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스틸컷
영화로운형제
더러운 데서 아름다운 꽃? 가능할까
<수련> 속 인물들은 저마다 좇는 목표와 매혹되는 대상이 있다. 불행히도 서로가 좇는 그 대상이 저마다 가장 간절한 이를 바라봐주지 않는 탓에, 마음은 엇갈리고 관계는 불안정해진다. 극단 속 주요한 배역은 정해져 있고, 그를 펼쳐낼 수 있는 최선의 방식에는 좀처럼 가 닿기 어렵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자 하고, 닿지 못할 것에 닿고자 하는 열망과 욕구가 불안과 결핍을 일으킨다. 꽃은 피워지기 어렵고 몸담은 물은 더럽기만 하다.
극중극이랄까. 영화 속 극단이 무대에 올리려 준비하는 극은 저 유명한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다. 어찌 보면 영화 <수련>과도 통하는 구석이 있는 듯한 엇갈리는 열망과 관계를 담은 극이 극중극이 낼 수 있는 묘한 효과를 영화 가운데 일으키려 한다. 연극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다루는 감정 또한 격렬하고 선명하다. 무대 위 인물처럼 수연과 효원, 은서가 마주하고 표출하는 상황과 감정들이 극의 현대적인 변용을 의도한 듯 분명하게 관객 앞으로 닥쳐온다.
기실 영화 속 인물들이 마주한 문제와 감정이 그리 희소하고 특수한 것만은 아니다. 도리어 흔하고 보통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시대 꿈을 꾸는 이들 가운데 이와 같은 저항을 마주하지 않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때로는 가난이, 배움의 부족이, 인맥이 없고 기회가 없는 상황이, 무엇보다도 내 역량부족까지 하나하나 장벽이 된다. 감당해야 할 현실은 비루함을 넘어 버겁기만 한데, 영화 속 인물들이 그러하듯 버리고 도망쳐 외면하고 싶어질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버리고 싶다 해서 버려질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 <수련> 속에 드러나는 문제들처럼.
▲수련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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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 과연 마땅한가
요 근래 나오는 한국영화, 특히 청춘을 다루는 청년들의 작품 상당수가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그린다. 좀처럼 희망을 구할 수 없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비루한 현실 속에서 꿈을 좇는 일은 사치이거나 가망이 보이지 않는 무책임한 무엇인 것만 같은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 속에서 더는 관계는 지지나 연대가 아니고 깨어져 나가고 부수어지는 불편한 짐 덩어리처럼 보이기 일쑤다. 이미 한국 문학이 앞질러 간 그 자리에서 맴도는 영화의 고뇌가 그대로 한국사회 청춘의 단면이라면 이는 얼마나 암담한 일인지. 그 이상을 구하는 작품을 만나고픈 갈증을 지우기 어려운 건 나 또한 현실 가운데 답을 찾고픈 시대의 청춘이기 때문이겠다.
더러운 물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수련이란 제목과 달리 영화 <수련>이 어떤 아름다움에 이르는지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식물 수련은 해내는 것을 그를 바라보는 인간과 사회는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을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그려내고 싶었던, 닿고자 했던 경지는 무엇이었을까. 그곳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그 너머의 풍광은 또한 무엇일까. 관객은 이 영화로부터 못에 핀 꽃과 같은 무엇을, 그 은은한 향취와 같은 매혹을 발견할 수 있을까. 차마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을 통해 확인한 좋은점도 있다. 영화사 측이 열심히 광고하는 것처럼 <수련>은 해외 유수 영화제의 문턱을 넘어 다른 세상의 관객 앞에 이 세계 청춘의 단면을 알렸다. 결코 만만치 않았던 연기를 열렬하게 해낸 덕으로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연기상을 안긴 영화제 또한 있었다. 이홍연, 최은서, 이승연, 박인철 등 출연한 배우 여럿이 제게 맡겨진 역할을 제법 충실하게 소화했다 여긴다. 돌아보면 이 또한 결코 당연하거나 쉬운 일은 아니다.
▲수련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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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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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한 연못에도 꽃 핀다는데... 쉽지 않은 서울살이 담은 청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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