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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직후 경기장서 눈물... 경북고 엄태욱의 성장기

2026년 청룡기 우승은 충북 세광고로...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로 팀이 진 것 같아 가장 마음 아파"

26.07.16 07:26최종업데이트26.07.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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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룡기 결승전 직후 그라운드를 향해 눈물을 쏟으며 다음을 기약한 경북고 포수 엄태욱
청룡기 결승전 직후 그라운드를 향해 눈물을 쏟으며 다음을 기약한 경북고 포수 엄태욱김현희

2026년 청룡기 쟁탈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의 우승기는 충북 세광고가 차지했다. 그러나 준우승에 머문 경북고 역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회 전만 해도 경북고는 우승 후보로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탄탄한 투타 밸런스를 앞세워 결승 무대까지 올라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했다. 무엇보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자가 장타력을 갖춘 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실제로 경북고는 결승전 이전까지 경기당 평균 7.3점을 기록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화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학년 4번 타자이자 주전 포수인 엄태욱(17)이 있었다.

"대통령배와 봉황대기에서 반드시 아쉬움을 풀겠습니다"

엄태욱의 활약은 눈부셨다. 청룡기 6경기에서 26타수 9안타(타율 0.346), 2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2학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존재감을 보여줬다. 경북고 이준호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활약이었다.

결승전에서도 우승을 향한 그의 의지는 남달랐다. 모교의 청룡기 최다 우승 기록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로 타석에 들어섰다. 목동야구장에서 홈런을 터뜨린 경험이 있었던 만큼 기대도 컸다.

그러나 야구는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 두 번째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세 번째 타석이었다. 팀이 2-4로 추격하던 중요한 순간 병살타로 물러나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울먹이는 엄태욱을 위로하는 경북고 학부모
울먹이는 엄태욱을 위로하는 경북고 학부모김현희

하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세광고 에이스 박상준의 투구가 뛰어났고, 엄태욱 역시 자신이 노린 공을 제대로 받아쳤다. 상대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기록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9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고 세광고의 우승이 확정되자, 엄태욱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과 선배들의 위로에도 쉽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대신 세광고 선수들의 우승 세리머니를 묵묵히 바라보며 그 장면을 가슴속 깊이 새기는 듯했다.

경기 후 엄태욱은 "결정적인 순간 병살타를 치면서 팀이 진 것 같아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패배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 아쉬움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오늘의 모든 장면을 눈에 담아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배는 사실상 우리의 홈인 포항에서 열립니다. 우리 아니면 누가 우승하겠습니까."

패배를 다음 도약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다짐이었다.

 우승 기념 촬영과 세레머니를 하는 세광고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엄태욱(등번호 53번)과 그를 위로하는 동갑내기 친구, 내야수 이원혁(등번호 23번)
우승 기념 촬영과 세레머니를 하는 세광고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엄태욱(등번호 53번)과 그를 위로하는 동갑내기 친구, 내야수 이원혁(등번호 23번)김현희

라이벌도 인정한 실력

그라운드에서는 눈물을 흘렸지만, 친구이자 라이벌인 세광고 포수 전영훈은 엄태욱의 기량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했다. 우승 직후 전영훈은 "(엄)태욱이와는 중학교 때부터 좋은 라이벌이었다. 오늘은 우리가 우승했지만 상대 팀으로 만나면 정말 까다로운 선수다.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승자의 진심 어린 찬사는 패자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눈물을 흘려도 괜찮다. 청춘에게는 좌절할 권리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좌절을 어떻게 성장의 자양분으로 바꾸느냐다. 아직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다. 이번 패배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언젠가 오늘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는 날이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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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르티보미디어에도 실립니다.
엄태욱 경북고 고교야구 프로야구 청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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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