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원칙> 공연 사진
두산아트센터
중요한 건 원칙 그 자체가 아니다
원칙을 고수하는 주장과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주장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자면, 원칙 자체가 중요하다는 입장과 '어떤' 원칙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교감을 비롯해 교장의 원칙에 반발하는 인물들은 원칙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어떤' 원칙이고, '누구'를 위한 원칙인지 따져보는 편에 가깝다. 이런 태도는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한데, 다음의 대사는 핵심을 반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의사입니까, 마음이 따뜻한 의사입니까? 사회에 필요한 건 변호사입니까, 정의로운 변호사입니까?"
연극의 말미에 인물들은 관객에게 직접 질문을 던진다. 이때 관객 다수는 교감의 편에 선다. 그러나 관객들의 바람과 달리 <원칙>은 누군가의 승리로 귀결되지 않는다. 무엇 하나 말끔하게 해결되지도 않고, 인물들이 보기 좋게 화해하지도 않는다. 오직 아슬아슬하게 선을 오가며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연극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마지막 장면은 가히 '연극적'이라 할 수 있는데, 교장과 교감이 배드민턴을 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배드민턴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바로 교감이 즐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깅을 즐기는 교장은 교감의 배드민턴 제안을 늘 거절해왔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교장이 교감의 배드민턴 제안을 수락한 것은 상징적이다. 조깅은 혼자 하는 스포츠로 교장의 상태를 대변하고, 배드민턴은 누군가와 같이 해야만 할 수 있는 스포츠로 교감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마지막 배드민턴 장면으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교장에게서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렇게 원칙에 대한 또 하나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 <원칙>은 홍콩에서 활동하는 극작가 궈융캉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다듬어 공연되는 연극이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젊은 연극상을 수상한 연출가 강훈구가 각색을 맡았고, 서울시극단 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준우가 연출을 맡았다. 박현조·오용·박종태·김현진·김혜령이 출연하며 공연은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진행된다.
▲연극 <원칙> 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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