에 원작 소설 <훌라 걸스>를 찾아본 적이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절판된 상태라 중고 서적으로 어렵게 구해 읽었다. 책이 재미있어서 직접 낭독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원작을 읽은 덕분인지, 영화를 볼 때 장면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캐릭터의 세밀한 심리까지 이해할 수 있어 훨씬 몰입이 잘 되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훌라의 손동작도 깊이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 끝에 마도카 선생이 도쿄로 돌아가려고 기차에 오르는 장면에서였다. 그를 기차에서 내리게 한 것은 말로 한 설득이 아니었다. 반대편 승강장에서 훌라 걸스가 보여준 손동작, 바로 훌라의 언어였다. 소설은 이 대목을 이렇게 묘사한다.
기미코는 천천히 훌라의 손동작을 시작했다.
양손을 위로 올리고 원을 그린다.
그리고 손을 옆으로 뻗어 파도가 치는 것처럼 물결무늬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양손을 실을 감듯 빙빙 돌리다가 오른손으로 활 모양을 그린다.
"나는…… 당신을…··· 사랑······ 합니다."
'투 유 스윗하트 알로하 To You Sweetheart Aloha'를 뜻하는 손동작. 이 모습이 열차 창에 비쳤는지 마도카가 이쪽을 봤다. 기미코의 움직임에 맞춰, 하쓰코도, 사유리도 그 뒤를 따랐다. 결국 선생이 탄 열차를 향해 무용수 전원이 훌라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마도카는 울고 있었다. 기미코와 아이들도 모두 울고 있었다. 울면서 마도카 선생에게 모든 마음을 담아 춤을 췄다.
이 장면이 너무 좋아서, 'To You Sweetheart Aloha' 훌라 수업을 찾아가 배웠다. 이 노래는 이별의 노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는 점에서 기다림과 사랑의 노래이기도 하다. 훌라에서는 손을 심장 가까이 가져가 사랑을 표현할 때가 많다. 이 곡에도 그런 동작이 많았는데, 특히 두 손으로 위아래에서 사랑을 모아 심장으로 서서히 끌어당기는 동작을 할 때면, 영화의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했다.
이 영화는 훌라 걸스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폐광촌이라는 배경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폐광이라는 시대의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마을 사람들의 불안과 분노가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AI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노동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오곤 한다. 중년인 내가 기술을 쫓아가지 못해 도태될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산업 전사'라는 자부심으로 목숨을 걸고 갱도에 들어가던 광부들이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훌라 걸스>는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탄광이 문을 닫는 마을에 사람들은 하와이안 센터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훌라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직업이 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마도카 선생에게도 그랬다. 무대에서 내려온 사람이 다시 춤을 추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꿈을 찾았다. 우리 삶에서도 무엇인가 사라질 때, 또 다른 시작이 찾아오곤 한다. 잃어버린 것을 깨끗이 놓아주고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화려한 꽃 장식과 훌라 드레스, 우아한 미소가 실린 훌라에서부터 정열적인 타히티 댄스까지. 영화 <훌라 걸스>는 볼거리도 가득하지만, 1960년대 사람들의 삶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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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