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펼쳐 들고 단가 〈사철가〉와 판소리 <춘향가> 등을 부른 소리꾼 김준수. 재담과 익살이 넘쳐났다.
전갑남
그리고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는 젊은 명창, 소리꾼 김준수였다. 첫 곡은 귀에 익은 단가 <사철가>.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월은 물 흐르듯 하니, 청춘도 덧없이 가고 백발만 오락가락하구나."
사계절의 변화에 빗대어 덧없이 흘러가는 인생을 노래하는 소리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듯 청춘도 흘러가고 어느새 백발이 찾아온다는 노랫말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다. 지나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으니 지금의 삶을 아끼며 즐겁게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힘찬 목소리를 타고 객석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어 판소리 <춘향가>의 대표적인 대목이 펼쳐졌다.
"암행어사 출두여!"
순간 공연장의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소리꾼의 호탕한 외침에 이어 공방과 형방이 혼비백산하고 변학도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이 익살스럽게 풀어지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으며 빠져들었다.
"얼씨구 좋다!"
"잘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탄성과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진,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판이었다.
마지막 곡은 <쾌지나칭칭나네>. 익숙한 민요 선율이 흥겨운 관현악을 만나자 객석 전체가 손뼉을 치며 덩달아 들썩였다. 모두가 그 신명 나는 음악의 일부가 된 순간이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숨결
돌이켜보면 이날의 연주는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민족의 역사와 광복의 기쁨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한 편의 서사시였다.
가야금과 거문고의 깊은 울림, 해금의 애잔한 소리, 피리의 힘찬 가락과 대고의 웅장함에 첼로의 포근함까지 더해져 우리 음악이 가진 넓고 깊은 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그 모습은 서로 다른 우리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세상의 이치와도 닮아 있었다.
낮에는 추사 김정희와 동반자들이 남긴 학문과 예술을 만났고, 저녁에는 민족의 삶과 역사를 품은 음악을 만났다. 유물은 말없이 역사를 전하고, 음악은 소리로 그 역사를 되살려낸 하루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무대를 가득 채운 박물관문화향연. 뜨거운 열기 속에 관객과 무대가 하나가 되었다.
전갑남
이날 박물관 열린마당에 울려 퍼진 국악관현악의 숨결은 선조들의 마음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따뜻하게 건네주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귓가에는 가야금과 해금의 가락, 대고의 웅장한 울림, 그리고 객석에서 터져 나오던 "얼씨구 좋다"는 추임새가 남아 있었다.
광복절에 만난 우리 소리는 그렇게 오래도록 가슴에서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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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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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우리 소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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