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 음바페(왼쪽)와 라민 야말
AFP=연합뉴스
한 시즌에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리그에서는 전력이 강한 팀이 우승에 가까워지기 마련이지만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단기전으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에서는 이변이 많이 발생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32강에서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독일이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도 16강에서 엘링 홀란이 이끄는 복병 노르웨이에 패하며 8강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 그리고 축구 강국들의 '진검승부'를 보고 싶어 하는 축구팬들은 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나라들이 최대한 오래 생존하기를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월드컵은 FIFA와 축구팬들이 기대하는 대로 강팀들이 8강까지 힘든 관문을 통과했다. 실제로 이번 월드컵에서는 FIFA 랭킹 1위 아르헨티나와 4위 잉글랜드, 2위 스페인과 3위 프랑스가 4강에서 격돌하는 최고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특히 유로 2024 우승국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안정된 전력을 과시한 FIFA 랭킹 2위 스페인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에 이어 3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한 FIFA 랭킹 3위 프랑스의 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의 빅매치로 꼽힌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결승전으로 불리는 15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두고 결승이 열리는 뉴저지 스타디움에 선착할 팀은 어디일까.
[스페인] 6경기에서 단 1골만 허용한 막강 방패
지금이야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강호로 군림하고 있지만, 사실 스페인이 세계 축구의 중심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실제로 스페인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위를 기록한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5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월드컵 4강 무대를 밟지 못했을 정도로 유럽의 평범한(?) 강호에 불과했다. 스페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에서 한국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자신들의 색깔을 살리는 '점유율 축구'를 도입했고, 이케르 카시야스와 카를레스 푸욜, 세르히오 라모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다비드 비야, 페르난도 토레스 같은 좋은 선수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그 결과 스페인은 유로 2008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스페인 축구의 황금기를 활짝 열었다.
스페인은 남아공 월드컵 우승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러시아 월드컵과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잇따라 16강에서 고배를 마시며 다시 슬럼프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후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부임한 스페인은 페드로 포로와 페란 토레스, 페드리, 니코 윌리엄스, 라민 야말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유로 2024에서 12년 만에 유로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유로 2024 우승 멤버들이 주축이 된 이번 월드컵에서도 스페인은 순항하고 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카보베르데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불안하게 출발한 스페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4-0, 우루과이를 1-0으로 꺾고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32강에서 오스트리아, 16강에서 포르투갈, 8강에서는 벨기에를 제압하며 4강 티켓을 따냈다. 특히 이번 대회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밖에 내주지 않은 촘촘한 수비가 빛나고 있다.
스페인은 유로 2024에서 1골 4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던 '초신성' 라민 야말이 이번 대회에서는 도움 없이 1득점에 그치며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야말이 최고의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버틴 프랑스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선보인다면 8강까지의 부진을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 유로 2024와 지난해 UEFA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꺾었던 스페인은 3년 연속으로 프랑스를 울리려 한다.
[프랑스] 3연속 결승 진출 노리는 최고의 창
프랑스 축구에는 크게 세 번의 황금기가 있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히는 미셸 플라티니가 활약했던 1980년대 초·중반이 그 시작이었고,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를 앞세워 월드컵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가 두 번째 전성기였다. 그리고 브라질, 독일에 이어 월드컵 역사상 세 번째로 3회 연속 4강에 진출한 현재가 프랑스 축구의 세 번째 황금기다.
지금은 3연속 월드컵 4강에 진출할 정도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강팀이 됐지만, 사실 프랑스는 월드컵 무대에서 기복이 심한 대표적인 팀이었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프랑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후에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경험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과 유로 2016 준우승으로 팀 전력을 재정비한 프랑스는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 위고 요리스, 은골로 캉테, 스티븐 은존지 등이 활약한 러시아 월드컵에서 2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비록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에 패했지만, 음바페가 결승전 해트트릭을 비롯해 득점왕과 실버볼에 선정됐던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도 프랑스의 저력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대회였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2012년부터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기록했고, 토너먼트에서도 스웨덴과 파라과이, 모로코를 차례로 꺾고 큰 위기 없이 4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에서 세네갈과 노르웨이를 상대로 한 골씩 허용했던 프랑스는 토너먼트 3경기에서 3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대회를 치를수록 프랑스의 수비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는 유로 2024 준결승 1-2 패배에 이어 지난해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스페인에 패한 바 있다. 프랑스로서는 스페인에 연패를 당하고 있는 만큼 이번 준결승에서 설욕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과연 6경기 16골로 아르헨티나(17골)와 함께 이번 대회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브라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월드컵 3연속 결승 진출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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