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전작전포스터
한국영상자료원
홍상수식 영화 만들기
그러고보면 전작 <소설가의 영화>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같다. 아마도 홍상수 감독 본인이 투영된 소설가 준희(이혜영 분)가 영화를 찍겠다며 제가 찍을 작품을 우연히 만난 배우(김민희 분)에게 설명하는 대목에서다.
감독은 이야기보다도 배우를 구하는 것이, 또 그 배우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제 배우를 편안하게 만들고 그 상황에서 빚어지는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 제 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배우가 사람과 사건을 만났을 때 빚어지는 진실한 무언가가 있고, 그 무언가가 곧 영화라는 것. 대단한 이야기일 필요 없이 그냥 오랜만에 복귀한 어느 여배우가 기자들과 연달아 인터뷰를 하고 그를 재구성해 연기연습을 하는 내용도 얼마든지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준희는 영화가 다큐멘터리냐고 묻는 배우에게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극영화라고 해도 진실을 담아내야 한다고, 관객을 사로잡는 데 몰두하는 흔해빠진 가짜와 구별되는 진짜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녀가 돌아온 날>을 보면, 또 홍상수 전작전의 여러 작품을 보다 보면 그것이 어째 홍상수의 영화와 얼추 겹쳐 보이는 듯도 하다.
홍상수의 팬이라 할 수 없고, 여전히 그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나다. 그러나 30년을 지속해온 홍상수 감독의 영화여정 가운데서 사람과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다 더 진실하게 바라보고 다루어내려는 의지가 엿보인단 점을 여기 기록해둘 만하다. 이와 같은 자세는 예술가에게 마땅한 것이지만 불행히도 충실히 그를 수행하는 이를 나는 얼마 알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와 같이 무딘 이들조차 박수치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나는 그 일이 충분히 있을 수가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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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