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대한체육회/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관 경기에서 400승을 기록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김현희
국내 고교야구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정윤진 덕수고등학교 감독이 개인 통산 400승이라는 뜻깊은 이정표를 세웠다.
덕수고등학교 야구부는 지난 7월 30일 막을 내린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26시즌 전국대회 첫 다관왕 학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당시 결승전 승리로 정윤진 감독은 개인 통산 399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꿈의 400승을 눈앞에 둔 정윤진 감독은 곧바로 봉황대기 무대에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400승이 완성됐다.
덕수고는 봉황대기 1회전에서 대구북구SC를 상대로 42-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덕수고의 1회전 승리와 함께 정윤진 감독 역시 개인 통산 400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당시 경기 결과를 두고는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상대 전력과 관계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구북구SC 선수들에게도, 경기 내내 학생 선수답게 최선을 다한 덕수고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그런데 정작 이날 경기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바로 그 경기에서 정윤진 감독이 개인 통산 400승이라는 뜻깊은 기록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모교에 청춘 바친 사나이
정윤진 감독의 야구 인생은 곧 덕수고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덕수고와 서울산업대를 거쳐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정윤진 감독은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선수였지만 끝내 KBO 리그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그러나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지도자로 이루겠다는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 결국 그는 모교 덕수고 코치로 합류했고, 이후 오랜 시간 학교에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후배들을 지도했다.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스스로 학교에서 합숙하며 선수들을 지도했을 정도로 야구와 제자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쏟았다.
그렇다고 지도에만 매달린 것도 아니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 등록해 학위를 취득하는 등 지도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시카고 컵스 지도자 연수를 통하여 야구를 보는 눈을 더욱 키웠다.
선수들에게 야구만을 강조한 것도 아니다. 덕수고 야구부 입단을 희망하는 중학교 선수들에게 "중간·기말고사에서 90점 이상을 받으면 기꺼이 스카우트하겠다"고 이야기할 만큼 학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이기 이전에,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지도 철학이 담겨 있는 대목이다.
그 결과 덕수고 출신 선수들 가운데에는 이정호, 이서준 등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진학한 선수들도 배출됐다.
말 그대로 모교 덕수고, 그리고 야구와 '결혼했다'는 이야기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윤진 감독에게 모교와 선수들은 특별한 존재였다.
우승 DNA 만든 정윤진의 20년
▲그라운드에서 정윤진 감독은 항상 '기본'을 강조한다.
김현희
그의 헌신은 덕수고의 성적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덕수고는 어느 순간부터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학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전국대회 결승전이 열릴 때마다 덕수고 더그아웃에 등장하는 스케치북에는 어김없이 '어우덕'이라는 문구가 적힌다. '어차피 우승은 덕수고'라는 뜻이다.
물론 그 한마디 뒤에는 수많은 땀과 희생이 있었다. 2007년 모교 감독으로 승진한 정윤진 감독은 올해로 어느덧 20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커리어 첫 승부터 400번째 승리까지, 어느 한 경기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는 정 감독을 믿고 따라온 수많은 제자가 있었고, 동시에 모교의 이름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친 선수들이 있었다.
정윤진 감독에게는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도자 제의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 감독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사의 뜻을 밝혔다.
프로 무대에서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모교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시간이 어느덧 20년이 됐다. 그 결실이 바로 고교야구 지도자로서의 개인 통산 400승이다.
대한민국 고교야구에 남긴 또 하나의 기록
학생야구 지도자로서 400승을 거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프로가 아닌 학생야구 감독이 개인 통산 400승을 기록한 사례는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에 이어 정윤진 감독이 두 번째다. 다만 이연수 감독의 기록에는 한국대학야구연맹 주관 대회가 포함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관하는 전국대회를 기준으로 400승을 달성한 지도자는 정윤진 감독이 사실상 유일한 기록을 갖게 된다.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200승 이상의 승리를 기록한 지도자는 손에 꼽힌다. 올해 개인 통산 300승을 넘어선 충암고 이영복 감독을 비롯해 유신고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이성열 감독, 강릉고 최재호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고교야구에서 400승이라는 숫자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400번의 승리 뒤에는 수많은 선수의 이름이 있고, 수많은 대회와 경기, 그리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의 중심에는 '덕수고'라는 이름이 있었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지도자로 이어간 사나이, 모교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소년에서 이제는 수많은 후배의 꿈을 키워주는 감독이 된 사람. 정윤진 감독의 400승은 단순히 숫자 하나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20년 동안 모교에 바친 한 지도자의 청춘이 만들어낸 기록이다.
그리고 덕수고의 우승 역사 한 페이지에 또 하나의 굵직한 숫자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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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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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덕' 신화 만든 정윤진 감독, 20년 만에 통산 400승 금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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