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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딸 가둔 부모 이야기, '역대급'이란 말 나오는 까닭

[하성태의 사이드뷰] '5만 돌파'한 일본 다큐 <어떻게 해야 했을까?> 흥행에 대하여

26.08.13 10:42최종업데이트26.08.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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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지금도 존재한다. 극장은 돈을 내고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만 찾아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개 범위는 극장까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27일 개봉, 2주차에 5만 관객을 동원한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그는 OTT 플랫폼에 영화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장의 수익보다, 독립예술영화로서 더 너른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보다 가족의 초상권과 윤리적 고민을 우선한 선택이었으리라.

이러한 흔치 않은 윤리적 결정에 대한 존중과 관심 때문일까. 국내 극장가에서 결코 친숙하지 않은 장르라 할 만한 일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관련 기사: 체면이 뭐길래... 의사 부부는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웠다)가 범상찮은 관객 동원 속도와 함께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중이다.

개봉일 기준 14일 만인 지난 11일까지 누적 관객은 5만4741명(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개봉 첫날 49.3%를 시작으로 좌석판매율 50%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며 개봉 3일 만에 1만, 첫 주말 3만, 개봉 12일 만에 5만을 돌파했다(13일 기준). 11일 역시 약 3천 명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독립예술 다큐멘터리로서는 흔치 않은 흥행 속도인 것이 맞다. 이 같은 흥행은 지난 2023년 입소문을 타고 사회적으로도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다큐 <어른 김장하>가 장기 상영 끝에 달성한 최종 스코어 4만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또 이 같은 성적은 현재 2026년 기준 독립예술영화 전체 박스오피스 15위에 해당한다. 또 올 상반기 다큐멘터리로서는 12.3 내란을 소재로 25만 넘게 동원한 이명세 감독의 <란 12.3>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5만5천을 동원한 <부흥>을 잇는 스코어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스타 배우나 감독의 이름값도 없다. 국내 영화제에서 입소문을 모은 적도 없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상업적이라 불릴 만한 소재도 아니다. 종교나 정치와 같이 일종의 팬덤이나 단체의 동원력과도 거리가 멀다. 왜 어째서 이 일본 다큐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는가.

일본 흥행에 이은 한국 관객들의 입소문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주)엣나인필름

비단 조현병이란 소재의 휘발성만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조현병 환자였던 누나와 그런 딸을 집안에 가두는 등 치료를 받지 않게 했던 부모와의 25년 여를 카메라에 담은 문제작이다. 한없이 무거운 것도, 섣불리 추천하기도 쉽지 않은 소재다. 그럼에도 입소문이 나고 독립예술 영화와 친숙한 관객들이 역대급 폭염을 뚫고 극장을 찾았는데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일본 개봉 성적을 보면 실마리가 풀린다. 2024년 12월 일본 내 개봉은 단 4개 극장에서 출발했다. 예술영화관(미니시어터) 중심으로 장기 상영이 가능한 일본 시스템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후 관객 반응이 폭발했다. 도쿄 중심 상영관에서 50회가 넘는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일본 내 예술영화관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개봉 두 달째 40개 넘는 상영관으로 확대 상영이 이뤄졌다.

이 시점에서 일본 내 수익 1억 엔을 돌파했다. 일본 내 다큐멘터리 장르에선 꿈의 고지와 같은 스코어였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2025년 상반기 장기 상영을 이어갔고, 결국 전국 100개 이상 스크린이 확대됐다.

누적 관객 수 16만 명을 돌파했고, 최종 수익 2억 3천 만엔을 기록했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입소문에 일본 내 온갖 미디어가 반응했고,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이후 관련 서적까지 출간했다. 그 동력이 다시 관객 동원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부모는 조현병 누나를 집에 가두었다… 영화감독과 가족의 40년"(<아사이 신문>)
"조현병 누나와, 누나를 집에 가둔 부모의 20년을 기록한 <어떻게 해야 했을까?>"(<뉴스위크 일본판>)
"영화를 보고 난 뒤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가족이라는 밀실에 문제가 있다면 절대 혼자 안고 있지 말아야 한다." (일본 내 X 리뷰 중)

이처럼 일본 내 신문과 방송이 들썩였고, 관객이 움직였다.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가족의 이름으로 자문하게 만드는 힘, 현대인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가족 돌봄'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공감대, 2001년부터 카메라를 들었던 감독의 작업 자체가 주는 무게감, 관객과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담론 생성과 입소문 등등.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평가가 흥행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조현병을 넘어 '가족'과 관계 맺는 '개인'이라면, 아울러 자의든 타의든, 나이든 나와 관계 맺는 이든 정신질환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공감대를 자아낸다는 점이야말로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흥행 동력일 터다. 개봉 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전문의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비단 조현병만의 이야기일까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스틸컷(주)엣나인필름

"물론 질환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같이 살아가려면 우리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서로 조율해야 하는지를 같이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히려 서로의 다양성을 더 드러내고, 각자의 다름에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문화와 사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단 조현병만의 이야기일까. 수많은 정신질환이 여전히 오해와 편견 속에 있고, 많은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하루라도 더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유튜브 채널 <쿠크닥스>)

그래서 개봉 2주 차 독립예술 영화치고 적잖은 스크린 수를 유지하며 순항 중인 이 다큐의 최종 스코어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물음이 따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일 터. 이 추세라면 상업 극영화의 100만, 200만과도 같은 10만 돌파도 억지스럽거나 희망에 부푼 결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다큐 영화로서 10만 이상 관객은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순위 10위~1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20년대 들어 20만 이상을 동원한 다큐는 <건국전쟁>과 <란 12.3> 단 두 편이었을 만큼 흥행 다큐가 드물기도 했다.

<워낭소리>(480만)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96만), <노무현입니다>(185만)와 같은 초대박 다큐의 출현이 그리운 시대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잔잔한 듯 주목할 만한 흥행이 더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요즘 맹활약 중인 AI들은 이 영화의 최종 성적을 어떻게 점쳤을까.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까 차마 글로 옮기진 못한다. 분명한 점은 AI들도 이 영화의 작품성과 롱런 가능성 만큼은 공히 인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조현병 어떻게할수있을까 다큐 일본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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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