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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장인'들이 각 잡고 질투하면 벌어지는 일

[드라마 보는 아재] 공효진-조정석 주연의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26.06.08 10:41최종업데이트26.06.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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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한석규와 문성근, 심혜진 외에 또 한 명의 배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바로 배태곤의 부하 판수를 연기한 송강호였다. 당시 관객들은 송강호의 연기를 보며 "어디서 '현역깡패'를 데리고 왔나?"라고 의심의 시선을 보냈지만 사실 송강호는 대중적 인지도가 적었을 뿐 1990년대 초반부터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배우였다.

2020년 의대 동기 5명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조정석과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의 전미도는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미도 역시 2006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한국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2회, 관객이 뽑은 최고의 연극배우 3회 수상에 빛나는 최고의 여성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알고 보면 만만치 않은 연기 경력을 가진 것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tvN 드라마 <여신강림>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배우 문가영도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했던 아역 배우 출신이다. 그리고 지난 2016년에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문가영이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2016년에 방송된 <질투의 화신>은 <파스타>와 함께 서숙향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다.
2016년에 방송된 <질투의 화신>은 <파스타>와 함께 서숙향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다.<질투의 화신> 홈페이지

아역으로 데뷔해 백상 최우수상 배우로 성장

독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으로 귀국한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해 드라마 <내 결에 있어>, <궁S>, <메리대구 공방전>, <자명고>, <친구,우리들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문가영은 2013년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씨 5남매의 넷째 딸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선장을 꿈꾸며 해양대에 진학하려다 어머니와 갈등하는 왕해박 역을 맡았다.

2015년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EXO가 산다>를 통해 처음 주연을 맡은 문가영은 2016년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두 명의 어머니를 가진 화신(조정석 분)의 조카 이빨강을 연기했다. 빨강은 조연 캐릭터였음에도 개성 있는 이름과 성격, 문가영의 좋은 연기를 만나 주연들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질투의 화신>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문가영이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문가영은 2018년 프랑스 소설 원작의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 이어 2019년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출연했고 2020년에는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첫 지상파 드라마 메인 주연을 맡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썩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문가영은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김동욱과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착실히 경력을 쌓던 문가영은 2020년 연말 차은우와 함께 출연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을 통해 일약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다. <여신강림>은 무려 10억 시간이 넘는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2023년 이후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누적 시청시간 4위를 기록했다(플릭스 패트롤 자료 기준). 문가영은 2022년 jtbc의 <사랑의 이해>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작년 tvN의 <그놈은 흑염룡>과 <서초동>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문가영은 작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를 통해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만약에 우리>에서 열연을 펼치며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문가영은 내년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는 tvN 드라마 <고래별>에서 최우식과 연기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질투에 눈 먼 사람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

 <질투의 화신>은 남성 유방암이라는 흔치 않은 질병을 어둡지 않게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질투의 화신>은 남성 유방암이라는 흔치 않은 질병을 어둡지 않게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SBS 화면 캡처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타 감독이나 작가들은 흔히 '페르소나'로 불리는 여러 작품을 함께 한 배우가 있는데 서숙향 작가에게는 공효진이 그런 존재다. 2010년 <파스타>를 통해 스타작가로 떠오른 서숙향 작가는 2011년 <로맨스 타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후 5년의 공백 끝에 2016년 신작 <질투의 화신>을 선보였다. 그리고 서숙향 작가는 <파스타>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공효진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질투의 화신>은 <신사의 품격> 이후 4년 만에 복귀한 김하늘을 앞세운 KBS의 <공항 가는 길>, 서인국, 남지현 등 신예 배우들이 중심이 된 MBC의 <쇼핑왕 루이>와 격돌했다. <질투의 화신>은 지상파 주중 드라마의 시청률 하락과 맞물려 최고 시청률 13.2%로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9.3%의 <공항 가는 길>, 11%의 <쇼핑왕 루이>를 제치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질투의 화신>을 보는 최고의 재미는 단연 '로코 여왕' 공효진과 전작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물이 오른 조정석이 보여준 연기 케미였다. 공효진은 비정규직이지만 기상캐스터로서 자신의 직업에 높은 자부심을 가진 표나리를 사랑스럽게 표현했고 조정석 역시 뮤지컬 배우 출신답게 각종 춤과 노래 실력을 마음껏 뽐냈고 사랑에 빠지면서 점점 변해가는 마초 연기를 선보였다.

<질투의 화신>에서는 남성 유방암과 무성욕자 같은 독특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자칫 너무 진지해지거나 심각해 질 수도 있는 소재였지만 서숙향 작가는 이를 코믹하게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이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았다. 특히 이화신은 드라마 제목처럼 드라마 중반까지 표나리와 자신이 소개해 준 친구 고정원(고경표 분)의 사이를 끊임없이 질투하는데 질투에 눈이 먼 남자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영혼 없이' 친절한 간호사 연기한 박진주

 박진주(오른쪽)은 <질투의 화신>에서 '영혼 없이' 친절한 간호사 역할을 천역덕스럽게 소화했다.
박진주(오른쪽)은 <질투의 화신>에서 '영혼 없이' 친절한 간호사 역할을 천역덕스럽게 소화했다.SBS 화면 캡처

올해 초 방송된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기업 사냥꾼 신정우를 연기했던 고경표는 <응답하라1988>의 성선우 역을 통해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16년 <질투의 화신>에서 고정원을 연기했다. 정원은 화신의 하나 밖에 없는 친구이자 비행기에서 만난 표나리에게 첫 눈에 반한 재벌 3세로 화신,나리와 찌질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정원은 그녀를 더 많이 사랑한 친구를 위해 나리와의 사랑을 포기했다.

<질투의 화신>은 <사랑의 불시착>과 <철인왕후>, <다리미 패밀리>, <세이렌>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김정현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다. 김정현은 <질투의 화신>에서 표나리의 동생이자 이빨강, 오대구(한우연 분)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구름고의 전교1등 표치열을 연기했다. 하지만 메인 러브라인이 부각되고 고교생들의 삼각관계가 약해진 후반부에는 누나와 화신 사이를 경계하는 동생 역할에 충실했다.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예능을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배우 박진주는 <질투의 화신>에서 화신이 다니는 대학병원의 유방외과 간호사 오직주 역을 맡았다. 역할은 크지 않지만 피곤에 찌든 간호사의 친절한 말투와 영혼 없는 표정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화신과 나리의 결혼식에서는 화신, 최동기 PD(정상훈 분)와 축가로 싸이의 <연예인>을 열창하는 '반전매력'을 보여줬다.
드라마보는아재 질투의화신 공효진 조정석 문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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