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로> 포스터.
디오시네마
적이 없는 공포,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걸작
이제 인터넷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거의 모든 정보를 손안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큰 외로움과 심리적 고통을 호소한다. <회로>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포의 대상이 유령이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공포 영화에는 명확한 '적'이 존재한다. 적에게서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면 살아남을 가능성이라도 있다. 하지만 <회로>는 그런 공식을 거부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은 왜 존재하는지, 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죽게 만드는지, 이 현상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끝내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관객은 무너져 가는 세상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로>는 근원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가장 두려운 것은 누군가가 나를 해치는 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 뒤를 따라오는 압도적인 고독과 허무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감정처럼 다가온다. 이 영화는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꿰뚫어 본 철학적 공포영화다. 2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시대를 앞서간 마스터피스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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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