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선수권 1회전, 배재고 vs 광주일고 당시의 모습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순간의 경솔한 행동이 결국 너무 큰 책임으로 돌아왔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사실상 팀 운영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에 놓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1일, 지난 6월 29일 종료된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경기에서 발생한 배재고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와 관련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배재고는 2일 예정됐던 순천효천고BC와의 2회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며, 해당 경기는 몰수패로 처리된다.
공정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로 판단했다. 팀 징계와 별도로 지도자와 선수 개인에 대한 징계는 추가 조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1회전 경기였다. 배재고 일부 선수들이 상대인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대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해당 구호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슈와 맞물리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번 사안은 분명 배재고 야구부의 잘못이다. 응원은 자팀 선수들을 향해야 했고, 상대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됐다. 이러한 행동이 징계 대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함께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화가 형성되고 반복되는 동안 협회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문제다.
고교야구 현장에서 상대 더그아웃을 향한 야유나 조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역 사투리를 흉내 내며 상대를 조롱하는 응원이 있었고, 특정 학교에서는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과도한 몸짓과 이른바 '조롱 댄스'를 선보여 비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TV 중계를 통해 그대로 전국에 방송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협회는 이를 제도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일관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만약 초기에 강력한 기준을 세우고 예외 없이 적용했다면, 오늘날 학생야구 문화 역시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징계의 근거가 된 '대회 중 경기장 질서 문란 행위' 역시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스포츠공정위원회 징계기준(별표2)을 보면 단체 징계는 '심판 불복 및 경기방해'의 경우 출전정지 6개월 이하, '경기장 폭행·난동'은 출전정지 3년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상대를 조롱하는 응원 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제재를 적용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출전정지는 학생선수들에게 단순한 징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한 경기, 한 타석, 한 이닝이 입시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전정지와 같은 중징계는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징계는 배재고 야구부에 사실상 '해체 수준'의 충격을 줄 수 있다. 남아 있는 대통령배와 봉황대기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3학년 선수들은 진학 기회를 위해 전학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실전에 나설 수 없는 1·2학년 선수들 역시 팀을 떠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감독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추가 징계까지 현실화된다면 팀 전력 유지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잘못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번 응원은 분명 학생야구가 지켜야 할 스포츠맨십을 벗어난 행동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협회 역시 수십 년간 반복돼 온 응원 문화를 방치해 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채, 사건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뒤에야 가장 강한 제재를 내린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징계는 끝이 아니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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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