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헌터>의 연출을 맡은 MBC 서정문 PD
MBC 카이스트
- 탁지원 소장이 30년 만에 다시 그 아파트 갔잖아요. 어땠나요?
"탁지원 소장님께 현장에 함께 가면 좋겠다고 제안드렸어요.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분으로부터 그날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고, 그날이 어떻게 보면 사이비 종교와 싸우는 일이 멈춰버린 한국 사회의 역사적 분기점 같은 날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청자들에게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탁지원 소장님도 흔쾌히 응해 주셨고요.
현장에서는 조금 힘들었어요. 아버지가 살해당한 현장을 30년 만에 다시 밟는다는 게 보통의 용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 이강욱 당시 대성교회 장로를 인터뷰했잖아요. 섭외는 어렵지 않았나요?
"섭외가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어요. 현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오래전 사건을 다시 꺼내기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그럼에도 당시 대성교회를 대표해서 많은 언론 인터뷰를 했던 분이라 꼭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연락처를 어렵게 수소문해서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만나자고 하시더라고요. 만나서 들은 취지는, 당시 교회를 대변했지만 이후 교회를 나왔고 그때 사건에 대한 진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국 교회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양심의 고백을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교회 측의 압박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는데, 마침 다큐 제작진이 연락해서 놀라웠다고 하시면서 흔쾌히 응해 주셨어요."
- 임홍천씨를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 아니었나요?
"맞아요. 한 가지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만약 임홍천씨와 교회 관계자 사이에 금전적인 거래나 보상 요구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면 굳이 찾아가지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15년간 복역하고 나온 사람에게 찾아가서 왜 살해했냐고 물을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건 다큐 제작자로서 제 윤리적인 태도예요.
그런데 출소 이후 임홍천씨가 교회 관계자에게 진실을 덮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했고 실제로 돈이 오갔다면, 이건 만나야 할 분명한 이유가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모든 과정을 거쳐서 찾아간 거예요. 방송에는 현장에서 바로 만난 것처럼 표현됐지만 실제로는 문자와 전화를 수차례 했어요. 그런데 MBC 다큐 제작자라고 소개하자마자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고, 그래서 직접 찾아가야 했던 거죠."
- 임홍천씨는 자기도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그렇죠. 제가 취재한 내용으로는 임홍천씨가 출소 이후 교회에 보상을 요구했고 금전이 지급됐어요. 그 조건이 박윤식 목사의 사주가 있었다는 진실을 덮는 거였다면 이분이 참회했다고 보기는 어렵죠. 방송에서 임씨의 말이 길게 공개됐지만 본인은 모든 죗값을 다 치렀는데 왜 방송사가 찾아와서 괴롭히느냐고 계속 얘기했어요. 방송 직전에는 손해배상 청구와 방송 금지 가처분 소송도 걸었고 본안 소송도 준비 중인 것 같아요.
유가족들은 임홍천씨가 진실을 고백하길 오랜 시간 기다려 왔는데 지금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거든요. 30년 넘게 기다린 결과가 이거라니 하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서, 그 사실을 유가족들에게 보여드리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다큐멘터리 PD로서 인생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작품
- 영화 <밀양>의 장면이 그대로 보인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임홍천씨 이야기를 쭉 듣고 나서 도대체 누가 용서했나 싶었죠. 유가족들이 사건 직후에 용서하고 진실을 밝혀달라며 탄원서를 두 번이나 법원에 냈는데도, 진실은 숨긴 채 교회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진실을 들으러 간 제작진에게는 분노를 표출하고, 유가족들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으면서 하나님께 용서받았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는 걸 듣고 있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 5부 시작할 때 성경 예레미아 12장 1절 말씀이 나오던데 왜 넣으셨어요?
"'악한 자의 길이 형통하며 반역한 자가 다 평안함은 무슨 까닭이니이까'라는 구절인데, 여러 가지가 대비되거든요. 탁명환 소장님은 살해당했지만 배후로 의심됐던 박윤식 목사는 천수를 누리다 돌아가셨고, 임홍천씨도 잘 지내고 있어요. 박윤식 목사의 아들들은 미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들었고요.
반면 탁명환 소장님의 아드님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잖아요. 물론 사이비 헌터라는 고귀한 소명의 삶을 살고 계시지만, 마음속에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품고 살아온 거죠. 그런 대비가 너무 선명해서, 함께 작업한 작가님이 이 성경 구절을 얘기한 적 있거든요. 5부 마무리 회차에 넣게 됐어요."
- 제작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이번 다큐는 정말 힘들었어요. 살인 사건이고 당사자들이 살아있는 이야기다 보니 압박감과 공포감이 굉장히 심했거든요. 유가족들이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계속 꺼내시게 해야 하는 부담도 컸고, 32년 전 사건에 아무도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얼마나 볼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증언해 줄 수 있는 분들 중 돌아가신 분들도 꽤 있었고, 이 사건을 꺼내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 다큐를 안 했으면 참 허무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뭐 하러 PD가 됐을까' 싶을 때가 있는데, 이걸 하려고 PD가 됐고 <PD수첩> 같은 어려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다큐멘터리 PD로서 인생의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작품이었습니다."
- 방송에 못 담은 것 중 이야기할 게 있나요?
"이 다큐에서 탁 소장님의 유쾌한 면이 좀 덜 표현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사이비 종교들과 외롭게 싸우면서도 굉장히 유쾌하셨던 분이거든요. 1부에서 강의 중에 통일교 신도들이 난입해서 공격할 때도 웃으시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영상 자료나 인터뷰를 통해 그런 유쾌한 히어로 같은 모습을 많이 접했는데, 그런 인간적인 매력이 충분히 담기지 못한 것 같아요.
다만 이 다큐가 향후 드라마로 제작될 계획이 있어요. 유가족들도 동의해 주셨고요. 드라마가 된다면 한국 최초의 사이비 헌터였던 탁명환 소장님의 인간적인 매력과 유쾌함이 다큐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부분들이 잘 표현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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