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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진퇴양난부터 나락까지 경험한 남자의 10년

[리뷰] 영화 <오디세이>

26.08.18 14:14최종업데이트26.08.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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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입추가 지나자 가을 냄새가 난다. 절기 변화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16일, 이른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초가을 공기에 취해 있을 무렵 영화 <오디세이>를 보자고 한다. 하늘엔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까지 한다. 이런 날씨에는 여행보다 영화. 잘되었다 싶어 뒤따른다.

집 근처 영화관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사람들이 북적인다. 인기 있는 영화라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누구든 인류 최고의 고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정도는 들었으리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영화 <오디세이>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장대한 대서사시

 <오디세이> 스틸
▲<오디세이> 스틸UPI 코리아

관객으로 한 공간에서 공유하는 맛은 어떨까. 감독은 영화 속으로 현실감 있게 끌어들이기 위해 70mm 아이맥스 필름을 사용하여 촬영 현장의 느낌과 감촉까지 체감하길 바랐다고 한다.

이 영화는 10년 동안 펼쳐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힘겨운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우스의 부재를 틈타 이타카 왕국을 노린 새로운 세력과 때론 회유하고, 때론 맞서 싸워야 했던 아내 페놀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장대한 대서사시가 이타카 궁정에서 시작된다. 궁정은 페넬로페와 결혼하려는 구혼자들로 북적거리고, 신들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 귀향 앞에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시련이 다가온다. "누구도 나의 귀향을 막을 수 없어. 신들조차도"란 말로 오디세우스는 운명과 맞서려 한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뙤약볕 아래 거세게 몰아친 파도를 피해 먹을 것을 찾아 어느 섬에 이른다. 양들이 드나드는 동굴에 이르자 먹을 것이 가득하다. 외눈박이 폴리페모스 괴물이 오는 것도 모른 채, 허기 채우기에 급급한 오디세우스 일행은 동굴에 갇힌다. "나그네를 환대하라"라는 제우스 법을 기대했지만, 괴물에겐 통하지 않았다. 괴물은 거대한 바위로 동굴 입구를 막고 오디세우스 부하들을 한 명씩 잡아먹는다.

끝나지 않는 고난

천신만고 끝에 동굴에서 빠져나온 오디세우스는 일행의 만류에도 폴리페모스에게 화살을 쏜다. 분노가 극에 달한 괴물은 아버지이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간청한다. 오디세우스 일행에 저주를 내려 줄 것을. 절제하지 못한 오디세우스는 신의 저주를 받아 귀향의 고난을 더욱 겪는다.

어느 섬에 이르러 마녀이자 마법의 여신 키르케를 만난다. 마녀는 오디세우스 부하들에게 마법의 덫을 놓아 돼지로 변신시킨다. 오디세우스는 마녀를 설득하여 부하들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지만, 귀향의 시간만 지체될 뿐.

기원전 <오디세이아>를 쓴 작가 호메로스는 마녀 키르케를 통해 인간의 탐욕을 경계하였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오디세우스에게 호의적인 키르케는 저승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보라는 조언까지 한다. 적대관계의 마녀 키르케가 조력자가 셈이다.

한편, 오기기아 섬의 림프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불멸과 영원한 젊음을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7년간 머무르게 한다. 칼립소의 솔깃한 유혹에도 오디세우스는 아내 페넬로페를 그리며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귀향 의지를 다진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오디세우스의 인간적 고뇌를 그리려 했을까.

마성의 노래로 유혹하는 세이렌이 오디세우스 일행을 파멸의 벼랑 끝으로 이끌려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키르케가 미리 경고한 덕분에 일행은 밀랍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묶게 한 후,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다. 감미로운 노래에 이끌린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밧줄을 풀어달라고 명령도 간청도 해 보지만, 부하들이 끝내 풀어주지 않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다. 부당한 명령에 대한 인류 최초의 상관 불복종이 된 셈이다.

괴물 스킬라와 소용돌이 카리브디스를 동시에 지나야 하는 갈림길에서 귀향의 정점에 이른다. 오디세우스는 괴물 스킬라가 있는 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라 명한다. 일촉즉발의 진퇴양난 갈림길에서 희생이 덜한 쪽을 택한 오디세우스의 리더십이 엿보인다.

이 영화에 따르면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가멤논은 잘못에 대한 참회 없이 영광만 챙기려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반면 잘못을 기억해 낸 오디세우스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환대받고 싶은 대로 나그네를 환대하라"라는 제우스 법을 어긴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경험도 한다.

상영시간(172분)이 다소 길었음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어두운 공간에서 관객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필자 역시 상영이 끝날 때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가을 향기 젖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화 한 장면이 유독 뇌리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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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