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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 보이스의 주인공, 보니 타일러를 추억하다

영국 웨일스 출신 가수 보니 타일러이 부고 소식을 접하고

26.07.10 16:03최종업데이트26.07.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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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 출신 가수 보니 타일러(Bonnie Tyler·75)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믿기 어려운 마음에 그녀의 이름을 다시 검색해 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Total Eclipse of the Heart'였다. 1983년 발표된 이 노래는 7분에 가까운 대곡이었다. 하지만 당시 라디오 방송 환경에 맞춰 싱글 버전으로 편집돼 소개됐고, 그럼에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1975년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Bohemian Rhapsody'는 6분에 가까운 러닝타임 때문에 편집을 요구받았지만, 퀸은 이를 거부했고 프레디 머큐리의 지인인 영국 DJ 케니 에버렛이 원곡을 방송에 내보내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결국 원곡 그대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하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편집됐고, 다른 하나는 끝까지 원곡을 지켰지만 두 곡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이 됐다. 결국 명곡은 어떤 형태로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내게 보니 타일러는 무엇보다 영화 <풋루즈>(1984)의 OST로 기억된다. 허버트 로스 감독이 연출하고 케빈 베이컨이 주연을 맡은 <풋루즈>는 지금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 영화다. 영화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어린 시절의 내게 더 강렬했던 것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던 사운드트랙이었다. 케니 로긴스의 'Footloose', 데니스 윌리엄스의 'Let's Hear It for the Boy', 그리고 보니 타일러의 'Holding Out for a Hero'.

특히 거친 허스키 보이스로 "I Need a Hero!"를 외치던 보니 타일러의 목소리는 어린 소년의 가슴을 단숨에 뚫고 들어왔다. 답답했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뻥 뚫리는 듯한 해방감. 그때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노래는 이후 1986년 발표된 그녀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Secret Dreams and Forbidden Fire>에도 수록되며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다. 역시 'Holding Out for a Hero'는 보니 타일러만이 완성할 수 있었던 곡이었다. 도입부부터 긴장감 넘치는 신디사이저 연주와 강렬한 록 비트가 몰아치고, 머릿속을 뒤흔드는 듯한 가스펠풍 코러스가 귀를 사로잡는다. 그 위를 가르며 절규하듯 터져 나오는 보니 타일러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곡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완성한다. 그 거칠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은 아마 다른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보니 타일러만의 독보적인 영역이었다.

1980년대를 보낸 한국의 70년대생들에게 'Holding Out for a Hero'는 단순한 팝송이 아니라 한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특별한 노래다. 1987년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특수공작원 아이언맨>의 주제곡으로 사용되면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드라마에 삽입된 버전은 보니 타일러가 직접 부른 곡이 아니었지만, 강렬하고 긴박감 넘치는 음악의 원형은 단연 보니 타일러의 원곡이었다. 폭발적인 허스키 보컬과 압도적인 에너지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당시 시청자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그 시절 나는 학교에 가는 길에도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I Need a Hero!"를 따라 부르곤 했다. 어린아이에게 영웅은 영화 속 주인공이자 세상을 구하는 정의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을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노래한 사람이 바로 보니 타일러였다.

하지만 어느새 중년이 된 나는 그녀의 노래를 점점 잊고 지내며 자주 듣지 않게 됐다. 그러던 중 오늘 접한 그녀의 비보는 이상하게도 미안한 마음과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한순간에 되살려 놓았다. 소년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 허스키한 목소리가 이제는 추억 속에만 남았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Total Eclipse of the Heart', 그리고 'Holding Out for a Hero'.

지금도 노래의 첫 소절만 들으면 1980년대의 공기와 영화관의 설렘, 그리고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우리는 여전히 영웅을 기다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을 바꿀 거창한 영웅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보니 타일러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I Need a Hero!"를 외치던 그 뜨거운 허스키 보이스는 한 시대의 청춘을 달리게 했고, 한 소년의 가슴에도 작은 불을 지폈다. 그녀가 선물한 뜨거웠던 추억만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보니타일러 BONNIETYLER HOLDINGOUTFORAHERO TOTALECLIPSEOFTHEHEART 풋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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