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넷플릭스
이강의 작문 과제는 바로 이 취약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동급생 세윤에 대한 동경과 질투로 빚어낸 이강의 글은 수훈을 향한 허문오의 억눌린 마음과 맞닿으며 그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이강의 재능에 매료된 허문오는 결국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관음'의 늪으로 빠져든다. 곧이어 교수와 제자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독자와 작가로 역전되고, 허문오가 현실을 벗어나 극 중 인물이 되어 사건에 직접 뛰어들게 되면서 비극이 완성된다. 타인을 향한 질투가 자신을 옭아매는 감옥이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허문오는 "문학은 태도가 진실해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배신한다. 제자의 글에 담긴 타인의 일상을 관음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나아가 이강의 글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분별하려는 이성마저 상실한다. 철저히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서사 안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자신의 진짜 삶을 파괴당한다. 현실을 문학의 소재로 취할 때 과연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이는 문학과 삶의 우선순위가 전도되었을 때 벌어지는 비극이자, 창작자와 수용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가 무엇인지 묻는 대목이다.
허문오의 몰락은 단지 한 지식인의 위선과 윤리적 파탄으로 끝나지 않는다. 텍스트 뒤의 안전한 관찰자라고 믿었던 그가 서사 안으로 빨려 들어가 파멸한 과정은 자극적인 타인의 삶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데 익숙한 오늘날의 세태와 맞닿아 있다. 사적인 일상마저 가십과 도파민으로 소비되는 시대, 우리는 화면 밖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타인의 삶을 관음한다. 하지만 얄팍한 자극에 중독돼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잃는 순간, 스스로의 진짜 삶마저 통제력을 잃고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이는 <맨 끝줄 소년>이 남기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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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 잡지와 온라인 매체, 브랜드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획하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퇴근 후에는 늘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시청자이자,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남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에세이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