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공연 사진
트위스트1971 공연제작소
'코미디의 대가' 장진, 이번엔 심리 스릴러다
연극은 겉잡을 수 없이 치고 나간다. 상황이 차곡차곡 쌓이지만, 곧 무너져버린다. 무너진 잔해 위에 다시 사건이 올려지고, 상황이 재구성된다. 무너지고 다시 쌓기를 반복하다 보면 관객의 머릿속은 복잡해지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러 모든 것이 선명해지면 이내 소름이 돋는다.
장진 감독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툰 사람들> <불란서 금고> 등 치밀한 상황 설계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를 선보이며 '한국 코미디의 대가'라는 별명을 얻은 장진 감독이 이번에는 심리 스릴러를 선보인 것. 코미디에서 돋보인 장진 스타일의 상황 설계는 심리 스릴러에서도 빛을 발했다.
장진 감독의 심리 스릴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6년, 열여덟 살 소년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얼음>을 통해 심리극을 선보인 바 있다. 그때도 지금처럼 2인극이었고, 지금도 그때처럼 서늘한 미장센을 구현한다.
<댄포스가 옳았다>는 중년의 장진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지만, 그는 아주 어린 시절 일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훗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친구를 위해 큰 현상금이 걸린 흉악범이 되겠다고 말한 장진 감독 자신이, 이 연극을 구상하는 시발점이 됐다. 이 말은 연극을 보고 나오는 순간에야 비로소 이해된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공연 사진
트위스트1971 공연제작소
악의 근원을 향한 이 연극의 도발
<댄포스가 옳았다>가 100분을 달린 끝에 지목하는 건 연쇄 살인마 M의 정체나 범죄의 진상에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이 연극이 가리키는 건 악의 근원, 더 구체적으로는 악에 취약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다른 사람보다 악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조너스 보튼이 그토록 살피고 읽었던 댄포스처럼 말이다. 댄포스에게는 다른 누구보다 악을 선택하기 쉬운 정신적 결함이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점은 댄포스는 악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악에 취약한 사람 중에는 악인 줄 모르고 악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알고도 악을 행하는 사람이 있다. 정신적 결함, 비이성적 충동만이 아니라 악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경제적 요인도 짚는다.
댄포스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했지만, 그럴 수 없는 이들도 많다.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댄포스가 옳았다"는 말은 악에 취약한 사람이 스스로를 내던지는 것을 옹호하고 장려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연극은 "댄포스가 옳았다"는 말을 마냥 긍정하진 않는 듯하다.
댄포스의 선택도 물론 그럴 듯하지만, 댄포스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취약한 사람을 더 보듬어주는 세상이라면, 언젠가 "이제는 댄포스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필자에게 이런 고민을 안겨주었던 <댄포스가 옳았다>는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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