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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이나 조별리그 탈락한 홍명보 감독

[2026 북중미 월드컵] 무기력한 두 번의 월드컵, 중심엔 항상 '그'가 있었다

26.06.29 09:08최종업데이트26.06.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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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포판[멕시코 할리스코주]=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개막한 2026 북중미 월드컵이 28일까지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쳤다. 12개조 중 각 조 상위 2개 팀이 32강에 직행했고 조3위를 차지한 12개 나라 중에서 상위 8개 팀이 와일드카드로 32강 진출권을 따냈다. 탈락한 16개국을 제외한 32개국은 29일부터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국을 가린다. 한 경기만 패하면 바로 탈락이 확정되는 월드컵의 진정한 재미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생존한 32개 나라 중 한국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12일 체코전 2-1 승리 후 19일 멕시코전과 25일 남아공전에서 나란히 0-1로 패한 한국은 승점 3점을 따고도 조3위 12개국 중 10위에 그치며 32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남아공전 패배의 실망스런 결과에도 남아있는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따지며 내심 한국의 32강 진출을 염원했던 축구팬들은 허탈한 결과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국이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번 북중미 월드컵까지 지난 11번의 월드컵을 봤다. 평소엔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불량 축구팬'에 가깝지만 월드컵 시즌만 되면 누구 못지않게 열정을 불태우고 한국 축구를 응원했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내 월드컵 관람사(?)에서 크게 분노했던 대회가 두 번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같은 인물이 중심에 있었다.

월드컵 시즌만 되면 깨어나는 '축구 DNA'

축구의 규칙도 질 몰랐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아버지,아버지 지인 분들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멕시코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허정무의 결승골로 승리하며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장면을 '직관'했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을 본방 사수했던 기억은 없었고 이는 한국이 황보관의 멋진 골에도 3경기 전패를 당하며 탈락했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학생 때 체육 시간에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면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나는 고1이 되던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학교에서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시청했다(그 시절엔 수업 시간에 월드컵 본다고 학교에 민원을 넣는 학부모는 없었다). 비록 한국은 2무1패로 조별리그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스페인전에서 서정원이 터트린 동점골과 독일전 홍명보의 중거리슛이 남긴 짜릿한 기억은 오래도록 남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비로소 학생 신분을 벗어난 나는 처음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거리응원'이라는 것을 해봤다. 지금처럼 대형 전광판이 설치되고 최소 수만 명이 운집하는 대형 규모의 거리 응원은 아니었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밤 늦은 시간에 한국을 응원하는 재미는 상당히 짜릿했다(물론 멕시코전 1-3 역전패와 네덜란드전 0-5 완패 이후 벨기에전은 집에서 관람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최고의 기억으로 남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나는 전역 4개월 차의 혈기왕성한 청년이었고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친구들과 함께 상암과 시청, 신촌의 호프집, 극장 등을 돌며 "대~한민국"을 외쳤고 한국은 4강신화로 내 응원에 화답했다. 심지어 홍명보의 마지막 승부차기로 승리한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는 강원도 속초로 '원정 거리응원(?)'을 가기도 했다.

나는 20대의 끝자락에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토고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야구장에서 관람하며 야구팬들과 함께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새벽 시간에 열렸던 프랑스전에서는 강원도 춘천에 사는 친한 동생의 집에서 술에 취한 채로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을 관람했다. 비록 스위스전 0-2 패배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아쉬움보다는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이 남았던 월드컵이었다.

2014 월드컵 실패 후 10년 만에 재선임

200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나는 6개월간 병원에서 투병을 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거리응원 대신 편안한 '집관'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정수와 박지성의 연속골로 그리스를 2-0으로 꺾었고 나는 아르헨티나전에서 다시 열정을 불태워 홍대의 큰 식당에서 단체관람을 했지만 결과는 1-4 대패였다. 그래도 한국은 나이지리아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나는 동대문의 새벽시장에서 일을 하면서 월드컵을 관람했다. 비록 '2002 멤버'들이 대거 대표팀을 떠났지만 2002 월드컵의 주장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팀을 이끌었기에 내심 기대도 들었다. 난적 러시아와 1-1 무승부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16강의 꿈에 부풀어 있었지만 홍명보호는 '1승 제물' 알제리전 2-4 패배에 이어 1.5군을 내세운 벨기에에도 0-1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스웨덴과의 1차전 0-1 패배에 이어 멕시코전에서도 1-2로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이 유력했다. 심지어 마지막 상대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강' 독일이었다. 모두가 한국의 완패를 전망했지만 한국은 2-0으로 승리하며 '카잔의 기적'을 연출했고 집에서 관람하던 나는 새벽 1시 조용하던 아파트에서 엄청난 환호가 터지는 흔치 않은 장면을 목격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어느덧 40대 중반의 '아재'가 된 나는 예전만큼 축구에 대한 열정이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월드컵 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우루과이전 0-0 무승부에 이어 가나전 2-3 패배로 4년 전과 마찬가지로 16강 진출이 매우 어려워졌다. 그렇게 반 쯤 체념한 상태로 관람했던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은 손흥민의 폭풍 질주와 황희찬의 골에 힘입어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벤버지'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난 한국은 1994년 미국 월드컵 한국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2023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클린스만 체제가 실패로 돌아간 한국은 임시감독들이 전전하다가 2024년 7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 차례 실패했던 홍명보 감독을 다시 선임했다.

두 번째 기회마저 날리고 현지에서 자진 사퇴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 축구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견인했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로 늘어난 북중미 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은 커다란 성과라고 하기 힘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 예선에서 4-2-3-1 포지션을 사용했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자 3백을 사용했다. 축구를 보는 디테일이 떨어지는 나는 비판 의견들을 접하면서도 내심 홍명보 감독의 '명예회복'을 기대했다.

홍명보호가 12일 체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역전에 성공하며 승점 3점을 따낼 때만 해도 내 기대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19일 멕시코전에서 0-1로 패했을 때도 김승규와 이기혁의 의사소통 부재로 생긴 '불가항력'이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은 25일 남아공전에서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무리수' 끝에 0-1로 패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축구계에는 수많은 지도자가 있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이끌 수 있는 감독은 극히 제한적이다. 하물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던 감독이 다시 같은 팀을 이끌고 월드컵 본선에 나가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한 차례 실패했던 월드컵 본선에 감독으로 다시 나갈 기회를 얻었는데도 다시 한 번 조별리그 탈락으로 축구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많은 축구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실패의 원인은 정몽규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의 뿌리 깊은 카르텔과 잘못된 시스템에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11번의 월드컵을 경험했고 그 중 9번을 '본방사수'했던 일개 축구팬의 시각에서는 감독의 판단과 전술이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에 큰 상처를 남기고 29일 멕시코 현지에서 자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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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북중미월드컵 홍명보감독 조별리그탈락 경우의수소멸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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