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장난감의 시선을 빌려왔지만, 본질적으로는 아이의 성장을 기록해 온 연대기다. 사랑 받고 싶은 갈망과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성장과 이별을 이야기해 왔다. 그리고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 영화는 마침내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의 아이들은 무엇과 놀고 있는가.
이 질문은 영화 속 '보니'만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이와 부모를 향한 질문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놀이터는 아이들이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었다. 흙을 만지고, 규칙을 만들고,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 자체가 놀이였다. 이제 아이들의 놀이터는 점점 화면 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 게임과 숏폼 콘텐츠, AI와의 대화는 새로운 놀이의 풍경이 되었고, 놀이의 공간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장난감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정적인 물건이었다. 침묵하는 인형에게 이름을 붙이고, 멈춰 있는 자동차에 성격을 부여하며, 흩어진 블록으로 성을 쌓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었다. 장난감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완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빈칸을 상상력으로 채우며 창의성을 기르고, 공감을 배우고, 관계를 연습했다. 반면 지금 아이들의 손에 들린 디지털 세상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생성형 AI는 질문하면 답을 내놓고, 알고리즘은 아이가 지루할 틈 없이 다음 세계를 펼쳐 보인다.
AI는 훌륭한 스승이 될 수도 있고, 언어와 장애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또 남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빨리, 너무 많은 답을 건네느라 스스로 채워야 할 상상의 빈칸을 지워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효율성의 시대, 끝까지 남겨야 할 것
▲영화 <토이 스토리 5>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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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5>가 던진 메시지는 장난감을 고집하자는 이야기도, AI를 경계하자는 주장도 아니었다. 기술이 공기처럼 스며든 시대에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지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정리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며 관계를 배우는 경험까지 대신 해줄 수는 없다. 화면은 세상을 연결하지만, 함께 놀고 기다리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힘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남겨 주어야 할 것은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규칙이 아니라,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시간이다. 함께 그림책을 펼치는 시간, 서로의 하루를 묻는 시간, 장난감 하나를 두고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시간은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바로 그런 비효율적이고 느린 시간 속에서 관계를 배우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길러 왔다.
상상의 빈칸을 물려주는 일
지금 다섯 살인 로리는 아직 장난감이 먼저인 아이다. 머지않아 그 작은 손에도 스마트폰이 들릴 것이고 AI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 그 미래를 막을 생각은 없다.
다만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장난감 인형에게 이름을 불러 주던 다정한 마음, 빈 블록을 보며 우주를 떠올리던 자유로운 상상력만큼은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란다.
지식의 양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상상의 빈칸이다. 그 빈칸을 상상력으로 채우고, 놀이로 채우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채워 가는 일.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관계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끝까지 남겨 주어야 할 것은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상상의 빈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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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손자와 함께 본 '토이스토리5', 머릿속 맴돈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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