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배꼽의 연극 <서울촌놈_질들이기> 공연 이미지
극단 배꼽
반드시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극은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연극적 조우, '환대'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대는 타자를 내 집 안으로 맞아들이는 사건이면서 동시에 주체성의 윤리적 기초를 이루는 행위다"라고 말한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처럼 <서울촌놈 질들이기>의 마을공동체는 외지인 '남서방'을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개입하고, 간섭하며, 공동체 규범을 내면화하면서 마을 사람으로 편입시키려 한다. 이 환대는 표면적으로는 충청도식의 포용과 정의 언어를 띠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동체의 규칙을 내면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남서방은 '손님'으로 머무를 수 없으며, '우리의 질'에 맞게 조정된 존재로서 반드시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 공동체는 타자를 받아들이지만, 그 전제는 변화의 상호성이 아니라 일방향적 동화에 가깝다. 바로 '우리'가 된다는 것, 그 단서를 우리는 이 연극에서 발견할 수 있다.
코미디는 바로 이 조건부 환대를 둘러싼 마찰에서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나 긴장을 풀어내고자 연극은 오해, 과장, 반복 등의 연출 수법으로 이를 빠르게 해소시킨다. '남서방'의 도시적 품행은 한 충청도 시골에서 배척을 당하지만, 그것이 웃음을 만든다.
이 웃음은 갈등을 드러내기보다는 타자를 나와 닮게 만들려는 집요한 능청 백단의 마을 사람들의 포섭으로 희석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관객이 목격하는 것은, 외부인, 타자의 등장이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그 공동체의 질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의 문제로 축소된다. 그래서 '질들이기'의 언어적 지역성은 서울 중심의 표준어 질서에 대한 소극적 저항처럼 보이면서, '길들이기'가 아니라 '질들이기'라고 말하는 순간, 언어의 중심은 충청도이며, 연극의 무대는 변방이 아니라 스스로를 기준으로 삼는 장소가 된다.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그 공동체의 질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의 문제로 축소된다."
▲극단배꼽의 <서울촌놈 질들이기>공연이미지
극단 배꼽
연출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마당극'이라는 장르적 목표를 충실히 수행한다. 충청도 사투리는 현실 재현을 넘어서 극의 리듬과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핵심 장치로 기능하고, 반복과 어긋남의 구조는 관객의 반응을 안정적으로 끌어낸다. 배우들의 앙상블 역시 견고하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하나의 코러스처럼 작동하며, 개별 캐릭터의 심리보다는 관계의 역학을 전면에 드러내면서 소극장 코미디로서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물론, 이 작품에서 공동체 내부의 균열을 고령화, 인구 소멸로 단순화되고 있으며, 월전리는 지나치게 단일한 목소리를 가진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 안의 차이와 갈등은 거의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데, 실제 공동체는 항상 복수의 이해관계와 긴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보완한다면, '질들이기'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협상과 충돌의 과정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봐진다. 또, 더 나아가서, 환대는 언제나 환대할 수 없는 것과의 마주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연극이 환대 불가능성에 대한 자각 역시 동반해 그 불편한 지점을 회피하지 않고, 남서방이 끝내 마을에 완전히 흡수되지 못하는 새로운 접근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오늘의 연극은 그 환대의 실패를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서울촌놈 질들이기>는 분명 지역어와 생활 감각을 기반으로 한 생동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또한 지역성의 위계를 뒤집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질들이기'라 언어적 장치가 제시한 질문, 누가 누구를 변화시키는가, 그리고 그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를 고민할 수 있게 한다. '충북민족극 한마당'에서 우리는 지역의 언어로 타자를 맞이하고, 지역의 리듬으로 관계를 조율하는 방식을 확인한다. 오늘의 연극에서 말하는 '질들이기'가, 단순히 전통 질서의 재생산이 아니라 한데 융화될 수 있는 상호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월전리 사람들의 인사가 끝나고 나는 또 제일 앞서 극장을 빠져나오는데, 그 걸음이 참 가볍다. 이 극장, 모두를 마을 사람으로 만든 게, 마당극의 힘이지 하면서.
▲극단배꼽의 <서울촌놈 질들이기>가 공연이미지
조훈성
극단 배꼽의 연극 <서울촌놈_질들이기>
원작: 남덕현 /각색: 박세환
연출: 진유리
출연: 이석규, 이성희, 오세아, 고태호, 장재영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전에서 나고 자랐으며, 전통연희, 굿, 마당극 등을 연구하고, 또 그 마당을 보러 다녔다. 공연장 안팎을 분주히 걷다 보니,연극, 공연 축제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생업이 되었다. 지역 문화예술정책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한 심의, 자문 등의 일도 겸하고 있다. 2024년, 『묵음_ 다음에 걸음, 그리고 스페이스바』 (그래도, 2024) 등을 발간했다.
공유하기
서울 사위 '질들이기' 위한 충정도식 환대, 의미가 남다르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