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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만이 아니다'... 월드컵 탈락 후폭풍에 몸살 앓는 나라들

독일·네덜란드·우루과이도 감독 사퇴·비리 수사·내분 등… 전 세계 축구계 동시다발적 혼란

26.07.03 09:12최종업데이트26.07.0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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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이 모로코 대표팀에 패배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30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이 모로코 대표팀에 패배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국축구는 최근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출전한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졸전 끝에 1승 2패에 그쳐 32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전대미문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월드컵에서 보여준 무능한 리더십과 사퇴 과정에서의 태도 논란 등으로 국민적 비난에 직면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이미 월드컵 이후 사퇴를 선언한 상황이라 축구협회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상태다. 북중미월드컵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여론의 비판이 심상치 않은 데다, 정부에서도 축구협회에 관한 특별 감사와 체육행정 개혁을 예고하며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월드컵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진행 중인 32강 토너먼트에서 조기 탈락하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이들 역시 자국에서 각종 비판과 논란에 휩싸이며 심한 내홍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전차군단' 독일(FIFA랭킹 10위)은 지난 6월 29일 32강전에서 FIFA랭킹 41위에 불과한 파라과이에 덜미를 잡히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독일은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와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맛보며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32강에서 조기 퇴장하며 사상 최초로 3회 연속 16강진출에 실패하는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다시 썼다.

독일은 앞서 두 대회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1차전에서 최약체로 꼽히는 퀴라소에 대승하며 기분좋게 출발하는듯 했으나, 2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고전하다가 추가시간에 겨우 역전승에 성공하며 불길한 복선을 남겼다. 최종전에서는 조 1위가 확정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에콰도르에게 패배하면서 여전한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한 채 토너먼트로 향했다.

결국 32강에서도 강팀이라 볼 수 없는 파라과이에게 승부차기 끝에 뜻밖의 패배를 당하면서, 대회 내내 우승후보급 강호를 한 팀도 만나지 않은 유리한 대진운에도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설사 파라과이를 이겼더라도 16강에서 우승후보 프랑스를 만나는 만큼,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독일의 탈락은 어차피 시간문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독일 내에서 월드컵 부진에 따른 후폭풍은 한국 이상으로 심각하다. 독일 대표팀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월드컵 이후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2028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까지 계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국가대표 마츠 후멜스를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은 나겔스만의 조기 경질을 주장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월드컵 32강전 패배 이후 SNS에 독일 대표팀의 선전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가뜩이나 자국 대표팀의 졸전에 분노한 독일 팬들은 메르츠 총리의 SNS로 몰려가 "대체 무슨 경기를 본 거냐?" "축구보는 눈이 정치만큼이나 형펀없다"며 온갖 비난을 쏟아내며 하루만에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독일축구협회는 설상가상 비리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에 직면해있다. 독일 경찰은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 당시 축구협회가 개최 도시 공무원들에게 티켓 수천 장과 호텔 숙박권을 뇌물로 뿌리며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축구협회는 최근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또다른 축구강국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도 32강에서 모로코에 승부차기 끝에 덜미를 잡히며 자국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 성적을 경신하는 수모를 당했다. 다만 상대인 모로코는 지난 대회에서도 4강에 올랐고, FIFA랭킹이 7위로 오히려 네덜란드(8위)보다 더 높은 신흥강호였기에 독일 만큼의 충격적인 패배는 아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2년전 유로 2024에서는 4강까지 올랐고, 본선에 오른 역대 월드컵에서는 16강에 오르지 못한 대회가 한번도 없었을 만큼 메이저대회에서의 체급과 위상은 모로코보다 확실히 위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로널드 쿠만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본선에서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과 이해할 수 없는 승부차기 키커 기용 등으로 비난을 받으며 대회 직후 사퇴했다. 쿠만 감독은 네덜란드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대표팀 지휘봉도 두 번이나 잡았으나 결국 월드컵에서 크게 실패하며 지도자 커리어를 망쳤다는 점에서, 홍명보 감독과도 비교되고 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는 조별리그 탈락 이후 감독과 선수단간에 불화설과 항명 사태가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H조에 편성된 우루과이는 비교적 수월한 조에 속했다는 기대를 모았으나 2무 1패에 그치며 조3위까지 주어지는 32강 와일드카드 티켓조차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 남미팀과 월드컵 우승경험이 있는 국가중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것은 오직 우루과이 뿐이었다.

우루과이는 대회 기간 내내 선수단과 감독 사이의 내분설이 끊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르셀로 비엘사 우루과이 대표팀 감독은 '축구계의 광인'이라 불리는 명장이지만, 전술적으로 고집이 대단하고 강압적인 지도스타일로 가는 팀마다 갈등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우루과이 대표팀에서는 페데리코 발베르데, 로드리고 벤탕쿠르 등 핵심 선수들이 비엘사 감독의 전술과 선수단 운영 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비엘사 감독은 탈락이 확정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우루과이 축구에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고 울분을 토로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칠순의 비엘사 감독은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지도자 경력의 은퇴무대로 여겨졌기에 더욱 초라한 결말이 됐다는 평가다.

3일 현재 월드컵 탈락 국가 중 감독이 교체된 사례만 벌써 7명에 이른다. 한국의 홍명보 감독을 비롯하여 사브리 라무시(튀니지)-스티브 클락(스코틀랜드)-미로슬라프 코우베크(체코)-로날드 쿠만(네덜란드)-마르셀로 비엘사(우루과이)-세바스티안 베카세세(에콰도르) 감독 등이 모두 성적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별리그 꼴찌로 탈락한 튀르키예의 빈센초 몬텔라, 32강에서 브라질에 역전패를 당한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등 또다른 몇몇 탈락국가들도 감독교체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월드컵의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감독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들이 자칫 월드컵 실패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나 대안책을 찾는 것보다도, 그저 개인의 책임으로만 모든 문제를 떠넘겨서 희생양을 찾으려는 '마녀사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일찍 마감한 이후, 각국 축구계는 그 성패에 따라 저마다 다른 평가서를 받아 들고 후폭풍을 진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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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월드컵 독일 우루과이 네덜란드 홍명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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