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씽>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트라이앵글의 이야기가 특별한 연예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모두 한때는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꼭 스타의 위치에 있을 때보단, 젊은 시절 치기어린 도전을 해봤던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가수가 되고 싶었고, 누군가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으며, 누군가는 작가나 배우를 꿈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다른 삶을 살아간다. 현실은 꿈보다 복잡하고, 때로는 냉정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포기했던 꿈을 마음 한구석에 묻어둔 채 살아간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뒤로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각자 먹고살기 위해 분투한다. 그렇게 지내다 가끔은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또 그리워하기도 한다. 삶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렇게 추억만을 남긴다.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와일드씽>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경험했고,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은 자신이 포기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트라이앵글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결국 우리 모두의 추억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넘어졌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와일드씽>은 과거의 영광을 복원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한때 잘나갔던 연예인들의 재기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훨씬 보편적인 감정이 담겨 있다. 실패 이후의 삶, 그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영화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금의 사회와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담을 좋아한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좌절을 품고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속 트라이앵글의 재도전은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강동원, 박지현, 엄태구 같은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특히나 성곤 역의 오정세 배우가 단연 돋보인다. 이 영화의 웃음은 오정세 배우가 모두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 속에서도 중년이 된 인물들이 품고 있는 씁쓸함과 후회가 느껴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지고, 또 다시 일어서려는 인물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그래서 영화는 마냥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다.
손재곤 감독의 연출 역시 빠른 템포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같은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던 손 감독은, 이번엔 90년대 무대를 소환해 웃음을 전달한다. 그가 만들어낸 과거를 향한 향수와 현재의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들은 예상보다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무엇보다 영화는 실패를 부끄러운 것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응원한다.
결국 <와일드씽>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인생은 한 번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무대를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무대 위로 올라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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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화와 시리즈 속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삶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바라봅니다.
브런치에 영화 감성 리뷰와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영화 속 감정을 담은 첫 에세이집 《그럴 때, 나는 그를 떠올렸다》를 출간했습니다.
레빗구미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남긴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오래 기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