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루이 서루: 인사이드 더 매노스피어> 관련 이미지.
넷플릭스
가장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한 HS(해리슨 설리번)는 고수익 차울인 지상 목표인 무려 '23살' 영국 청년이다. 틱톡, 텔레그램에서 서식하며 팔로워 수백만을 거느린 HS의 주 장르는 정치 소재보다 근육과 재력 자랑, 밤 문화와 헌팅이며,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상황극에 열중한다. 예상하다시피, "나는 여성들을 사랑한다"면서도 여성 출연자를 "자동청소기"라 비하하는 여성혐오자이기도 하다.
다큐 초반 교통사고를 내고 스페인으로 도주한 HS는 이후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에 열을 올리며 "내가 내 돈 버는 데 왜?"라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시청자들은 그 세속성과 당당함에 더 열광한다. 더 큰 문제는 HS를 비롯한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 일부가 성인 사이트 홍보나 암호화폐 투자 사이트 링크를 노출한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해당 사이트들로부터 링크 수에 따라 일정 수익을 배분받는다. 불법과 위법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를 감추기는커녕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데 이용하고 인기의 동력으로 삼는다. 루이 서루도 직접 HS 영상에 올라온 투자 사이트에 500달러를 입금했다 돈을 다 잃는다.
또 다른 여성혐오 (영상) 팟캐스트 <Fresh & Fit>을 운영하는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관 마이론 게스트는 여성 출연자들에 대한 멘스플레인을 넘어 남성우월론으로 대놓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다. 그는 여성에 대한 외모와 연령 차별과 학대에 가까운 퍼포먼스가 주특기인데 일방향 일부일처제, 즉 자신만 독점적으로 자유로운 관계를 즐기겠다는 궤변을 이어가다 끝내 여자친구와 결별한다.
이들을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극한 직업일지 모를 일. 루이 서루는 베테랑답게 인터뷰를 이어가는데 몇 마디 촌철살인과 같은 질문으로 이 매니스토어들의 폐부를 찌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궤변을 늘어놓는 인플루언서들 앞에서 대놓고 뚱한 표정을 짓는 인터뷰어 루이 서루의 반응이 압권이다.
물론 이들에게 괜한 마이크를 쥐여준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런데 어떡하나. 넷플릭스 다큐가, BBC 방송이 아니더라도 이 인플루언서들은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리며 잘 먹고 잘살고 있는 것을. 이들의 영향력은 이미 모른 척해서 줄어들 성질을 넘어선 지 오래라면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서라도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이들은 '레드필' 이론을 공유한다. 맞다. 영화 <매트릭스> 속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그 빨간 약을 빗댄 이론이다. 자신들이 여성 중심 사회에서 핍박을 받다 빨간 약을 먹고 깨어난 선택 받은 이들이라니. '레드필' 이론이야말로 매니스토어들이 대놓고 여성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논리이자 일종의 방어기제라 할 수 있다.
만약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라면
그래서 더 이들이 중요시 여기는 여성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이 서루가 뒤늦게 나타난 여자친구에게 일방향 일부다처제에 대해 (여자친구는) 묻자 눈에 띄게 거북해 한다. 어떤 여성이 그런 궤변을 용인하겠나. 물론 반대도 존재한다.
저스틴 윌러는 성공한 알파남을 앞세운 건설업 및 부동산 사업 출신 인플루언서다. 그의 자식을 낳은 (결혼은 하지 않은) 파트너 여성은 저스틴 윌러가 감추지 않는 일방향 일부일처제 주장을 순순히 인정한다. 이 파트너는 남성은 밖에서 일하며 경제적 부양을 하고, 여성은 집안일과 육아를 챙기면 된다는 전근대적 가부장적 신념의 신봉자다. 과연 이 신념이 가스라이팅의 결과인지 자발적 선택인지, 이들이 카메라 밖에서 어떤 관계를 맺을지, 루이는 구태여 캐묻지 않았다.
영화 말미 등장한 HS의 어머니야말로 가히 신스틸러다. 과거 부재했던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을 홀로 키웠다는 HS의 어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루이 서루) 당신도 아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일침을 놓을 만큼 아들의 철학과는 거리가 먼 주체적 여성의 면모를 보여준다. HS 역시 그런 어머니 앞에선 순종적인 아들일 뿐이다.
그러니까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이들도 카메라 밖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과의 관계에 영향을 받고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또 하나, HS나 저스틴 윌러 모두 아버지의 부재를 겪었거나 부모에게 학대받은 유년 시절을 공유한다. 걱정 붙들어 매시길. 이 다큐가 이들의 과거 상처를 동정할 생각은 없으니까. 루이 서루는 시종일관 '너희들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데'와 같은 의도로 질문을 이어 가며 선을 긋는다.
그리하여 가장 큰 비극은 두 가지다. 이들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또 선망한다는 걸 대놓고 자랑한다. 또 미래 세대들인 10대들 일부가 이들에게 열광한다. 이처럼 이 인플루언서들은 수익 창출에 혈안인 동시에 극우 정치와 미래 세대를 잇는 고리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트럼프가 열어젖히고 확장 중인 지옥도의 결과이자 트럼프가 세 번째 임기를 탐하게 만드는 동력일 수 있을 터.
어쩔 수가 없다. 우리라고 다를까. 어른들이 만든 능력주의에 물들어가는 우리 1020 세대들이 일베 문화에 젖어 들고 극우에 빠져드는 현실과 또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시대에 세를 더 불리는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들의 득세.
과연 우리와 무관하다 자신할 수 있을까. 이 다큐 속 풍경이 한국식 매노스피어의 다가올 미래라면 어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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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