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 오어 낫: 죽음의 숨바꼭질>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돈과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들의 모순을 풍자하며 비릿한 웃음을 안긴다. 악마를 숭상하는 대가로 부를 누린 실체가 자세히 밝혀지며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치닫는데, 영리한 스토리텔링으로 설득력이 상당하다. 모든 계약의 성사와 파기가 '결혼'을 통해 진행된다. 상류층의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으로 세력 확장, 부의 유지를 다지는 매개였으며 현대에도 이는 다르지 않다는 점을 비꼰다.
악마와의 계약과 결혼을 비슷한 선상에 둔 결말도 인상적이다. 결혼의 허점을 파고들어 권력의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의 민낯과 결혼 제도의 역설을 보기 좋게 비튼다. 결혼식에서 반지를 끼며 약속한 사랑이 죽음과 삶을 결정하는 중요 수단이라는 걸 다시금 강조한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두 편의 영화 내내 나온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다. 이는 전쟁에 나가는 군인의 갑옷과도 같다. 속편에서는 피로 물든 웨딩드레스를 다시 입으며 장르적 쾌감을 더했다. 제작진은 후반부에 그가 걸치는 턱시도 재킷을 통해 코스튬 진화에도 공들였다. 이는 그레이스가 희생자에 머물지 않고 진취적인 생존자로 판을 주도하겠다는 변화의 의지이자, 가족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로 읽힌다.
이 판의 주최자 르 베일은 우매한 인간을 장기말로 쓰는 악마다. 제물을 바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폭파해 버리지만 승자에게는 부와 명예를 부여한다.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직 규칙만을 따른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악마의 형평성은 피비린내 진동하는 현장에서 유일한 희망이다.
배우 사마라 위빙은 며칠 만에 결혼, 이혼, 재혼, 장례 등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그레이스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역할에 딱 맞는 퇴폐미와 액션 능력을 선보였다. 영화 초반에 깜짝 등장했다 사라지지만 댄포스 가문의 수장을 맡은 영화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강력한 존재감과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로 알려진 일라이저 우드의 짧지만 서늘한 등장도 인상적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