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가 약 일주일간의 '폭염 방학'을 마치고 11일부터 다시 리그를 재개한다.
KBO는 8월들어 전국을 강타한 폭염으로 취소되는 경기가 증가했다. 심지어 지난 4일 인천 경기에서는 관중이 쓰러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KBO는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자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전 경기를 취소하고 기존 폭염대책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기로 결정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아닌 다른 이유로 리그가 멈춘 것은 2021년 7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려 5년 만이었다.
덕분에 10개 구단은 짧게는 6일, 길게는 10일간의 휴식과 재정비 기간을 벌었다 다행히 휴식기 동안 폭염이 한 풀 꺾이면서 각 구단은 최상의 전력으로 후반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리그가 재개되지만 경기운영 방식은 이전과 달라진다. KBO는 11일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경기 시작 시간을 기존 오후 6시30분보다 30분 밀린 7시로 늦췄다. 경기 당일 오후 1시 이전에 경기장 소재지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해당 경기는 즉시 취소 결정이 내려진다. 만일 폭염주의보나 경보 시에는 경기운영위원이 현장 체감온도를 측정하여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하여 경기 도중 휴식 시간은 대폭 늘어났다. KBO는 3회와 7회 종료 후 이닝 교대 시간을 4분으로 늘렸으며, 5회 종료 후 실시되는 '클리닝 타임'은 필요시 최대 6분까지 확대할 수 있게 했다. 경기가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에는 9회 종료 이후 4분의 휴식 시간을 추가로 보장된다.
관중들을 위한 안전대책도 강화됐다. 각 구단은 경기장 입장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여 관중들이 폭염속에서 야외에서 입장 대기해야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늘막과 음수 시설 등을 확대하고, 현장에는 응급 의료 인력이 추가 배치된다. 이밖에도 KBO는 10개구단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현장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제 2의 개막'을 맞이하면서 프로야구 구단은 이제 막바지 순위싸움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제 팀당 남은 경기는 40경기에서 47경기다. 리그 재개 이후 초반 상승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간 폭염과 우천 등로 취소된 55경기는 9월 이후 다시 편성된다. 취소로 인한 잔여경기 수가 늘어날수록 시즌 막판 일정이 빡빡해지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9월에는 아시안게임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주축 선수를 대거 국가에 대표팀에 보내야 하는 구단들은 전력 공백까지 감수하여 막바지 일정을 소화해야한다. 각 구단들이 어떻게든 8월에 최대한 많은 승수를 벌어놔야하는 이유다.
폭염 휴식기의 수혜가 과연 어떤 팀에게 더 이득이 되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주일 이상을 쉰 만큼 선수들의 체력은 많이 회복되었을 것이다. 다만 실전감각 저하 문제를 고려하면 긴 휴식이 반드시 이득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로테이션이나 불규칙한 등판에 익숙한 투수들보다, 매일같이 경기에 나서서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타자들의 컨디션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휴식기간동안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따라 순위 판도가 휴식기 이전과 완전히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선두 KT는 휴식기 직전 6연승을 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기에 흐름이 끊긴 게 오히려 아쉬울 법 하다.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는 7월에만 9홈런 26타점을 쓸어담으며 KBO리그 7월 월간 MVP에 선정될만큼 KT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KT는 휴식 기간 7승을 거둔 맷 사우어를 내보내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 데이비스 다니엘을 영입하여 마운드를 보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2.3위로 밀린 삼성과 LG는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삼성은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에 그치며 KT에 1.5게임차로 밀렸다. LG는 3승 1무 12패로 후반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이제는 4위 두산 5위 KIA에게도 쫓기고 있는 실정이다.
두 팀 모두 메이저리그 출신인 삼성 페덱과 LG 카라스코라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후반기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특히 카라스코는 지난 1일 KBO리그 첫 등판 두산전에서 '7이닝 퍼펙트'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데뷔전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기에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5위 KIA 타이거즈는 전 주말부터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NC 다이노스(7위)와 더불어 유이하게 8월 들어 아직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팀이다. 열흘 동안 실전을 치르지 않으면서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얻은 대신, 경기 감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은 숙제가 됐다.
6위 한화 이글스는 KIA를 4게임차로 추격하며 5강 막차 티켓을 놓고 대역전극을 꿈꾸고 있다. 마운드가 불안하지만 강백호와 채은성의 부상 복귀로 인하여 강점이던 '타선의 완전체' 구성이 가능해졌다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재개되는 개인 타이틀 경쟁 역시 관심을 모은다. 최대 이슈인 홈런왕 부문에서는 나란히 30홈런을 넘긴 김도영(KIA, 33개)이 앞서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타자인 LG 오스틴(31개)과 KT 힐리어드(29개)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김도영이 아시안게임 차출 기간으로 자리를 비워야하는게 변수가 있다는게 외국인 타자들에게 절호의 역전 기회가 될수 있다. 또한 오스틴과 힐리어드는 타점 부문에서도 각각 94개와 92개로 1, 2위에 올라있어서 다관왕을 노린다.
투수 부문에서도 현재 다승 공동선두인 한화 왕옌청(10승, 대만), 자책점 부문 집안 싸움을 벌이고있는 두산 최민석(자책점 2.64)과 곽빈(자책점 2.66) 등이 모두 아시안게임에 나설 예정이다.
리그가 재개되는 11일은 첫 경기부터 현재 각 팀들의 1선발 에이스들이 총출동하여 가을야구를 연상케하는 빅매치를 예고하며 야구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잠실에서는 왕옌청(한화)과 곽빈(두산), 창원에서는 라일리 톰슨(NC)와 로건 앨런(KT), 고척에서는 안우진(키움)과 카를로스 카라스코(LG) 인천에서는 페드로 아빌라(SSG)와 제레미 비슬리(롯데), 광주에서는 아담 올러(KIA)와 크리스 페덱(삼성)이 격돌한다. 선발투수 10명 가운데 8명이 외국인 선수이고, 국내 투수는 곽빈과 안우진 뿐이다. 그만큼 현재 각 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믿을만한 카드들을 내세웠다.
개막전을 제외하고 시즌 후반기에 이렇게 1선발급 투수의 맞대결이 한꺼번에 성사되는 경우는 흔치않다. 올스타전 휴식기도 있지만, 기간이 짧고 올스타전에 출전하여 던지는 투수들도 있기에 로테이션을 맞추기가 어렵다. 폭염으로 인한 일시적인 리그 중단이 각 팀에 헝클어진 선발 로테이션을 재정비하고 전력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팬들에게도 흥미로운 빅매치를 선물하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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