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방송 장면
SBS
김부장이 딸을 찾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아빠가 왜 이토록 절박한지, 왜 이토록 강한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저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 하나가 개연성을 통째로 해결한다. 부성애 세 글자만으로 아빠의 심정에 몰입하게 하는 셈이다. 이야기의 결말 또한, 보장돼 있다. 김부장은 결국 딸을 찾을 것이고, 눈물의 재회를 할 것이다. 여기서 시청자는 딸을 찾을지 못 찾을지가 아니라,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찾아내는지만 즐기면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은 도파민이자 쾌감이다.
그런데 쾌감만으로는 이 열광이 다 설명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는 본래 두 개의 차원에서 작동한다. 표면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대상을 찾지만, 이면에서는 자기 자신을 되찾는 식이다. 실제로 김부장은 딸을 찾는 동안, 저축은행 부장이라는 직함 아래 봉인해둔 진짜 자신과 재회한다.
만약 이런 해석이 과하게 느껴진다면 또 한 명의 '김부장'을 떠올려 보면 된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부장이다. 이쪽에는 납치도 액션도 없지만, 그 역시 같은 여정을 걷는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외부가 아니라 내면으로 방향을 틀어, 직장도 직함도 사라진 자리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보면, 한 김부장은 딸을 찾아 나섰다가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김부장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자신을 발견한다고 볼 수 있다. 탐색의 방향은 정반대지만, 두 드라마는 같은 것을 찾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이다.
▲<김부장>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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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왜 하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아빠인가. 단서는 이 과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비슷한 서사의 〈아저씨〉 차태식도, 〈테이큰〉 브라이언도 고립된 존재였으나 그들과는 달리 김부장 곁에는 태권도 관장 성한수와 해병대 예비역 박진철이 있다. 평범한 아저씨이자 아빠인 세 사람이 자식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뭉쳤다는 사실이야말로 어쩌면 현 시대에 가장 절실한 판타지다.
실제로 한국의 중년 남성은 사회적으로 가장 고립된 집단이다. 2024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고독사는 여성보다 5배 이상 많고, 그중 중장년층 남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급한 집안일을 부탁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상대, 둘 중 하나라도 없는 사람의 비율을 '사회적 고립도'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여성(30.5%)보다 남성(35.7%)이 더 높았다. 외로움에도 성별이 있는 셈이다. 그렇게 보면, 4050 가장들에게 이 드라마가 제공하는 진짜 대리만족은 기꺼이 기댈 수 있는 '동료'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김부장>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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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드라마에서 사라진 것은 민지만이 아니다. 아빠들 역시 회사에서는 직급으로, 집에서는 생활비로 호명되면서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서서히 지워졌다. 〈김부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 여정의 끝에서 딸만 돌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아빠들이 함께 돌아온다. 대중문화는 이미 그들을 찾아 나섰다. 이제 현실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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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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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부장'에서 사라진 것은 딸 민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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