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빅 치킨: 패스트푸드의 배신> 관련 이미지.
넷플릭스
길리건은 이처럼 심리학자, 교수, 언론인, 활동가, 과학자들이 차례로 만난다. 당연히 다큐는 일일이 열거하기 벅찬 문제점을 나열해 나간다. 그 와중에도 길리건이 치킨을 먹고 또 먹는 장면은 계속된다. 고역이 따로 없다. 그리하여 길리건은 체중 증가나 배변의 어려움 등 신체적 변화를 넘어 급기야 우울증을 호소하기에 이른다. 초가공 식품만 계속 섭취했을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증상이란 전문가의 설명이 뒤따른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코미디언이 우울증을 겪으며 어려움을 소호하는 모습, 이런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책하는 길리건의 모습은 사실 의외일 정도다.
반면 한계도 뚜렷하다. 산업의 무해함을 부드럽게 호소하는 영국 양계 협회 회장과의 인터뷰는 조금은 나이브하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 직접 침입해 유해 환경을 직접 촬영하기로 한 계획은 실패로 끝난다. <빅 치킨>이란 다큐 자체는 정색하지 않는다. 산업의 문제를 아우르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본격적으로 천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2004년 국내에서 개봉한 <슈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를 기억하시는지. 모건 스퍼록이란 감독을 업계의 스타로 만든 이 다큐는 감독이 직접 '30일 동안 삼시 세끼 맥도날드 메뉴만 먹기'에 도전해 화제를 불러 모았고, 국내에서도 이에 도전한 활동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미국에서만 제작비에 150배가 넘는 흥행을 거두면서 패스트푸드 기업들이 영양분석표를 제공하는데 이 다큐가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빅 치킨>가 <슈퍼 사이즈 미>의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틀림 없다. 그로부터 무려 22년이 흘렀고, 치킨 산업의 영향력은 훨씬 더 커졌다. 영국 제작사와 길리건이 <빅 치킨> 제작에 나선 이유 중 하나일 터다.
덜 진지하다는 이유로, 또 문제의 나열에 그쳤다는 이유로 작품의 의도를 폄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현대인들을 포위한 초가공 식품에 대한 경고는 지금 더 유효해졌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에서 경고한 글로벌 식품 기업의 공포를 닮은 것이 바로 어이없이 크기만 한 미국식 '베이비 치킨'일 것이다.
오늘도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그 프랜차이즈 치킨들이 무차별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과연 영국이 아닌 우리라고 얼마나 다를 것인가. 우리는 '빅 치킨'들의 유해함으로부터 또 초가공 식품들의 공격에서 안전한가. <빅 치킨>은 OTT 시청자들에게, 또 OTT 친화적인 '젠지' 세대들에게 이러한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작품이다.
제작진이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길리건의 멘트로 다큐를 끝낸 것도 그런 의미일 터다(다행히, 촬영 기간 3kg이 찐 길리건은 현재 건강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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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