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사건 끝에 세상은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외계인은 마거릿을 통해 단 한마디의 메시지를 전한다.
"잘 들으세요."
짧은 한마디지만 이상하게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심지어 가까운 인간관계조차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해받고 싶어 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에는 서툴다.
그래서 영화가 말하는 외계인의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게 느껴진다. 인간에게 필요한 건 더 뛰어난 기술이나 새로운 문명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우주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마디는 관객에게도 향한다. 우리는 과연 서로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살아가고 있는가.
진실은 두려움보다 크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을 소재로 하지만, 사실은 인간 사회에 대한 영화다. 스필버그는 오래전 <E.T.> <미지와의 조우>에서 보여주었던 경이로움을 다시 꺼내 오면서도, 이번에는 진실과 은폐, 그리고 소통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 결과 영화는 단순한 UFO 영화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 대한 우화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스필버그의 연출이다. 그는 여전히 누구보다 거대한 상상력을 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감독이다. 영화 속 미지의 현상들은 화려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핵심은 아니다. 그는 늘 그 현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얼굴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영화는 거대한 SF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인간적인 드라마가 된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에밀리 블런트는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점차 진실에 다가가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친 사람처럼 어디론가 가야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아주 힘든 캐릭터를 무척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 된다. 조시 오코너 역시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대니얼의 신념과 불안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초기 반응에서도 두 배우의 연기는 많은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영화가 공포를 사용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외계인 영화가 침략과 전쟁을 이야기한다면, <디스클로저 데이>는 알 수 없음 자체를 두려움으로 만든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태, 그리고 진실이 밝혀졌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영화 전체를 감싼다.
그럼에도 영화는 결국 희망을 이야기한다. 진실이 드러난 세상이 반드시 파멸로 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경청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인간은 더 넓은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스필버그 영화가 오랫동안 품어온 낙관주의이기도 하다.
결국 <디스클로저 데이>가 던지는 질문은 외계인이 존재하는지가 아니다. 우리는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어쩌면 영화가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 역시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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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 속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바라봅니다.
브런치에 영화 감성 리뷰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영화 속 감정을 담은 첫 에세이집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를 출간했습니다.
레빗구미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남긴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오래 기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