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케 주마크마토바, 고(故) 에밀 아타겔디에프 공동 감독의 〈Kurak(쿠락)〉이 첫 키르기스스탄 상영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비슈케크국제영화제
그러나 국제사회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싹을 틔우려는 창작자들을 이토록 정성껏 끌어올리는 동안, 주최국인 키르기스스탄 당국은 올곧게 자란 나무마저 단칼에 베어버리는 참담한 모순을 자행했다.
정부는 4년 전 8천만 솜(약 12억 원) 수준이었던 영화 산업 지원 총예산을 올해 9억 2800만 솜(약 143억 원)으로 10배 이상 대폭 증액했다고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상 포함 2관왕에 오른 에르케 주마크마토바, 고(故) 에밀 아타겔디에프 공동 감독의 〈Kurak(쿠락)〉이 첫 키르기스스탄 상영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심각한 여성인권 문제와 페미사이드, 권력 카르텔 등 자국의 뼈아픈 현실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국가기관이 상영 직전 상영허가증 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이미 14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상을 비롯해 다카, 브줄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정작 조국에서는 관객과 만나지 못한 것이다. 주마크마토바 감독은 "우리 영화는 진실을 억압하는 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상영 허가증을 거부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영화의 내용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 서늘한 검열의 칼날은 한국 영화인들에게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진 〈다이빙벨〉 사태를 상기시킨다. '막대한 예산'과 '통제된 현실'이 공존하는 비슈케크의 6월은, 억압 속에서도 계속되어야 할 영화와 국제 연대의 이유를 묵직한 질문으로 남기고 있다.
국제경쟁부문 대상에 레자 라하디안의 <판쿠의 시간>
한편, 국제경쟁부문 대상은 인도네시아 배우 출신 감독 레자 라하디안의 〈On Your Lap(판쿠의 시간)〉이 수상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에 빛나는 작품이다. 이란 영화 〈The Divine Ideal of Killing〉은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샤브남 다드카)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키르기스스탄 영화 〈Black Red Yellow〉가 심사위원특별상(시나리오 부문)을 받았다.
중앙아시아 경쟁 부문에서는 카자흐스탄의 두만 에르킨벡 감독이 첫 장편 〈Restart〉로 대상을 수상했다. 타지키스탄 이자벨 칼란다르 감독의 〈Another Birth(또 다른 탄생)〉은 여우주연상, 국제영화비평가(FIPRESCI)상, 키르기스스탄 촬영감독연맹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아시아 영화의 산실로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저력을 재확인했다. 키르기스스탄 경쟁 부문(KyrgyzBox)은 알마즈 잔가지예프 감독의 〈Moment〉가 대상을 받았다.
산업 부문에서는 Bars in Progress 최우수상(500,000 KGS, 약 750만 원)이 칼란다르 감독의 차기작 〈Life Says: Still We Must Live〉에, CAF Pitch 그랑프리(500,000 KGS)는 〈The Taste of Shawarma After a Tipsy Night〉(감독 아미르 아메노프)가 각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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