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놀라 홈즈 3> 스틸컷
넷플릭스
결혼이 해피엔딩이려면
그런 <에놀라 홈즈> 시리즈가 3편에서 '결혼'을 주 소재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충격적일 수 있다. 주체적인 여성상을 강조해 온 프랜차이즈에서 주인공의 결혼이라니? 하지만 <에놀라 홈즈 3>은 무뎌지지 않은 시대적 통찰로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킨다.
작중 에놀라는 시리즈 내내 함께해 온 '튜크스버리(루이스 패트리지 분)'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튜크스버리는 명망가 집안의 외아들로, 시리즈 내내 일편단심 에놀라를 사랑하며 그녀가 (시대적 한계로 인해) 들어가지 못하는 의회에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천생연분의 영구적 결합이 이루어지는 당일 셜록 홈즈가 납치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오빠를 찾기 위해 결혼식에서 도망친 에놀라는 추적 과정에서 수많은 한계와 직면한다. 우선 전작을 통해 겨우 확보한 탐정으로서의 명성이 사라진다. 에놀라가 어디로 가든 사람들은 그녀를 수사자가 아닌 '귀부인 예정자' 취급하며 불필요한 인사치례로 시간을 끈다. 자신이 일궈 온 직업적 성과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순간. 에놀라는 고심한다.
그렇다면 <에놀라 홈즈 3>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혼'을 꼽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본작은 그 대신 결혼이 가부장적 결합이 아닌, 사랑의 결실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개인 정체성의 보존이다. 작중 에놀라는 자신이 튜크스버리와 평생 함께하고 싶지만 귀족가의 일원이 되고 싶지는 않음을 인지하고 에놀라 '홈즈'로 남는다.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 서양 결혼 풍습을 거부한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쉽사리 해체되지 않는 이 관습의 거부는 실제 19세기에서는 어려웠겠지만, 에놀라가 고유한 개인으로서 결혼을 '선택'했음을 시사하기 위한 영화적 허용이라 볼 수 있겠다. 상대측인 튜크스버리 역시 자신의 가문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 왔음을 인지하자 성을 버리고 이름 '어니스트'로 남는다.
남자는 그를 억압하는 과거 세대의 오명을 떨쳐내어 온전해지고, 여자는 그를 이루는 과거 세대를 긍정하여 온전해진다. 여성이 자기 집안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시집 가는' 형태의 결혼을 거부한 것이다.
이처럼, <에놀라 홈즈 3>은 결혼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그동안 시리즈가 해 온 것처럼 절묘하게 비틀어 삼부작의 마지막에 걸맞는 엔딩을 낸다. '결혼하는 순종적 여성'과 '결혼하지 않는 주체적 여성'의 이분법 바깥의 결말을 보고 싶다면, 혹은 2020년부터 달려 온 탐정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 넷플릭스에서 <에놀라 홈즈 3>을 감상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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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