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7미터> 스틸컷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죠스〉 이후로 상어를 소재로 한 장르물은 숱하게 만들어졌지만, 〈47미터〉가 그 계보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케이지에 갇힌 채 바다 밑바닥까지 추락했다는 밀실감이다. 넓은 바다라는 공간을 케이지라는 극단적으로 좁은 공간으로 축소시키고, 위협의 크기보다 몸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서스펜스의 축으로 삼는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물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고, 두 주인공이 숨을 몰아쉴 때는 보는 사람마저 호흡을 참게 된다. 그만큼 제한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몰입감이 크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상어 영화라기보다 몸이 세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에 관한 영화에 더 가깝다.
영화는 두 사람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끝까지 미룬다. 산소가 줄어들수록 두 사람은 침착함을 잃어가고, 그와 함께 판단력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객은 이들이 상어에게 붙잡히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 속에서 영화를 지켜보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에도 내가 지금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조차 알 수 없어진다는 두려움이 이 영화가 끝까지 놓지 않는 긴장이다.
그렇게 보면 수영장에서 느꼈던 낯선 두려움도 결국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 것 같다. 물이 사나워진 게 아니라 내 몸이 예전만큼 그 물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이 여름, 뉴스에서 매일 갱신되는 최고기온을 보면서 비슷한 감각을 느낀다. 몸이 감당하기 버거워진 것은 물속만이 아니다. 바깥의 공기 자체가 이제는 예전만큼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여름은 계속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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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